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의약품 오남용 예방·환자 의료주권 성장 계기"

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 직역 역할 강화·환자 알 권리 향상, 국민건강 개선 직결‥대체조제·약제비 절감은 과제
신은진기자 ejshin@medipana.com 2020-07-16 14:35

[메디파나뉴스 = 신은진기자] 지난 20년간 의약분업은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사진>는 16일 개최된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의약분업 제도 도입의 의의와 성과 진단에 나섰다.
 
이상이 교수는 의약분업을 통해 ▲역할 정립 및 서비스 질 향상 ▲의약품 오·남용 예방 ▲환자의 알 권리 향상 ▲국민 건강 향상 ▲의약품 사용량과 약제비 절감 ▲보건의료 정책과정의 혁신 경험이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료기관과 약국 간 무한경쟁이 불가피했고 처방전이 공개되지 않아 비방(秘方)경쟁에 그쳤다면, 분업 이후에는 각 직역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됐으며 약 서택의 폭 확대로 다양한 약 처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 오남용과 관련, 약국의 임의조제가 근절되면서 전체 항생제 사용량이 30% 감소하고, 경제적 이유로 인한 의사의 의약품 처방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통해 전체 항생제의 48.7%(연간 1억7천만건)이 소비됐다. 분업이 시작되면서 전체 상병의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54.7%에서 2018년 20.16%까지 줄었고, 일명 '감기'로 불리는 급성 상기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동 기간 73.33%에서 38.42%까지 감소했다.
 

이상이 교수는 "의약분업을 통해 의약품 오남용 예방에 대한 정책적 합의도 가능했다. 2001년부터 심평원 약제급여 적정성평가가 시행될 수 있었고, 평가결과가 의료기관 단위로 공개되면서 항생제와 주사제 등 의약품 처방률은 감소했고 처방 품목 수는 하락했다"라며 "또한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의약품 사용에 대한 국민의식이 향상됐고, 이는 항생제와 주사제 등 의약품 오남용 감소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의 처방 공개를 통한 환자 알 권리 향상은 의약분업의 근본적 취지이기도 했다. 의약사가 독점하던 정보가 환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환자들이 의료 주권자로 성장했다. 원외처방전 발행으로 약사의 복약지도가 활성화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약국 조제에만 의존하던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질환 조기발견과 진단에 근거하지 않은 의약품 오남용 폐해 개선이 가능해졌고, 의사와 약사가 처방과 점검이라는 각자의 직능에 충실해져 약화사고 예방도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의약분업이 건강보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상이 교수는 "건강보험 총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이 의약분업 이전이던 1999년 32.5%였으나 의약분업 시행 이후인 2002년에는 25.2%, 2018년 24.6%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의약분업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향후 과제로는 ▲의약품 사용량과 약제비 절감 노력 ▲임의조제와 대체조제 논란 해소 ▲의약분업 후속조치 미흡 해소 ▲의료전달체계 확립 ▲건강보험제도 지속을 위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이 교수는 "처방 건당 약 품목 수는 1999년 4.0개에서 2016년 3.6개로 감소했으나 OECD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2배 정도 많고, 경상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도 2017년 기준 OECD 평균이 16.7%인데 반해 한국은 20.9%다. 감소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높다"라며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 선호, 다량의 약을 사용하는 의사 처방 행태의 미흡함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체조제 활성화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지목했다. 제네릭 품질 개선을 기반으로 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로 약제비 절감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를 통한 약제비 절감이 필요하다. 단,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해소, 가격인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면서 "현재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가격차이가 적어 대체조제 유인이 적고, 약제비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은데 이를 개선하고, 의사-약사 간 상호 역할인정과 협조를 통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의약분업 합의안에 포함됐던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 구성 및 처방의 약품 목록 공유'와 의약분업 예외대상 및 예외지역 축소 노력과 함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상이 교수는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 구성 등 의약분업 후속조치가 미흡해 일차의료 중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의 단초가 무산됐고, 고비용-저효율 의료제공체계가 형성됐다"며 "지역사회에서의 의약 간 협업 강화를 통해 의원의 목적과 역할을 변화시켜야 한다. 의약분업은 제도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은 의약서비스 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거대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약 서비스의 질 향상은 이루어졌으나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은 미진했기에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의약분업은 의약품 공급 구조 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네릭은 물론 유통구조, 신약공급의 구조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밀린과제들을 실천하고 새로운 제도 개혁의 시발점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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