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역감염 단계 확대됐지만..."봉쇄전략→완화전략 필요"

치명률 낮은 코로나19, 광범위한 진단검사로 경증-중증 분류해 환자 분산시켜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2-20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단계로 확산된 코로나19를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와 전혀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의료계는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감염 경로를 추적해 접촉자를 격리하는 봉쇄조치 보다는 광범위한 진단을 통해 경증 환자를 조기에 가려내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체계적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해 불필요한 재원이 낭비되어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대응책을 논의했다.

최근 해외여행 이력도 없고 환자 접촉자로도 분리되지 않아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코로나19가 지역 감염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입 초기 미지의 감염병이었던 코로나19는 현재 임상적 특성과 진단법 및 치료원칙이 합의되면서 관리가 불가능한 공포의 질병은 아닌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없고, 초기 확진 환자 25명 중 반절이 퇴원하는 등 최초의 공포감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파력이 높고, 고령 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지만, 치명률이 낮고, 경증 환자의 경우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의 대응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데 공통 의견을 보였다.

이날 기모란 대한예방의학과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초기 국내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봉쇄조치를 통해 접촉자를 자가격리하고, 모든 환자를 병원에 격리하는 등의 대응책을 펼쳤지만, 이제는 완화 단계에 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모란 대책위원장은 "이 완화 단계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로 나누어 코로나19 확진자라 하더라도 경증환자는 자가격리하고, 중증환자는 병원격리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위 사진> 역시, 지역 감염 단계에 들어선 코로나19에 대해 광범위한 진단검사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진단검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준 등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엄 정책이사는 "현재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려면 채취자가 레벨D수준의 개인보호구를 갖춰야 한다. 이 개인보호구를 입고, 채취하고, 벗고 하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안면가리개, N95 마스크, 장갑, 에이프런 등으로 개인보호구를 축소해도 충분히 안전하게 검체 채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더 많은 검체를 채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위 사진>은 코로나19에 대해 새로운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왕준 실무단장은 "지역감염으로 확산되는 추세에서 의료기관 중심의 방역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엄격한 진단기준, 격리기준, 입원기준, 치료기준, 퇴원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검사 키트 등 진단에 전체적으로 제일 높은 민감도와 보수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 과도한 기준으로 무조건 격리, 입원시키고, 퇴원 기준도 지나치게 엄격한데, 어느 레벨 이하는 감염력이 없다는 전제 하에 탄력적이고 근거 있는 기준으로 완화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범위한 진단 과정에서 의원 및 중소병원 등이 노출되어 감염되지 않기 위해, 체계적인 코로나19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개인 의원이나 중소병원 나아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등을 찾아 해당 의료기관이 폐쇄되고, 접촉 환자와 의료진들이 격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호흡기 질환 환자들을 격리된 공간에서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격리 공간이 있는 병원급 이상에서 '호흡기 안심 크리닉' 등을 운영하도록 하고, 의심환자는 검체 채취부터 확진 후 격리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코로나 지역 거점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왕준 실무단장은 "지정된 코로나 지역거점병원은 경증을, 현재 29개 국가지정 감염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은 중증환자를 보는 3차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면,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더라도 트리아지에 따라 분산되어 원활한 진료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순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장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코로나19 환자만 봤을 때 사망률은 0.3%에 불과하다. 아주 위험한 질환이 아니라는 데 모두 공감할 것 같고, 이제 우리나라도 인식 전환을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지역사회 감염으로 접어든 단계에서 현재의 봉쇄 전략은 문제가 많다"며, "WHO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시 의료진 가이드라인에 글러브, 마스크, 일회용 비닐 가운만으로도 보호장구는 충분하다고 되어 있다. 위험성이 하향된 상황에서 방호 체계와 격리 기준을 완화해 병원이 일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체계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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