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사후약방문' 안되려면

복지부 산하 벗어나 인사권‧예산권‧법령제정권 독립적으로 가져야 의미 있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5-15 11:5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주목을 받으면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역 보건 체계 강화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를 '청'으로 승격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4.15 총선 공약으로 해당 내용을 약속한 가운데, 21대 국회에서 해당 사안이 최우선 입법 과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질본은 보건복지부의 소속기관으로 지난 2003년 '국립보건원'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질병관리본부'로 승격된 이후, 2015년 메르스(MERS, 중등호흡기증후군) 유행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장만 2016년부터 1급(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변경됐다.

질본의 역사는 대형 감염병 사태와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약 20여 년 동안 일련의 사건 사고 속에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한계는 있다. 현재 질본은 복지부, 청와대, 국민안전처 내 산하 조직으로 각각 책임부서가 산재돼있어, 주도적으로 감염병을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감염병 대응 현장 일선에서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질본이 감염병·질병 예방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질본의 '청' 승격이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난 14일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고대의료원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그간 무슨 일이 터지기 전에 질병관리본부의 권한을 강화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20년 이상 질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단순히 조직만 커진다고 해서 감염병 문제에 대한 관리 역량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실질적으로 전문가를 키우고, 예산을 집행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으로 승격된 후에도 인사권, 예산권, 법령제정권을 독립적으로 갖지 못한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5급 사무관, 연구관, 과장 등에 대한 인사권이 없어,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고, 독자적인 법령제정 권한이 없어 정책 수행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우주 교수는 "청장이 인사권을 갖고 전문 인력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하며, 감염병 위기에 대비한 법령을 입법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한다. 또 백신과 치료제는 중장기 사업인 만큼, 질청이 중장기적으로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식약처의 전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청'일 당시 식약처는 고시개정은 가능했으나 단독으로 입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정책 입안과 시행까지 오랜 기간이 걸려 업무 수행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식약처로 승격되면서 조직이 확대되면서 실장급 인력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이뤄졌고, 식약처장은 총리실 산하의 처장으로서 일반 정부부처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지위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현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어도 여전히 복지부 산하에 위치해 복지부가 모든 인사나 예산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면, 질청의 역할은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우주 교수는 "아직까지 질청의 권한 등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질청이 충분한 권한을 갖지 못한다면, 또 다른 전염병이 왔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러면 그 때가서 질청을 질본관리처로 승격하자는 이야기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항상 무슨 일이 터져야 조직이 커지고 권한이 생기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또 다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기 위해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확실하게 질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쓴소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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