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은 '빈곤' 그 자체‥차별적 정책이 사회 부담 초래

장애인 복지체계 배제된 '정신장애인', 각종 차별 제도로 자립 불가‥사회 분노가 강력범죄로
의무부양자인 가족, 환자 치료비·생활비 부담에 피폐‥차별 제도 철폐·국가 책임제 필요 주장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7-01 11:5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故임세원 교수 사건을 비롯해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몇 해 전부터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리의 필요성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방화', '살인' 등 사회면을 달군 자극적 사건들이 잊혀진 뒤, 정신질환자들은 여전히 사회와 국가로부터 외면 받으며 각종 차별 제도로 빈곤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다시 사회 불안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30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개최한 '코로나19 시대의 조현병 환자 적정치료를 위한 제언' 토론회에서 정신질환 당사자 가족인 박정근 한국조현병환우회 이사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호소했다.

이날 조현병 당사자와 그 가족들을 대표해 자리한 박정근 이사는 "정신질환자은 빈곤 그 자체다"라며, 열악한 정신질환 치료 및 복지·관리체계로 환자와 보호자 가족 모두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먼저 장애인복지법 15조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정신장애인을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을 숨기게 되고, 장애인으로서 받아야 할 복지 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근 이사는 "실제로 조현병의 정신장애인 판정기준은 신체적 장애인 판정기준과 흡사하다. 이에 정신질환자 당사자와 가족들은 치매 수준이 돼서 옷도 못 입고, 밥도 못 먹어야 장애인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별도로 정신장애인의 판정 기준을 도입해, 정신장애인들이 장애 복지 제도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장애인 복지 시스템에서도 배제된 정신질환자들은 기본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하기도 쉽지 않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서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 등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는 최저임금 보장을 제외하고 있다. 사실상 정신질환자들은 어렵사리 취업을 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8개 법령 등으로 정신장애인의 취업을 제한함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일반 장애인 고용률 대비 11.6%에 불과하며, 그 마저도 67%가 임시·일용직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신장애인들은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취업이 돼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면서 경제적 자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정근 이사는 "이처럼 경제적으로 좌절을 겪으면서 정신장애인들은 빈곤해지고, 이 같은 삶이 사회에 대한 분노, 적대심으로 번져, 나중에 사회적인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와 제3조에서 '부양의무제'를 명시함으로 인해, 그 가족들은 평생 동안 당사자의 입원비, 치료비, 생활비까지 다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는 "이처럼 정신질환자가 경제적 자립이 안 되는 상황에서 부양의무자인 가족들은 함께 피폐해지고, 빈곤해 지며, 결국 당사자 가족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가족들은 정신질환자를 끝내 시설에 입원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비생산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같은 차별 법조문들을 폐지하고, 당사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커밍아웃(comming out)해 국가의 보건복지체계 안에서 관리 받으며 자립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에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야 하며, 이들의 자립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활동서비스 인정조사 개정 ▲직업훈련원 설치 ▲평생교육센터 설치 ▲자립지원센터 설치 ▲가족지원센터 설치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이 탈 시설화하여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며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부모 사후에도 체계적인 관리를 받아 강력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환자들의 조기 치료를 위해 진료거부 환자를 위한 다양한 진료 도입도 요구했다.

박정근 이사는 "정신질환자들은 병식이 없어, 입원 치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본인은 진료를 거부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족들은 난감하다. 병원을 못가 약물 처방을 못 받으면 질환은 악화되고, 사실상 방치되는 사례도 많다"며, ▲다학제 치료 모델 도입 ▲방문 진료서비스 도입 ▲화상진료 서비스 ▲다양한 공공의료서비스 전달체계 확대 등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사자와 가족들이 바라는 삶은 결국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차별받지 않는 복지 정책을 통해 당당하게 세상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주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모가 자식을 두고 마음 편히 죽을 수 있도록 국가 책임제를 실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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