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업무 10분이라도 거들면, '입원환자 전담간호사' 아냐

'속임수'로 부당 청구한 사례 아니기에, 과징금 경감 기준에 따라 처분 수정해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3-03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의 '간호인력' 기준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해석을 내 놓았다.

평상 시 대다수의 시간을 입원환자 간호업무에 전념했다 하더라도, 단 10분이라도 입원환자 간호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는 '입원환자 전담 간호사'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A의료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요양급여환수처분 취소와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 처분은 합당하지만, 복지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부분이 있어 다소 경감된 과징금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A의료법인은 지난 2014년부터 A요양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해오던 중 지난 2016년 8월경 보건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A병원이 지난 2014년 1월 24일부터 2015년 8월 21일까지 간호사 B씨가 약국 조제업무를 병행했음에도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한 것으로 신고하여,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관련 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신청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복지부 장관은 A의료법인이 부당하게 수령한 요양급여비용 3천5백여만 원에 대한 과징금으로써 1억7백여 만 원을 부과하고, 부당청구한 의료급여비용 2천여만 원에 대한 과징금 5천8백여 만 원을 부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같은 이유로 A의료법인이 부당하게 수령한 요양급여비용 3천5백여만 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의료법인은 A병원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화, 수, 금요일에 의사가 예외적으로 약을 조제하는데, 그 경우 2층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가 의사와 함께 1층 약제실로 가서 의사가 조제하려는 약을 찾아주는 등 의사의 조제업무를 보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해당 의사의 조제업무가 입원환자를 위한 것이었고, 간호사 B씨의 조제업무보조행위는 의료법 및 약사법이 정하고 있는 간호업무로서 입원환자 전담 간호사의 고유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며, B씨가 약제실 조제업무를 병행한 것이 아니라며 해당 처분의 위법함을 주장했다.

만약 간호사 B씨가 약국 조제업무를 병행한 것으로 보더라도, 간호사 B씨는 의료인력 상근 기준인 주당 40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주당 50시간 이상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했고, 약국 동행에 소요된 시간은 건당 평균 5~10분 정도에 불과하여, 이로 인해 환자에게 제공된 간호서비스에 질적·양적 차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요양병원 입원료는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 적용 관련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데, 여기서 간호인력의 기준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와 이에 대한 간호업무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를 의미한다.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간호인력이 ▲입원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입원환자에 대한 간호업무를 전담하여 다른 업무를 병행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7월 14일 대법원은 간호사가 입원환자의 간호업무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더불어 간호감독업무 등을 병행한 경우에는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 수의 산정에서 제외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실제로 간호사 B씨는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입사일 2014년 1월 24일부터 2015년 8월 21일까지 주 2회 의사 지도하에 약사 비번 일에 약을 조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법정 증인으로 출석하여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 의사가 10시 30분경 회진을 마치고 2층 간호사실에 있다가, 간호조무사들이 환자가 열이 난다거나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면 처방전을 적어주고 즉시 투여해야 할 경우 약을 조제하러 1층으로 내려가는데, 그 때 본인이 동행하여 약병을 집어달라고 하면 집어주는 등 조제업무를 도왔다. 그 후 의사는 1층 진료실로 가고, 본인은 약을 가지고 2층으로 가서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사건 재판부도 간호사 B씨가 입원환자 간호업무 외 다른 업무를 일부 병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간호사의 조제보조행위가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법에서 정한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 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가 근무하는 입원병동을 이탈하여 약제실에서 의사의 의약품 조제 보조행위를 지속했다면, 이는 '입원환자 간호업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간호사 B씨를 입원환자 전담간호사로 신고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령한 3천 5백여만 원에 대해서는 공단의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결론이다.

다만,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부당행위에 대한 업무정지기간 및 과징금 액수를 규정하면서, '위반 행위의 동기·목적·정도 및 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의 1/2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 다만 속임수를 사용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을 때는 그러하지 않는다'라고 과징금 감경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속임수를 사용'한 경우란 비용청구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거짓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재판부는 복지부가 A의료법인이 '속임수'를 사용한 바가 없는데도 법에서 정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며,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의료법인이 간호사 B씨를 입원환자 전담 간호인력으로 신고한 것은 그 의미를 착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전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입원환자 전담 간호인력으로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속임수를 사용한 경우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을 규정한 취지는 적정 수준의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간호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B씨의 근무시간(주당 50시간)에 비추어 의약품 조제업무로 인해 병원에서 제공되는 간호서비스 질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복지부 장관이 이러한 위반행위의 내용과 효과, 위반행위의 동기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 액수를 적절히 감경하지 않고, 각 시행령이 정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와 동일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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