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파행에 멘붕 빠진 의료계…"이건 협상 아닌 통보"

의협·병협·치협 결렬은 초유의 사태 "수가협상 시스템 바꿔야"
박민욱·조운기자 hopewe@medipana.com 2020-06-02 12:00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조운 기자] 2일 새벽 마무리된 2021년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의원, 병원, 치과의사 단체가 모두 결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병원급 의료기관 1.6%, 의원급 의료기관 2.4%, 치과 1.5%의 인상을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 2021년 유형별 수가협상 결과 
(평균 인상률 1.99%, 추가 소요재정 9,416억원)
구 분
병원
의원
치과
한방
약국
조산원
보건기관
점수당
단가()
‘20
76.2
85.8
87.4
87.3
88.0
135.2
83.8
‘21
결렬
결렬
결렬
89.8
90.9
140.3
86.1
인상률(%)
(1.6)
(2.4)
(1.5)
2.9
3.3
3.8
2.8
 
이번 협상테이블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신종감염병 사태가 있어 의료기관들의 생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더욱 주목받았던 상황.

특히 올해는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 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동시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며, 그동안 지적됐던 협상 시스템의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개원가 도산 위기 호소에도 의원급 의료기관 3년 연속 결렬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올해 2021년 수가협상에 임하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협상 의지는 비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줄도산이 예상되는데 더욱 문제는 이 신종감염병 사태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지난 2018년에 진행된 2019년 수가협상부터 지난해 실시된 2020년 수가협상까지 최종 결렬이 되어 2년 연속 패널티를 가져간 상황에서 올해만큼은 어떻게든 타결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제시한 2.4%의 최종 수치가 '간극이 너무 커' 3년 연속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결렬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이 같은 결과에 개원가에서는 "수가협상이 아닌 통보"라는 "의견과 함께 시스템의 문제다"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2일 메디파나뉴스와 통화를 통해 "의협만 결렬되었다면 모르겠지만, 병협, 치협 등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의료기관들 모두의 기준치를 채우지 못했다. 이는 수가협상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틀을 깨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수차례 수가협상단에 참여한 경험을 돌아봤을 때 재정소위에서는 이미 밴딩을 정해놓고 공급자들은 액수를 모른채 서로 눈치 게임만 하게 되는 시스템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요양기관들만 패널티를 받았고 또한 공단에서는 은근히 "협상 깨지면 제시한 수치 이하로만 줄 수밖에 없다"는 압박감을 줬다는 것이 김 회장의 회상이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은 이번에 코로나로 피해를 봤다. 그렇다면 보험청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건보공단은 돈이 남는다. 이를 의료기관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메르스때도 보면 보험공단이 돈이 남아 비급여의 급여화한다고 썼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2년 연속으로 협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하면 합의가 가능한 방향으로 가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어쩔수 없이 결렬되었다. 개원가는 코로나19로 생존이 힘들고 자존감도 낮아졌으며, 다만 사명감으로 진료하고 있는데 좌절감을 준 결과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3년 연속 수가협상 결렬을 맞이한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평의사회는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서 최악의 결과라니 집행부가 무능의 극치이다"며 "수가협상 전 이렇게 조용하고 무능한 수가협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책 없는 보장성 강화, 저수가에 각종 악제도로 회원들은 망해가는데 문제의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의사회 대표를 하고 있다"며 "각자도생이고 이제는 눈물 흘리는 자들이 많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의협 전직 A임원도 "의협이 투쟁할 것이라는데 코로나19에서 어떻게 투쟁을 할까, 만약 수가협상으로 투쟁을 하면 외부적으로 돈 때문에 투쟁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이나 투쟁을 지금까지 못한 것 보면 투쟁의지가 없다. 3년 연속 결렬. 수가정상화 정상화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키지 못했다. 회원들에게 실망을 줬다. 책임론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 메르스 이후 5년 만에 수가협상 결렬된 병협‥"악몽 반복돼선 안 돼"

5년 전 메르스(MERS) 유행 당시 최악의 수가협상을 경험했던 병원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똑같은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가협상에서 공단이 투입한 추가재정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면서, 당시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1.4% 인상률을 거부한 바 있다.

이후 병원계는 수가협상이 재정상황, 의료기관 경영현황 등을 고려하여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단 재정운영위가 임의로 정한 밴딩 이내에서 부대조건을 수용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일종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꾸준히 지적되는 시스템 개선 목소리에도 시스템 변화 없이 5년이 흘렀고, 그간 병협은 타 보건의약단체에 비해 다소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협상을 진행해 한 차례도 결렬사태를 맞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메르스 이후 5년 만에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속에 진행된 2021년 수가협상에서 또다시 병원을 포함한 의료계의 노력과 그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 등이 일방적인 시스템하에서 외면받고 있다.

병협은 일찍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경영난에 대한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적정 수가 인상을 요구해왔다.

직접 코로나19 병원계 고충민원센터를 운영하며 병원계의 어려움을 청취했고, 자체적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병원계의 환자 수 진료수입 감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은 병원협회에 1.6%의 인상률을 제시했고, 그 간극을 끝내 조율하지 못하면서 병원협회가 5년만에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병협은 과거 실적치를 갖고 수가를 결정하는 수가협상 시스템 방식과 진료비 변동 차이를 기준으로 유형별 수가 인상률을 추계하는 SGR모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맞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병원계는 정부의 방역 대책에 철저히 따르며 정책에 협조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환자 감소와 수익 적자로 이어졌을 뿐이다. 끊임없이 병원들의 희생을 강조하는 속에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오면 병원들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에는 그래도 유행이 딱 한 달에 그쳤기 때문에 당시 만족스럽지 못한 수가협상 등에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벌써 4개월째 유행이 지속되며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병원들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않은 수가협상 결과는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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