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희귀 혈액암` 사각지대 없앤 `블린사이토`‥문제는 '급여'

'공고요법'과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관련 급여 협상 코앞‥필요하다는 의견 대부분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20-02-20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환자가 소수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치료제가 있다. 암젠의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블리나투모맙)`의 이야기다.
 
블린사이토는 이미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아 2016년 10월부터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Ph-) 재발·불응성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Acute lymphoblastic, ALL) 성인 환자, 그리고 2018년 7월부터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 재발·불응성 ALL 소아 환자에 급여가 이뤄진 바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는 "블린사이토 출시 후 기존의 항암요법 치료에 반응이 없던 필라델피아염색체 음성의 재발·불응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들이 안전하고 빠르게 완전 관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린사이토는 건강보험공단과 또 한번의 급여를 위한 약가 협상이 예정돼 있다.
 
이번에 필요한 급여는 조혈모세포이식을 기다리는 ALL 환자가 어렵게 도달한 관해 상태가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 '공고요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 치료옵션 자체가 절실히 필요한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 재발·불응성 ALL이다.  
 
블린사이토는 `공고요법`과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 환자`에 적응증을 확대하며 연령, 필라델피아 염색체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ALL 환자들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한 첨병이 되어주고 있다.
 
ALL 자체가 많은 수에 환자가 있지 않은데다가, 그 안에서도 공고요법과 필라델피아 양성 환자는 더욱 희귀한 편이다. 블린사이토가 ALL 치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이 두 가지 적응증의 급여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 연간 10명 이내에서 요구되는 공고요법‥빠른 급여 염원
 
`공고요법`은 관해유도요법을 통해 완전 관해에 도달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즉각적인 이식을 시행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옵션이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발·불응성 ALL의 치료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재발·불응성 ALL의 최종 치료 목표는 결과적으로 `관해`를 유도해 신체를 건강하게 회복시켜, 조혈세포이식술(HSCT)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재발·불응성 ALL 환자는 약물치료를 통해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 CR)`에 도달해야만 한다.
 
하지만 재발한 ALL 환자는 이미 5~10개의 항암치료에 노출된 상태다. 이 때문에 재발한 ALL 환자들은 기존 치료제들에 대해 내성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질환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매우 공격적이어서 환자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고 그 만큼 관해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소아 및 성인 재발·불응성 ALL 환자에서 블린사이토가 `관해 유도요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변화는 빠르게 생겨났다. 
 
블린사이토는 성인 재발·불응성 ALL 환자에서 표준 항암화학요법 대비 2배에 달하는 완전 관해 도달률(44% vs. 25%)을 보인 치료제로, 전체 생존기간(median OS) 또한 2배 가까운 유의한 연장(7.7개월 vs. 4.0개월)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항암치료는 항암화학요법뿐이었기 때문에 환자의 면역을 억제해 골수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골수와 종양세포가 함께 기능을 잃게 했다. 반면 블린사이토는 종양세포의 특정 부위만을 표적해 찾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면역요법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의사들은 ALL 치료 현장에 블린사이토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됨과 동시에, 기존 치료법과 비교했을 시 확연히 적은 부작용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변화가 시작된 재발·불응 ALL 치료에 급여와 관련해 '빈틈'이 생겨났다. 블린사이토 치료를 통한 완전 관해 도달 이후 바로 HSCT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는 관해 도달 이후 신체 수행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조혈모세포 공여자를 찾지 못하는 등의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따라서 해당 환자들은 블린사이토를 추가적으로 투여하며 HSCT를 기다리는 `공고요법` 치료를 받아야 몸 상태가 유지된다. 
 
맹점은 이 공고요법은 그동안 국내 학회에서도 급여 필요성을 전달해왔으나, 여전히 비급여 상태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현재 블린사이토의 사용에 있어, 관해 유도요법과 공고요법 간 큰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조혈모세포이식 수준이 높아 블린사이토 공고요법이 필요한 환자들은 극히 소수다. 블린사이토로 관해 유도 치료를 받고 완전 관해 도달 후 바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 수 없는 ALL 환자는 연간 10명 이내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영일 교수는 "블린사이토 유도요법 치료로 질 높은 완전 관해에 도달한 환자들의 다수가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소수 환자들은 적절한 조혈모세포 공여자가 있음에도 공여자의 건강상태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바로 이식을 받지 못한다. 블린사이토 공고요법이 급여가 된다면 이런 소수의 환자들이 관해 상태를 이식까지 안전하게 유지해 성공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재발 필라델피아 양성 환자, 치료옵션은 많을수록 좋아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 재발·불응성 ALL은 전체 ALL 환자 중 성인 25%, 소아 3% 정도에서 나타나는 희귀한 아형이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은 ALL 중에서도 '최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정도로 매우 빠르고 공격적인 진행을 보인다. 치료 옵션이 다양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블린사이토는 환자 모집 자체가 힘든 이전 치료에 재발 또는 불응한 Ph(+) ALL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ALCANTARA 2상 임상 결과, 블린사이토 치료를 받은 환자의 36%에서 치료 2주기 내 완전 관해에 도달했으며, 이러한 결과는 재발 횟수나 BCR-ABL 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BCR-ABL 변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Ph(+) ALL 치료제로 인한 내성으로, Ph(+) ALL의 재발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처럼 블린사이토가 변이와 상관없이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는, 기존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이중항체(BiTE) 기전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블린사이토는 암세포 항원과 T세포를 동시에 연결해 ALL 자체를 치료하기 때문.
 
고영일 교수는 "블린사이토는 기존 항암요법 치료제들과는 다른 BiTE 기전으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를 직접 사멸시키기 때문에,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잘 알려진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환자에서도 필라델피아염색체 음성 환자에서만큼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블린사이토가 ALCANTARA 연구에서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치료에서 문제가 되는 BCR-ABL 변이에 관계없이 균일하게 높은 완전 관해율을 보여준 만큼, 재발·불응성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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