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행정지 인용결정의 의미와 본안소송과의 관계

최미연 제약회사 사내변호사(前 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전문위원)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20-06-29 06:06
식약처의 판매중지·제조중지처분이나 허가취소처분 또는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최근 몇 년 간 증가하면서, 처분의 상대방이 된 당사자들이 해당 처분의 효력을 판결 선고 시점까지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을 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다거나 기각 결정을 받았다는 기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에서는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해당 처분의 효력이 자동으로 정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소소송 제기와 함께 처분의 효력을 일정 기간 정지해달라는 의미의 집행정지를 신청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행정처분을 취소소송으로 다투는 당사자 입장에서 소를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처분의 효력을 그대로 받게 되면,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승소판결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아서 당장 허가가 취소되어버리면 나중에 승소판결을 받아 해당 처분이 취소되어도 허가취소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집행정지 제도는 행정처분을 다툴 때 이러한 처분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 판단의 기준은 처분의 적법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본안 사건과는 다른데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기각 또는 인용결정을 마치 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최종 결과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결정을 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소송의 내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우선 행정소송법 규정(제23조)에 따르면, 법원은 처분이 계속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판례상 요구되는 집행정지 인용의 또 다른 요건은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볼 때 행정청의 처분이 명백히 적법해서 취소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즉 원고 패소가 명백하면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소송 초반에 원고 패소가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소송 내용이 터무니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이 요건은 충족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주로 문제가 되는 집행정지 인용 요건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 여부’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란 금전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손해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를 말한다. 예컨대 과징금처분과 같이 금전 납부의무가 발생할 뿐인 처분의 경우, 다른 종류의 처분에 비해 금전으로 보상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원칙상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역시 중요한 요건인데, 여기서 공공복리에는 국민보건 또는 건강보험, 의약품허가 관련 제도의 보호 등과 같은 국가 정책상 중요한 이익이 해당될 수 있다. 만약 의약품의 유해성이 문제되어 판매중지처분이 내려진 경우라면 의약품의 유해성, 안전성 여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집행정지가 인용될 가능성이 적어진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어떤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때 위와 같이 처분이 계속될 경우 처분 당사자가 입을 손해가 단지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는 정도의 손해인지 아닌지를 중점적으로 보면서도, 해당 처분으로 인해 국민보건이나 기타 공공복리에 악영향을 끼칠지 여부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취소소송 즉 본안소송에서 법원은 위와 같이 손해나 공공복리를 고려하기 보다는 해당 처분 자체의 위법성 여부를 중점으로 판단한다.
 
최근 있었던 몇 건의 제조중지 또는 판매중지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결정 역시 위와 같은 집행정지 요건에 대한 판단일 뿐이고,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용결정을 승소판결로 오인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고| 최미연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 대학원 행정법 석사 수료
-뉴욕 주UN 대한민국 대표부 인턴십 수료
-前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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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고하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매번 쓰신 글들 읽기만 하다가 댓글 남깁니다. 그냥 뉴스에선 집행정지가 인정되면 마치 이길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도해서 헷갈렸는데 오해하고 있었네요. 요즘 메디톡스가 크게 이슈던데 최근 문제된 일시효력정지나 가처분신청이 집행정지랑 다른 건지도 궁금해지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20-06-29 18:31
    답글  |  수정  |  삭제
  • 제약회사 cp팀
    실무를 하다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해가 잘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20-07-07 16:18
    답글  |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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