`세대 갈등→노사 갈등으로`‥고질적 병원문화 과제 '여전'

[2020 신년특집 - 밀레니얼 세대 이해하기④]
법·제도 우회하거나 '보여주기'에 그치는 경우도‥세대 간 진통, 역지사지로 극복해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1-09 06:06

[메디파나뉴스= 조운 기자] 밀레니얼(Millenial) 세대의 등장과 함께 보수적인 병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자발적으로 병원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는 병원들도 있지만,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간호정책 TF의 '간호사 처우개선 대책' 등 정부의 법과 제도 변화에 이끌려 겨우 겨우 문화를 개선하고 있는 병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병원들의 변화가 '보여주기'에 불과하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이를 우회하는 '꼼수'까지 쓰고 있어, 사실상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괴롭힘 금지법·간호사 근무제도 개선 정책 시행에도‥간호사 "괴롭다"
 
 
서울의 모 중소병원에서는 병원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괴롭힘 금지법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상급자들도 함께 교육을 받는 가운데, 괴롭힘의 기준, 처벌 대상 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한 직원은 해당 교육이 의례적인 요식행위 같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익명의 병원 직원은 "교육 중에 상급자에게 신고 당할 상황이 생기면, '네가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면 된다며, 대처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의 초점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상급자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것보다는, 상급자들이 신고당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여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에도 간호 조직 내의 괴롭힘 즉, 태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간호사는 태움(직장 내 괴롭힘)을 태우는 가해자에게 신고해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따르면, 해당 청원인은 병원 내 간호부 상급자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나 민원을 신고·상담하는 상급자가 괴롭힘의 가해자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32.5%에 달했고, 이직율 역시 다른 보건의료직종 중 가장 높은 73.0%였다.

젊은 의사들 "전공의법 무용지물"‥병원 꼼수에 근무환경 '여전'
 

젊은 의사들의 경우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전공의법이 시행되어 병원들의 수련환경 개선이 의무화되었지만, 최대 500만 원이라는 미미한 과태료 하에서 많은 병원들이 해당 규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국 수련병원 3분의 1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의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수련병원 79개소 중 22곳(전체 미준수 기관의 27.8%)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전공의법을 위반했으며, 특히 소위 빅5 중 가톨릭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4곳이 2년 연속 위반 명단에 포함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특히 이들 대학병원들이 EMR 셧다운제도를 통해 전공의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꼼수'를 썼다는 사실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EMR에서 해당 전공의의 아이디가 로그아웃되는 제도로, 서류상으로만 전공의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우회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EMR이 로그아웃 된 상태에서 다른 전공의의 이름으로 대리처방을 종용하면서도, 정작 법 위반의 책임은 전공의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이에 전공의들은 전공의법 시행 후에도 전공의의 근무환경은 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병원이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하고 있다"며, "전공의법 위반 과태료 500만원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지사지의 정신 필요‥신 세대와 기성 세대 소통하고 이해해야
 
 
병원들도 할 말은 있다. 병원 내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싶어도, 처치 및 간호행위에 보상이 미미해 재원이 부족하고, 의사 및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 업무량을 줄여주고 싶어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 속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병원계의 목소리다.

한편, 전국보건의료노조 등 노동조합들은 지난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통과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며, 해당 법을 통해 병원 문화가 개선하길 기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 직원이 건강하지 않으면, 환자에게도 건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경영진들이 인지하고,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며, "인간의 건강을 다루는 병원에서 인간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팽팽한 세대 갈등이 결국은 노사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병원계와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며,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근무환경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등 확실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대 갈등을 해결할 열쇠는 무엇일까. 결국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다.

기성 세대 역시 과거 같은 신규 시절을 겪었고, 병원 문화의 적폐에 대해 충분히 느끼고 불만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와 기성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의 과정, 그리고 모르는 것은 가르치고 배우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진정한 개선도 이뤄질 것이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병원 환자입원 병동의 신규간호사 교육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는 10곳(22.72%)에 불과했고, 27곳(61.36%)이 3개월 미만이었다. 아예 교육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도 2곳이나 됐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 등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하는 전공의들에게 필수과목을 교육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꼰대'가 아닌 '멘토'로 밀레니얼 세대를 진정한 '인재'로 만드는 것은 앞서 어려움을 극복한 기성 세대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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