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서 진료기록부 부실·CCTV 미확보‥의사에 '불리'

법원, 4억여 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진 책임비율 40% 판결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3-31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지방흡입수술 중 출혈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에게 의료진이 손해의 40%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명백한 의료과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의사로 하여금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배경에는,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사후에 기재하고, 수술실의 CCTV 영상을 폐기하는 등 사건의 주요 근거를 부실하게 관리한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뒤 뇌손상을 입은 환자 A씨가 의료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 B씨와 C씨에게 4억여 원의 손해 중 40%인 1억 6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환자 A씨는 모 병원 의사 B씨에게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후 뇌손상이 발생해, 사지부전마비, 인지저하, 일상생활동작저하, 언어장애 등의 장애로 현재까지도 간질성 경련, 저산소증 뇌병증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환자 A씨는 수술에 참여한 의사 B씨 등 의료진이 지방흡입수술 전 환자에게 시행하는 혈액검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수술 중 주의의무 부실 등으로 출혈이 발생 해 무산소성 뇌손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의사의 전문적 지식과 숙련된 처치행위를 통해 환자의 진료 및 수술 등을 하는 것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된다"며,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모든 기술을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예상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행위"라며 피고들의 의료행위에 명백한 의료과실이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진이 지방흡입술 전 혈액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출혈에 대비하지 못한 점은 주의의무의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논쟁이 된 것은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이 피해자 A씨의 활력징후 감시 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는 지 여부였다.
 
환자 감시 모니터링 등 주의의무를 부실하게 했다는 A씨의 주장과 달리 피고 의사 B씨는 10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했고, 수술 당시 환자 감시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증거가 되는 수술 기록지가 부실하게 기재돼 있고, 수술실 CCTV은 이미 폐기된 것으로 나타나 피고측은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B씨는 응급상황 조치를 하느라 수술 기록지를 늦게 작성하여, 각 의료행위의 시행 시각이 분 단위로 특정되지 못했으며, 수술실 CCTV 영상 역시 병원을 이전하면서 보안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폐기된 것일 뿐, 의도적 증거 인멸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료기록부가 부실 기재된 경우 그 자체만으로 과실의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환자 측의 주장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곧바로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특정한 과실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진료기록상 통상 기재되는 중요내용의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의사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수술실의 CCTV 영상이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됨에도, 피고들이 아무론 의도도 없이 위 영상이 폐기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의사들이 10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는 주장에 대해 진료기록부상 이를 입증할 증거가 마땅히 없는 이상 으로 인한 불이익은 피고들이 부담해야 하기에 환자 상태 감시에 대한 주의 의무를 부실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일실수입, 기왕치료비, 향후치료비, 기왕개호비 등을 합친 전체 손해 4억여 원 중 피고 의료진으로 하여금 40%의 책임을 물어 1억 6천여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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