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누워 바라본 지평선…환자들 마음 더욱 이해"

[연중기획] 보건의료인들의 취미는? ⑬더본병원 김신일 의무원장
박민욱기자 hopewe@medipana.com 2020-06-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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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나 하나의 모습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다본다. 설익은 햇살에 젖은 파도는 눈물인 듯 찢기워 간다♪"

이는 지난 1985년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바다에 누워'라는 곡의 가사이다.

경쾌한 리듬과 더불어 '저 바다 위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라는 후렴구는 일상을 벗어나 물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인지 지금도 인기가 많은 곡이다.

바다와 파도는 과거 문학작품에서는 어둡고, 무서운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요즘은 이 곡과 마찬가지로 푸른색의 청량함과 자유로움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특히 여기서 즐기는 '서핑'은 파도에 대항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하는 운동으로 몸의 평형과 인내가 필요한 스포츠이다.

과거에는 소수만 즐겼던 이 서핑이 이젠 제주도, 양양, 부산에서 이제는 대중화가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파도 속에서 삶의 휴식과 또 다른 의미를 찾고 있는 의사가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지난 2013년부터 서핑을 즐기고, 또한 틈틈이 클라리넷 연주회를 한 더본병원 김신일 의무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을 만나 취미생활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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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핑 보드서 바라본 파도…자연의 위대함 느껴"

김 원장이 처음 서핑을 한 것은 바로 지난 2013년. 국내 서핑의 3대 스팟으로 불리는 제주도 중문 해수욕장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다가오는 파도를 지켜만 봤고 서핑보드에 앉지도 못한 채 둥둥 떠있기만 했지만, 이내 바다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 좋아 지속해서 관심을 두게 됐다는 후문이다.

김 원장은 "어려서부터 탈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눈에서 타는 스키로 시작해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다가 서핑이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할 때 처음 접하고 완전히 빠져버렸다"고 돌아봤다.

스키나 스노보드는 눈이 쌓인 슬로프나 파크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인위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곤돌라 등 인위적인 동력을 이용해 산 위에 오른 후에야 즐길 수 있다.

또한 스케이트보드는 보도블록이나 기물 위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의 힘으로 동력을 내고 점프를 하며 기술을 습득하는 매력이 있지만 이로 인한 부상의 위험도 있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바다위에 서핑은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파도의 힘에 따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에 김 원장이 푹 빠지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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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뒤늦게 서핑을 접했을 때 바다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바다위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인간일 뿐이었고 파도가 없으면 서핑은 시작할 수도 없다"며 "서핑을 몰랐을 때는 그냥 바람이 불면 치는 파도였지만 서핑을 하고 나서 파도를 봤을 때 같은 파도는 하나도 없고 모든 파도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회상했다.

파도를 기다리면서 서핑 보드를 잡고 있으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소회이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서핑보드 위에서 서는 것 조차 힘들지만, 균형을 잡고 파도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기고 그중에 나에게 맞는 파도를 골라 힘차기 팔을 휘저으면 비로소 파도가 보드를 들어 올려주어 미끄러지기 시작할때 대망의 테이크 오프(일어서는 동작)를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스스로 잡은 파도에서 첫 테이크오프의 희열은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한다. 이때부터 서핑에 중독되고 자연의 위대함을 알며 머지않아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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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속 불편한 움직임, 환자의 마음 이해하게 된 계기"

척추센터와 관절센터가 특화된 더본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김 원장은 주로 어깨, 팔꿈치, 손, 발목 관절 치료와 스포츠 손상, 외상 및 골절, 인공관절수술, 회전근개질환, 재생치료 등을 진행한다.

