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코로나19發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완성 방향은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등 조직개편 방안 추진
기존 체제 대비 감염병 대응 등 보건분야 역량 강화 숙제
수년간 논의 불구 배제된 여건 고려해 조직개편 필요성 입증 필요
이정수기자 leejs@medipana.com 2020-06-04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코로나19가 쏘아올린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와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이 행정안전부 조직개편 방안 추진에 따라 본궤도에 올랐다.

행안부는 3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구체화된 만큼, 복지부와 질본 기능 확대는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급격히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이전 상황과 충돌될 여지가 있다.

질본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은 이전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수년간 논의됐지만 끝내 실현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 후 두 기관은 감염병 대응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부담과 함께 수년간 제기됐던 조직개편 필요성을 입증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질본관리청,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서막…한계 우려도
 
기존 질본은 복지부 소속기관인데다, 감염병 사태 시 복지부·청와대·국민안전처 등으로 책임 부서가 산재돼 주도적으로 감염병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등호흡기증후군) 유행 사태 이후 2016년부터 질본 본부장이 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승진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컨트롤타워 수행 여건은 부족했다.

청 승격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행안부도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이번 조직개편 핵심은 질본이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것에 있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될 경우 청장은 예산·인사·조직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감염병 관련 정책과 집행 기능에 대한 권한이 강화되고, 질병관리·건강증진 관련 사업에 대한 고유 권한을 갖는다.

신설되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권역별로 ‘질병대응센터(가칭)’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지역 내 방역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행안부는 이번 조치로 감염병 정책 결정에 대한 질병관리청 전문성과 독립성이 향상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갖추게 돼 정부 감염병 대응 역량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청 승격 후에는 독립된 인사권, 독립적 예산 운영이 가능해 보다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같은 제도적 보완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정부 전체의 방역대응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직개편 방안 발표에 따라 질본에서는 세부조직 구성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청 신설 목적에 맞춰 감염병 위기 대응을 지원하고 연구할 수 있는 세부 조직 내용 등에 대해 행안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 발표된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는 지자체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지원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보다는 처로 승격하는 것이 독립적인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갖추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청과 처는 차관급 중앙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처의 경우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만큼 더 많은 정책과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청은 여전히 부에 소속돼있어 정책 수행이 다소 수동적일 수 있다. 일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 청에서 처로 승격된 후 권한·책임 범위가 확대된 바 있다.

◆ 복지 중심 보건복지부, ‘보건’ 타이틀 명분 강화 기대 부담
 
이번 조직개편 대상에는 보건복지부도 포함됐다. 행안부는 보건복지부에 1개의 차관 직위를 추가로 신설하도록 했다.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은 10년 전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논의됐음에도 매번 조직개편 대상에서 제외됐을 만큼 이례적 사안이다.

복수차관제가 도입되면 제1차관은 기획조정과 복지분야를, 제2차관은 보건분야를 각각 담당하게 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예산 중 상당수가 복지 분야에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건분야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차관이 임명되면 이같은 구조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예산 96%가 사회복지분야에 쏠려있어 보건의료는 우선순위에서 처질 수밖에 없다”며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는 성격이 달라 별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복수차관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복수차관 외에도 이번 조직개편은 보건의료 부문 기능 보강을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행안부는 복수차관제 도입과 더불어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한다.

이번 조치로 보건복지부는 복지영역 중심 조직에서 복지와 보건 두 영역을 균형있게 다루는 조직으로 변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보건’이라는 조직이름에 대한 명분도 갖춰, 보건부 분리·신설에 대한 주장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질병관리청 신설과 복수차관제 도입 후 청장과 차관 지명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발표된 바가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김강립 차관이 계속 근무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는 없다.

이에 대해 김강립 차관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염려되는 상황 하에서의 조직개편이기 때문에 현 체제 강점은 유지·발전시키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방향으로 진행이 돼야 할 것”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체제 안착을 위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조직개편 방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3일 입법예고됐으며, 향후 정부 입법절차를 거쳐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돼야만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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