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간납사 문제, 대통령까지 지적했지만 '그대로'

협회 내 유통구조개선TF 마련.."유통 투명화·권익 보호 위한 법 개정 추진"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20-02-10 06:07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바이오헬스규제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는 '간납사' 문제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수년째 의료기기업계에서 간납사 문제를 지적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대통령의 문제제기에 정부에서 긍정적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변곡점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업계가 힘을 모아 유통 투명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이경국)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TF팀을 마련, 유철욱 위원장과 전영철 고문이 출입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성과와 향후 TF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간납사는 간접납품회사의 약자로, 현행 제도상 정의된 바는 없다. 이는 병원이 실거래가 상한제를 청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통업체와 병원의 중간에서 세금 계산서를 처리하는 업체를 설립하고, 모든 납품은 이 업체를 통하게 하여 할인 금액과 고시가에 대한 차액을 나누는 업체를 통칭한다.
 
과거 7~8년전부터 일부 대형병원들이 간납사를 만들어 운영했고, 그 폐단이 점차 커지자 국회와 정부는 의약품에 한해 간납유통을 금지시켰다.
 
이후 의료기기시장이 커지면서 의약품 간납유통 방식이 의료기기로 넘어오게 됐고, 이로 인해 업체들은 사실상 '병원 통행료'로 불리는 '수수료'를 10~25%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의료기기업계는 일단 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적자를 보더라도 수수료를 내고 납품을 시작했는데, 제도개선이 수년째 이뤄지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의료기기업체 80% 이상이 10억 미만의 영세한 기업들이며, 제품이 다양해 제약 대비 유통 관리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간납사에 따른 업계의 유통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협회가 나서서 간납업체와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이후 정부, 국회에 해결을 읍소했지만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의료기기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약속했고,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협회가 다시금 간납사 문제 해결에 칼을 빼든 것.
 
지난해 구성된 유통구조개선 TF는 의료기기 유통 투명화와 중소기업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협회 유철욱 부회장이 TF위원장을 맡고 협회 각 위원회 및 회원사 위원 15명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TF는 국회 윤일규 의원실에서 발의한 병원과 간납사 간의 특수관계를 제한하는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규제과제로 간납사 문제 해결을 제안하면서 정부의 의료기기유통질서 확립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회기말 발의돼 통과가능성이 적고, 바이오헬스규제과제 발표 이후 정부의 개선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드시 의료기기업계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법령 및 제도가 마련돼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전영철 TF고문은 "현행 규정의 맹점을 이용해 국민의 보장성 강화로 쓰여야 할 혈세가 간납사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의료기기 산업계 전체가 그 손해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대부분의 간납사는 병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행세 형식의 수수료만을 징수하고 물류, 가납 재고 관리, 분실 등의 손해는 모두 공급업체가 부담케하는 행태가 여전하다"면서 "일부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작은 회사에는 과다한 수수료를 강제해 유통 구조상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재단 직영 간납사가 확대되고 있으며, 대형 간납사들이 근거 없이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협회는 TF 중심으로 물류비 등의 추가 징수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 전략 수립과 위원회 확충 등 간납사 문제를 철폐에 중지를 모을 방침이다.
 
올해 협회의 의료기기 유통구조개선 전략에 대해 유철욱 TF위원장은 "먼저 4월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의원이 구성되면 기존 진행해 왔던 의원 입법에 대한 보완을 통해 재단직영 간납사를 제한하는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제출된 안의 경우 약사법에 준용해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율이 높아 재단직영 간납사가 우회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병원의 대금 지급 기한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TF는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현행 시행 예정인 공급내역보고 제도에 간납사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제품의 이동을 원칙으로 한 보고체계, 병원의 납품가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해 간납사의 유통현황에 대한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를 제안할 예정이다.
 
유 TF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케어로 인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보건의료의 보장성이 높아지고 의료기기 거래규모가 커졌으나, 그간 간납사 거래관행은 바뀌지 않고 계속되면서 업계 손해가 심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치료비용이 간납사를 운영하는 업체와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는 형태이기에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대국민 홍보를 통해 유통구조의 투명화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산업계 입장에서는 권익 보호의 일환이라는 점을 일깨워 참여를 높일 것이며, 필요하다면 환자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슈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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