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도 책임감도 없는 정부 정책에 '경종' 울린 의대 교수

박윤형 순천향대 교수 "대안·기존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진행‥정책 실패 우려"
공보의·은퇴의사 활용 및 지방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 우선 고려 제안‥정부, 먼저 대화하자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8-11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이슈에 직접 실명을 밝히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한 교수들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청원을 주도한 것은 경기도립의료원 초대원장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위원, 규제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순천향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인 박윤형 교수.

지난 7월 29일 '당정 발표 의사 4천 명 증원안 재검토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린 후 전공의 파업, 의대생들의 수업 및 실습 중단, 향후 대한의사협회 주도의 전국 의사 총파업까지 사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박윤형 교수를 직접 만나 그가 이토록 이번 정부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까닭을 들어봤다.
 
▲ 순천향대 예방의학과 박윤형 교수

10년간 의대 4,000명 증원‥현실성도 근거도 부족해
 
국민청원까지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박윤형 교수는 일단 대화를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전공의의 파업,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등 불필요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의사 부족 등 현안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마련해 머리를 맞대고 현실 가능한 대안들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그와 뜻이 맞는 13개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15명이 이름을 올려 함께 제안한 국민청원에는 현재 당정이 발표한 10년간 의사 4,000명 증원에 대한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포함돼 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이번 정부 정책안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다. 1년씩 400명을 증원했다가 10년 뒤에 갑자기 의대 정원을 줄인다는 것이 말이 안 되고, 교육적으로도 학교에서 갑자기 늘어난 400명의 학생에 대한 교육도 난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도'로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스스로도, 원해서 의료취약지 의무복무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정부에서 정해진 곳으로 강제 배정돼 10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운영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사실상 실패했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 역시 학생들의 지원율이 저조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처럼 이번에 발표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추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미숙하게 마련된 채로 무작정 발표된 것 같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는 이유다.

박윤형 교수는 "당정에서는 OECD 평균 의사 수 등 OECD 평균을 근거로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왜 OECD 평균 병상 수와 의료 재정은 이야기 하지 않는가? 병상은 우리나라가 일본 다음으로 제일 많고, 정부에서 투입하는 의료 재정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의사, 병상, 의료재정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하는 데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두 가지는 고려 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만 문제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을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7.48명으로 미국 7.95명, 일본 7.14명, 캐나다 7.27명 등에 비추어 적지 않다.

또한 "자체적으로도 의사 추계를 했다고 하는데, 추계는 현재 자료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거다. 기상 예측도 어려운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한 추계가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그 예측 모델이 근거가 있는 지 여부다. 실제로 정부 추계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라고 꼬집었다.
 

허울 좋은 '공공의료' 프레임은 '환상'‥공공·민간 이분법 의미 없어
 
특히 박 교수는 정부가 '공공의료' 프레임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공의료가 부족하고, 그로 인해 공공교육, 공공병원 등을 확대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는 "사실 '의료'는 그 자체로 사회 인프라다. 그것을 공공과 민간으로 가르는 것도 넌센스다. 현재 민간 의료기관이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이 비영리기관이다. 사실 비영리기관은 국가 세금으로 운영돼야 하나, 여력이 안돼서 민간이 돈을 차출해 국가를 대신해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비영리기관이 설립한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은 투자한 사람이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라며, 공공과 민간 이분법적인 시선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국공립의료기관은 국가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아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 90%에 달하는 민간의료기관들은 정부 지원 없이 국가에서 필요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칭찬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체계가 약하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정부가 이야기하는 공공의료체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견해다.

박윤형 교수는 "우리나라만큼 공공의료체계가 잘 구축된 나라가 없다. 시군구마다 보건소가 있고, 의사 약 1,000명과 간호사 약 5,000명이 보건소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결핵 예방 접종, 전염병 관리를 잘 하고 있고, 방문 진료관리도 잘 되고 있다. 이것이 코로나19에서도 힘을 발휘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당시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의료진 '덕분에'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공의료체계가 취약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 공보의·은퇴의사 활용, 지방 중소병원 인건비 지원 제안‥세금 낭비 막는 법 있어

하지만 지방 중소병원에 실제로 의사들이 지원을 잘 하지 않아,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 이에 대한 박 교수의 해법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 배출되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들은 대다수가 보건지소에 틀어 박혀 임시직 진료의사 등을 하며, 하루에 환자를 5~10명밖에 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공보의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방의료체계의 아웃사이더다. 이들만 잘 활용해도 지역 취약지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보의를 군의관과 같이 지방보건행정체계 내에서 효과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해 역학조사관 및 필수의료 담당 의사로 활용하면 현재 증원하려고 하는 지역의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보의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일본의 경우에는 은퇴 의사를 보건지소에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약 500명 이상 배출되는 은퇴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병원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부정기 계약, 인센티브에 따른 급여 등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정부 차원에서 지방 병원을 지원해 안정된 직장을 운영하도록 한다면 지방병원 의사수급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기존의 정책들을 잘 닦아서 쓸 생각을 하기 보다는 새 의사를 배출하는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막대한 세금 낭비와 정책실패로 인한 피해에 대한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지금 정책을 고안하는 사람들 중 10년 뒤에 남아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책임성이 없는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따라서 학계, 의료계 전문가와 토론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쓰지 않아도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더 좋은 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기에, 활발한 토론을 거쳐 적정 의료인력 양성 활용방안 등 모두가 공감하는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 2020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관련 기사

[의대ㆍ의전원]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 rryu
    이번 정부의 무능한 4대의료정책은 국고를 낭비하고 전문가인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는 백해무익한 정책입니다. 의대증원 및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 부여해 주는것에 반대하신다면 다같이 힘을 모아 청원해 반대합시다. 아래 링크를 통해 청원내용을 한번만 읽어주시고, 동의하신다면 청원 동의를 부탁합니다. 청원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이런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registered/a73c3c6447a03a9ce054a0369f40e84e
    2020-08-11 22:45
    답글  |  수정  |  삭제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Generic & OTC


조운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