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쇼크 사망 사건 선고 의의는?
法, 의료인에 대한 '착한 사마리아인법' 따른 '면책권' 인정

응급상황에서 선의로 응급처치한 의료인, 중대 과실 아니라면 책임 면책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3-09 06:02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응급의료 요청을 받은 의료인이 응급처치를 제공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해당 의료인에게는 해당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을까?

최근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끝내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봉침시술을 실시한 한의사와 해당 한의사의 협진 요청에 따라 응급처치를 한 가정의학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의료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해당 환자에 대한 응급의료에 의무가 없는 해당 가정의학과 의사는 단지 선의로 해당 요청에 응해 해당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왔을 뿐임에도, 자신의 의도와 달리 발생한 결과에 대해 유족이 책임을 물으면서 의료계는 반발했다.

사건 당시 의료계는 "선한 의지로 응급진료를 도운 것 뿐인데, 오히려 가해자가 된 셈"이라며, "이처럼 선한 사마리아인들에게 면책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사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사례가 인정될 경우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급처치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5%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 2월 19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약 1년 만에 판결을 내렸는데, 재판부는 한의사 A씨에게는 4억7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하고, 가정의학과 의사 B씨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지난 2018년 5월 15일경 허리에 통증을 느낀 환자 C씨는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내원하여 봉침을 맞았다. 이후 약 10분 뒤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한의사 A씨는 인근에 위치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A씨의 도움 요청에 응해 한의원을 방문하여 환자 C씨에게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C씨는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혼수상태가 지속되다가 6월 6일경 사망했다.

먼저 재판부가 한의사 A씨의 과실을 인정한 결정적 이유를 살펴보면, 한의사 A씨가 본인의 의료행위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 위험에 대비하여 면허된 범위 내에 필요한 조치 및 협진의료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산소호흡기, 기관삽관장비, 에피네프린, 제세동기 사용 등이 한의사의 면허된 범위 내인지 여부를 떠나,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것에 대비한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한의사 A씨는 즉시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과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는 시술을 했다"며,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거나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이 큰 관심을 받은 가정의학과 의사 B씨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인정했다.

물론 유족들은 가정의학과 의사 B씨에 대해 "민법 제734조에서 정한 사무관리자의 선관주의의무에 따라 피해자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에피네프린 투여, 응급심폐소생술, 119지원요청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한의사 A씨로부터 피해자 C씨의 응급상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에 사전에 에피네프린을 준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에피네프린은 심정지, 심실세동, 뇌출혈, 폐부종,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예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환자 상태에 따라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에, B씨로서는 에피네프린을 준비하기 전에 A씨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실제로 C씨의 혈압, 호흡, 부종, 심장박동 등을 검사하고 최종적으로 아나필락시스로 판단해 자신의 의료기관으로 뛰어나와 에피네프린을 가져갔고, 119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장마사지를 했다. 또한 119구급대원이 도착한 이후에도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하는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설령 의사 B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에서 명시하고 있는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에 따라 B씨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법률에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B씨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고, C씨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인바, B씨가 한 응급처치로 인해 C씨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B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B씨는 민사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판결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소송이 진행된 것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선고 직후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면서도, 해당 소송으로 선의를 가진 의료인의 행위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다.

박 대변인은 "선의의 행위에 대해서 소송으로 갔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을,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선의의 의료행위를 꺼리게 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소송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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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적
    면책권이 아니라 소송 걸린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임
    소송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는 보상 받을 길이 없음
    2020-03-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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