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암질심 선 넘은 재정관리, ‘과유불급’ 될 수도

이정수기자 leejs@medipana.com 2020-06-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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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과유불급’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정도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정부의 약제 검토·평가 과정에 대한 주변 평가를 듣자면, ‘자칫 과유불급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쌓인다.

지난 4월 29일 개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는 다수 항암 신약에 대해 심의 보류와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재정분담안 제출을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추진된 암질심 ‘운영규정 일부개정규정’에 따른다. 개정 내용은 암질심을 18명 고정위원제에서 45명 이내 인력풀(pool)제로 변경하고, 선제적 재정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심평원은 지난해 12월 8기 암질심 위원에 재정전문가 5명을 포함시켰고, 그 결과 재정분담안 요구와 함께 약제 급여 논의과정이 첫 발에서부터 묶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 개괄적인 약제 검토·평가 과정은 암질심(항암제 등)-약제급여평가위원회-공단 약가협상-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순으로 이뤄진다. 각 단계는 약제에 대한 유용성, 급여필요성, 비용효과성 등을 각각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하도록 돼있다.

암질심의 경우 운영규정에 따르면 ‘중증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기준과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심의·의결한다‘고 돼있다.

관련 업계에서 암질심이 본래 구성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어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서는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암질심 재정관리 강화가 약평위 역할과 중복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약제 임상적 유용성을 중심으로 적절한 급여기준을 정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도 “각 위원회가 근본적 목적에 맞는 역할과 다르게 중복 운영된다면 환자 치료 접근성은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암질심은 항암제 급여가 논의되는 첫 관문이니 만큼, 재정영향보다는 급여 적용기준·방법 심의에 중점을 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급여약가(상한금액)에 관해 약평위 평가와 공단 약가협상이라는 과정이 이미 있고, 급여 적용 후에도 사용량·사용범위에 따라 약가는 계속 인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또다시 ‘재정관리’가 강조되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토로까지 나온다.

현재 정부는 재정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을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제까지 추진된 수많은 약가인하 정책과 마찬가지로, 암질심 재정관리 강화 조치 역시 결국은 업계 우려와 무관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기능 중복’이 ‘기능 분리’보다 효과적인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조치가 더 합리적인 약가를 찾아내는 장치가 될 것인지, 급여 심의 과정만 지연시키고 환자 치료 접근성을 저해해 안하느니 못한 과오로 남을 것인지는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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