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치료제 방치해 치매 환자 사망‥수 간호사 과실치사 '유죄'

신경독 포함한 치료제 음독으로 환자 사망‥의료진, 고위험군 약품 별도로 보관할 의무 있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7-08 06:05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요양병원 입원 치매환자가 병실에 그대로 방치된 '옴 치료제'를 마시고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 병동 수간호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약품을 혼돈할 위험이 있는 치매환자의 곁에 고위험군 약품을 그대로 방치한 수간호사에게 '과실치사'의 죄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울산지방법원이 간호사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죄를 물어 금고 6개월, 2년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요양병원의 수간호사로 지난 2017년 7월 20일 오후 7시경 B병원 501호실에서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피해자 C씨(여, 87세)를 인계받고 그의 보호자로 부터 피해자가 피부병인 옴이 있어 그 치료제인 로션을 전달받게됐다.

B병원은 노인들이 많은 요양병원이고, 옴 치료제 로션은 신경독을 포함하고 있어 음용시 신경계통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약품이다.

이러한 경우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은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약물 등과 음식물을 구별하지 못하여 음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러한 약품들을 간호사실 내 의약품 보관실에 보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보호자로부터 전달받은 로션들을 피해자의 병실에 방치한 채로 퇴근했고, 같은 날 오후 9시 10분경 옴 치료제 로션을 마신채로 의식을 잃은 C씨가 병실에서 발견됐다.

이후 C씨는 D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일주일 후인 7월 27일 사망했다.

이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당한 A씨는 당시 본인이 옴 치료제 로션을 방치한 과실은 있다고 인정했으나, 피해자 C씨가 해당 로션을 마셨는지가 불분명하고, 실제로 피해자 C씨에대한 부검결과 그의 신체에서 옴 치료 로션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A씨 본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서 사건 당일인 20일, A씨가 C씨 보호자로부터 주의 사항을 들었음에도 옴 치료 로션을 C씨 병실에 그대로 방치한 채로 퇴근한 사실은 다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9시 10분경 C씨를 제일 처음 발결한 것은 B병원 간호조무사로, 당시 간호조무사는 C씨가 뚜껑이 열린 옴 치료 로션 약통을 들고 있었고, C씨의 입 주위에 하얀 액체가 묻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간호조무사는 급히 옴 치료 로션 및 약통을 모두 수거한 뒤 20분 후 C씨의 병실을 방문했는데, C씨의 의식이 이상함을 확인해 당직 의사를 불렀다.

결국 D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C씨는 병원에서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저산소성 뇌손상이 있음이 확인됐다.

이후 D대학병원 의료진은 C씨에 대한 인공호흡, 수액 투여 등의 조치를 취했고, 상태가 호전된 C씨는 7월 26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는데, 그 직후 다시 증세가 악화돼 다음날인 27일 오전 사망했다.

D대학병원 의사는 의 사망원인을 '약물중독(옴치료제)', 사망 원인을 '외인사', 사고종류를 '중독'이라고 특정해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피해자의 사망 이후 부검에서 부검의는 피해자의 혈액에서 옴 치료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부검상 직접적인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뚜렷한 질병, 외상 및 중독 소견을 볼 수 없어 사인을 단정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우나, 기록상 피해자가 옴 치료 로션을 마신 상황이 추정되고, 해당 로션에 의한 사망 사례가 문헌상 보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부검결과를 내놓았다.

또 C씨의 사망 이후 변사사건 처리 업무를 담당한 경찰은 유족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옴치료 로션 중 개봉된 로션의 무게가 개봉하지 않은 로션보다 30~40g 적게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C씨는 치매 증상으로 2009년경부터 B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왔고, 평소 눈에 보이는 음식을 계속 먹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매일 아침 병원이나 보호자 측에서 C씨의 침대 옆 탁자에 요구르트 등 마실 것을 놓아 두었는데, 당시 C씨의 병실에는 옴 치료 로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 병원의 약물보관지침에 의하면, 약품은 정확하게 라벨링을 하여 정해진 약장이나 장소에 보관하여야 하며, 고위험군 약품은 다른 약품과 분리하여 '고위험군 약품' 표시를 하여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보호자가 지참해 오는 외부 지참약의 경우 이 사건 병원의 담당 의사로부터 사용 여부에 대한 허가를 받고, 허가가 내려지면 간호실 내 지참약 보관 서랍에 넣어 관리를 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증거들을 종합해 A씨가 자신이 소속된 이 사건 병원의 약물보관지침 및 외부지참약의 관리 업무에 위반해 위험한 약품인 린단 로션을 피해자 병실에 방치한 과실이 있고, 치매 증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C씨가 문제의 옴 치료제 로션을 음료수로 오인해 이를 마셨다고 판단했다.
 
또한 D대학병원 담당 의사의 의학적 판단 내용, 사망진단서 및 부검의의 부검감정서를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인이 린단 로션 중독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과실 및 그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A씨)이 치매 환자를 돕는 요양병원의 수간호사로서 치매 환자인 피해자에 대해 세심한 주의와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다했어야 함에도, 위 병원 내 지침을 위반해 위험한 약품을 방치한 과실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여 그 죄질이 무겁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비난가능성이 높고, 현재까지 피해자의 유족 측과 합의에 이르거나 그 손해를 배상하는 등의 피해회복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의 유족 측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그 전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당시 피해자의 보호자 측의 항의로 이 사건 병원이 어수선해 피고인이 다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위 보호자 측으로부터 받은 옴 치료제 로션을 방치하게 된 것으로, 그 범행 경위에 조금이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의 옴 치료제 로션 음용 사고 이후 나름 수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건실해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정상들을 참작하여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나서 주문과 같이 금고 6월 및 집행유예 2년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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