해당 질환들은 노인성 질환이기도 하지만 무리한 운동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바닷속에서 움직임이 제한된 서핑을 하면서 환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김 원장은 "서핑을 할 때, 포인트로 이동하거나 파도를 잡을 때 양쪽 팔을 저어주는 일명 '패드릴'을 진행하며 추진력을 얻는다. 이때 어깨 관절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동안 당연했던 것에 대해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서핑보드 위에서 처음 무릎을 꿇고 일어서는데 이 역시도 평지에서는 당연하지만 팔이나 관절이 불편한 환자가 일어나려고 하는 노력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환자 케어의 세심한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일상에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관절의 움직임과 걸음걸이가 파도 속에서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마음과 관절 치료의 필요성을 보다 더욱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원장은 동호회 활동을 하며, 서핑 정보를 나누고 관련 대회에도 참가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서핑 대회는 자격증 필요없이 약 100여 명이 참가하고 부문별로 3명씩 수상을 한다. 피겨스케이팅처럼 기술점수, 파도를 몇 번 탔는지 등등 점수를 매기는데 수상의 영광을 아직 누리지 못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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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회와 각종 서핑 정보는 'SURFX'라는 네이버 카페 카페를 통해 공유한다. 다만 서핑은 타 스포츠 동호회처럼 모두 모여서 타는 것이 아니라 서핑 포인트 정보 등을 공유하는 정도.

김 원장은 "서핑을 하다 보면 보드에 맞아 어깨가 탈구되거나, 회전근개 파열이 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본인이 정형외과 의사인 것을 아니까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다수의 일반사람은 여름에만 서핑을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겨울철이 오히려 파도가 강해 더욱 즐기기 좋다고 한다. 따라서 1월 1일 새해 첫날 서핑을 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때도 많다.

비록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 사태로 제대로 서핑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이 사태가 잠잠해지면 다시 새해 서핑을 즐기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 원장은 "여름에는 우리나라가 조류가 세지 않아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가을 겨울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세지기 때문에 서핑하기 좋다. 일각에서는 춥지 않을까 걱정하는 때도 있는데 슈트를 입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며 "코로나19가 조금 물러간다면 새해를 서핑보드에서 맞이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 "클라리넷 연주로 입원환자 위로" 서핑의학 확립 목표도

김 원장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서핑이 전부가 아니다. 거리의 제약으로 이 스포츠를 매번 즐기기는 어렵기에 어려서부터 배워온 클라리넷을 들고 병원 로비에서 공연하는 등 사회봉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원장은 "음악교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어릴 적부터 접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클라리넷 또한 배우게 됐다"며 "당시 초등학교에 관현악부가 있어 클라리넷 주자로 퍼스트자리에서 악장으로 콩쿠르에서 입상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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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업에 정진하기 위해 잠시 손을 놓았다가 대학시절 오케스트라 활동과 병원에서 트레이닝 기간에 환자를 위한 연주회도 참여하는 등 드문드문 활동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후 김 원장이 이 클라리넷으로 보람을 느낀 것은 바로 신안군 섬에서 공보의 생활을 하면서였다.

당시 장기입원 환자가 많았던 병원에서 클라리넷 공연을 했는데, 이에 환자들이 고마움을 전한 것이 큰 보람이었던 것.

김 원장은 "신안군 하위도에서 개척교회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했는데 평생 어업이나 염전일만 했던 사람들이 악기 연주에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이 더 감동을 했다"며 이후 시간과 공간이 허락한다면 병원 로비에서 공연을 열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입원환자들 입장에서는 작은 연주회가 큰 힐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며 "연주를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언급했다.

악기연주는 옛 시절을 추억하며 타인과 감정적 공유를 하는 취미로, 서핑은 일상을 벗어나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이벤트로 김 원장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끝으로 김 원장은 본인의 취미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현재 정립되지 않은 '서핑의학'을 확립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김 원장은 "서핑실력을 발전시켜 롱보드에서 숏보드로 바꾸는 게 꿈이다. 또한, 아내와 함께 즐겼던 서핑을 아이들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의사로서 목표는 서핑과 관련된 운동 조심해야하는 의학적 정보를 체계화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축구와 야구 등 인기스포츠는 팀닥터가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서핑과 관련해 팀닥터가되는것이 목표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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