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인턴 '어쩔 수 없이' 진료기록 허위 작성?‥"법 위반"

과중한 업무로 '인턴지침' 따라 가짜로 바이탈 수치한 인턴‥法 "면허정지 합당"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4-10 06: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응급실 인턴이 환자의 진료기록부에 가짜 바이탈 수치를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응급실 인턴 수련업무의 사정 상 불가피한 착오였다는 해당 인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진료기록부의 취지와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며 복지부의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 내렸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A씨는 B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의사로, 지난 2014년 1월 23일 응급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응급진료센터에 이송된 9세 여아 C양의 맥박이 분당 137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진료기록에 맥박을 80회로 허위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경우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A씨는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인정받아 100만 원의 형을 선고 유예하는 판결을 받았고,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A씨에게 20일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에 대해 "맥박을 허위로 기재할 동기나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다는 인식 또한 없었다"며, "응급실 인턴지침과 수련 업무의 성격 및 과중한 업무 정도를 고려하면, 추후 수정이 가능하고, 실제 진료에 사용하지도 않을 NEDIS 보고용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과정에 착오 내지 실수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형병원 응급실의 현황, 응급실 인턴의 진료 여건과 의료법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환경과 여건, 응급실 인력부족 사태를 해결할 1차적 책임이 있고, A씨에 대한 처벌보다 소아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기록부 작성제도를 개선함이 합당하므로 복지부의 처분은 위법‧부당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1월 23일 C양에 대한 초진기록부는 B병원 응급실 레지던트인 D씨가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응급진료기록부 NEDIS에 바이탈 사인을 기록한 인턴 A씨는 C양을 직접 진료한 바 없었다.

또 조사 과정에서 당시 A씨가 작성한 C양을 포함한 환자 9명의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맥박 등 바이탈 사인 수치가 모두 동일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A씨는 응급실 인턴지침을 따른 것 뿐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응급실 인턴 인수인계장'에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바로 환자를 보는 경우 기록이 없을 때가 간혹 있다. 레지던트 선생님이 쓴 기록을 베껴서 대충 적어 놓는다', '바이탈 사인 기록이 없는 경우 직접 가서 바이탈 사인을 측정하시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럴 여유까지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짜로 숫자를 다 기입하면 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작성행위 (바이탈 사인을) 모두 동일하게 기재한 환자 9명의 응급진료기록부상 수치가 실제로 같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실제로 측정하거나 간호기록 등의 자료 확인을 거치지 않고 일률적으로 환자 9명의 바이탈 사인 수치를 동일하게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씨가 작성한 C양의 맥박 수치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A씨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와 같이 의사에게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해 이후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하여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내부 업무지침에 엄격히 따를 것이 요구되는 인턴 수련 과정 중인 의사라 할지라도 진료기록부 성실 작성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재판부는 "진료기록부 작성의 취지 및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경우에도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고, 응급실 인턴 수련 실태를 감안한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을 용인할 보건의료 시책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며, 복지부의 행정처분에 위법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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