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무원 없이 진행된 현지조사‥절차에 어긋나 '위법'

심평원 직원만이 참여해 취득한 현지조사 자료‥행정처분 증거로 쓸 수 없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7-16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방문 없이 심평원 소속 직원들에 의해서만 실시된 현지조사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장관과 지자체장을 상대로 의사 A씨가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및 의료급여비용 환수통보 취소 등의 청구를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A씨는 지난 2016년 12월 5일부터 2016년 12월 7일까지 3일 동안 보건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복지부는 해당 현지조사 결과 A씨가 ▲내원일수 거짓청구 및 약제비 부당청구 ▲선택의료급여기관 이용절차 위반청구 및 약제비 부당청구 ▲의료급여기관 외 진료 후 의료급여비용 청구 및 약제비 부당청구를 실시해 의료급여비용 총 2천여만 원을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판단, 이에 대한 행정처분으로써 A씨에게 187일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의 의료기관이 소재한 B지역의 B지자체장은 A씨가 부당하게 편취한 의료급여비용 2천여만 원을 환수한다는 통보를 내렸다.

해당 사건의 핵심은 복지부가 실시한 '현지조사'의 '절차적 위법성'이었는데, 원고 A씨는 3일 간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었으며, 단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소속 직원들만이 병원을 방문해 현지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해당 현지조사가 조사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진 위법한 조사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복지부장관은 지난 2016년 11월 29일 A씨가 운영하는 병원의 현지조사를 위해 복지부 소속 주무관 C씨와 심평원 소속직원들로 이뤄진 '현지조사팀'을 구성했다.

이 현지조사팀은 2016년 12월 5일 오전 10시경 A씨 병원을 방문해 △조사의 범위 및 내용 △제출자료 △관계법령 △유의 사항 등이 포함된 현장조사서를 A씨에게 제시하고 바로 현지조사를 착수했다.

그리고 같은 날 현지조사팀은 A씨에게 '요양급여 관계서류 제출 요구서'를 제시하면서 서명을 하도록 요구했고, 이에 A씨는 자필로 '설명을 들었음'이라고 기재하고 그 옆에 서명했다.

문제는 현지조사가 이뤄진 12월 5일부터 12월 7일까지 현지조사팀의 반장인 복지부 소속 주무관 C씨가 단 한 차례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고, 심평원 직원들만으로 이뤄진 조사팀이 A씨의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였다는 점이다.

이처럼 심평원 직원만으로 이뤄진 현지조사에 대해 법원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의료급여법, 의료법,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복지부장관은 의료급여기관인 의료기관과 그 소속 의료인을 상대로 의료급여의 전반적 내용에 관해 행정조사를 실시할 권한을 갖고, 그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현지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

단, 현지조사를 하는 조사원인 복지부 소속 공무원은 그 권한을 나타내는 증표를 지니고, 그 증표와 조사명령서, 현장출입조사서 등을 조사대상자에게 내보여야 한다.

급여비용심사기관인 심평원은 급여비용의 심사·조정, 의료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급여 대상 여부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범위 내에서 독자적인 행정조사권을 갖고, 복지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복지부장관의 현지조사를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권한은 복지부장관에게 있고,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지조사를 실제로 집행해야 한다. 요양기관 현지조사지침도 복지부 조사담당자를 반장으로 해 조사반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장관이 소속 공무원의 현지조사권한을 심평원 또는 그 직원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규정이나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또 심평원이 현지조사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것을 전제로 심평원 소속 직원이 이를 보조하는 지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지, 심평원 소속 직원이 현지조사에 현장에 없는 복지부 공무원의 실질적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의료급여기관에 대해 현지조사를 독자적으로 집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의 해석이다.

나아가 지난 2013년 3월 28일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지조사 현장에 없는 상황에서 심평원 직원의 관계서류 제출요구를 거부한 형사재판 사안에서 대법원이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아닌 심평원 소속 직원의 관계서류 제출요청을 거부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에서 정한 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검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판례도 존재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해당 현지조사 기간 동안 현지조사팀 반장인 복지부 소속 주무관 C씨가 병원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고, 현지조사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와 확인서 및 사실확인서 청구가 모두 심평원 조사원에 의해 실시된 것은 권한 없는 자가 시행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현지조사 취득한 자료들은 증거로 쓸 수 없다.

이에 재판부는 "각 처분의 근거가 된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실시된 하자가 있어 위법한 행정조사에 해당하므로, 각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절차적 위법 주장에 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자체장의 환수 처분에 대한 것 역시 각 처분 사유들의 위반 부분이 인정되지 않고, 위법한 현지조사 근거로 이뤄진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그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해당 사건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의성의 김연희 변호사는 "현지조사는 행정조사에 해당하기는 하나 현지조사를 통해 위법 부당한 수가 청구의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행정 및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이상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현지조사의 근거 법령, 행정절차법 등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해당 판결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상 현지조사의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한으로 되어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 소속 직원에 의해 현지조사가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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