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환자 혈액투석 20년째 '정액수가'‥헌재 "위헌 아냐"

헌재, 6:3으로 '합헌‥일부 재판관, 의사 직행수행자유·환자 의료행위선택 침해 제기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4-24 06:03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20년째 정액수가에 묶여있는 의료급여 만성신부전증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기준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정된 의료급여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해당 수가제도가 적절하다는 판결이지만, 일부 재판관들은 해당 제도가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환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 제공)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 본문'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7년 대한신장학회와 대한투석협회 등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로서 외래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만성신부전증환자와 함께 해당 보건복지부 고시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심판 대상이 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혈액투석수가 제1항에는 '만성신부전증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시에는 의료급여기관종별에 불구하고 1회당 146,120원(코드 O9991)의 정액수가로 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제2항에서는 '외래 1회당 혈액투석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마다 일정한 값을 정해 의료비를 지급하는 '진료행위별 수가제'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급여 환자의 혈액투석은 지난 2001년부터 20년째 '정액수가'에 묶여 있다.

특히 정해진 혈액투석 정액수가가 원가의 80%에 불과한 상황으로, 의사들은 정액수가를 초과한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어렵고, 환자들 역시 정해진 진료행위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청구인들은 해당 복지부 고시가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환자들로 하여금 치료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는 "정액수가조항은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을 정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심판대상조항의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성을 확보하여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기준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혈액투석 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대체조제의 가능성,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된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의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한정된 재원의 범위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더 크다고 볼 수도 없기에, 해당 조항이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의료급여 혈액투석 환자들의 보건권 및 의료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정된 의료급여재정 범위 내에서 의료급여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현행 정액수가제도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존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3명의 헌재 재판관은 20년 가까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된 정액수가제가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른 진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같은 수가를 규정하는 현 고시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헌 결정에 반대한 재판관들은 "현행 정액수가제는 의사로 하여금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정액수가의 범위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료만을 하도록 유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의사의 진료재량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에 관한 고려 없이 일률적·획일적으로 정액수가를 적용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며, 의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환자들도 "진료계약의 당사자로서 진료계약에 따른 유효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의 하나로서 의료행위선택권을 가진다. 그런데 현행 정액수가제는 재정의 한계를 이유로 외래 혈액투석진료를 받는 수급권자에 대하여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급권자로서는 의료급여의 범위 내에서 진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일부 또는 전부의 비용을 부담하여 추가적인 진료를 받을 것인지조차 선택할 수 없게됨으로, 해당 조항이 수급권자인 환자들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위헌심판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는 "헌재 의견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이  많은 판결"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정액수가는 상위법령에 근거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서 제정된 것이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수가체계나 요양급여비용계약제와도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인 제도인데도, 이 부분을 정당하다고 판시한 부분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비록 합헌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3인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한 만큼 보건복지부에서도 위헌적인 요소를 개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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