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성추행 불인정에 간호계 반발‥"간호사 인권 무시"

법원, 수술 중 신체접촉 '고의' 인정 안해‥술자리 발언은 '성희롱' 인정
간협, 의사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인정한 법원 규탄‥"간호사는 참아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1-28 12:2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수술 중에 발생한 의사의 신체 접촉을 성추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간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간호계는 해당 판결이 간호사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한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규탄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모 대학병원 간호사 A씨가 의사 B씨와 소속 대학병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결론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B씨가 집도하는 수술의 전담 간호사로 근무하던 A씨는 B씨를 도와 신체 내부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드는 조수 업무를 수행했다.

문제는 수술 과정에서 의사 B씨가 간호사 A씨에게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으며, 2016년 4월 술자리에서는 B씨가 A씨에게 수술 중 신체접촉에 대해 "그 정도는 괜찮지?"라며, "가족처럼 편한데 가족끼리 키스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간호사 A씨는 이 같은 신체접촉은 성추행에 해당하고,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의사 B씨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부적절한 발언을 '성희롱'으로 인정하면서도, 수술실에서 발생한 신체접촉은 '성추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가 주장하는 신체접촉은 수술 진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일 수 있다"며 "고의로 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의도적으로 상대의 신체를 건드리려고 팔을 움직이면 수술 기구도 움직이는 만큼, A씨가 환자의 생명이 달린 수술 도중 위험을 무릅쓰고 성추행을 했으리라고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재판부는 B씨와 병원으로 하여금 A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하며, 간호사 A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소식에 간호사들은 '수술실'에서 '의사'라는 지위로 간호사에게 지속적인 신체접촉을 한 행태를 '성희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원에 분노를 표출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참다 못한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역시 28일 공식적으로 법원이 수술 상황이라는 단편적인 정황만을 고려해 의사의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성추행을 무죄로 판단한데 대해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간협은 의사 B씨의 그간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등을 통해 그의 신체접촉 행위가 고의성이 있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며 판결 재고를 촉구했다.

간협은 "일부 의사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간호사에게 우월적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행태가 문제의식 없이 용납되는 구태의연함이 법정판결에서조차 통용된다는 전형적인 사례의 하나"라며, "이번 판결에 대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간호사는 엄연히 의료법상 의사와 동등한 의료인이면서 다만, 그 역할이 상이한 것 뿐 임에도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의사로부터 당하는 성적 수치심과 폭언 정도는 참아내야 한다는 구태의연을 의식을 가진 해당 의사의 행태를 용인하는 심각한 판결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간협은 사법부에 간호사에 대한 괴롭힘과 성추행 등을 엄중하게 다뤄줄 것, 의료계에 의료현장의 핵심인력인 간호사를 의사의 협력적 동반자로 인정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덧붙여 "우리나라 면허 간호사 중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는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간호사가 간호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의사들의 행태가 큰 몫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안전한 간호가 불가능하여 국민건강권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중대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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