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멸균 재사용에 '비도덕적 진료행위' 처분‥法 "부당"

의료관행으로 용인됐던 금속성 척추 천자침 재사용‥복지부 돌연 자격정지 처분
국내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그간 '방임형'→최근 법 개정으로 '금지형' 전환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8-12 06:05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마땅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관행적으로 일회용 금속성 의료기기를 멸균 재사용해 왔는데, 최근 복지부가 이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낙인찍어 의사면허 1개월 행정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의사는 당시 금속형 척추 천자침의 멸균 재사용은 관행이었고, 이전까지 복지부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행위였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 역시 해당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대전고등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복지부로 하여금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6년 2월 26일 복지부로부터 지적을 받기 전까지 관행적으로 금속 천자침을 멸균 소독 후 재사용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6년 5월 29일,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금지하고, 그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을 명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이 시행됐다.

하지만 A씨는 이미 2016년 2월 26일 복지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때부터 천자침의 멸균 재사용을 멈춘 상태였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2017년 2월 23일 A씨에 대한 조사를 재시행하면서도 천자침 재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흘러 A씨는 제재저분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2018년 3월 7일, 돌연 복지부가 당시 천자침 재사용을 의료법에 명시한 '품위 손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며 의사자격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의사에게는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환자로 하여금 그 의사를 신뢰하게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는 의사가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그 구체적인 행위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으며, 의료법 시행령 제32조는 품위 손상 행위의 구체적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특히 제32조 제1항 제2호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진료행위 중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제공한 경우,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이나 변질된 의약품 등을 사용한 경우, 낙태하게 한 경우 등을 열거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를 참고하여)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사회통념상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진료행위 중 그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A씨의 천자침 재사용이 '비도덕적 진료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 사건 행위 당시까지도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관해 '방임형'에 해당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관해 법령상 명시적으로 금지한 적이 없고, 반대로 이를 허용하면서 멸균 소독 방법 등 적정한 재처리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의료계도 관행적으로 일회용 의료기기를 멸균 소독해 재사용했고 복지부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자격정지 등 제재처분을 한 사례도 없다.

그러다 지난 2016년 5월 29일 의료법 개정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해 점진적 '금지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의료법 개정에서는 제4조 제6항을 통해 '의료인은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을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 규정은 이처럼 '주사기 또는 주사용품'에 한정하고 있다.

물론 2020년 3월 4일 의료법이 제4조 제6항이 '의료인은 일회용 의료기기를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해서는 안된다'로 다시 한 번 개정돼 올해 9월 5일부터 시행 예정이나,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범위는 아직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정해지지 않았다.

즉, 새롭게 개정돼 시행 예정인 의료법에서도 '모든 일회용 의료기기'가 아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회용 의료기기'만을 재사용 금지 대상으로 정할 예정인 것이다.

특히, 이 사건 천자침은 재사용으로 인해 기능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오토클레이브 등을 통한 멸균 소독이 이뤄진다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가 사회통념이나 조리상 의사의 도덕성이나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A씨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 여부와 방법에 관해 전적으로 의료인의 책임과 결정에 맡겨져 있는 우리나라 법령 및 정부의 태도 하에서, 이 사건 천자침과 같은 금속성 의료기기를 널리 재사용하는 의료 관행에 따라 오토클레이브를 통한 적절한 멸균 소독을 거쳐 이 사건 천자침을 몇 차례 재사용했고, 그로 인해 기능상의 문제나 감염의 위험을 발생시킨 바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복지부의 제재처분이 사회통념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들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의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의성 김동필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나라였다. 그러다가 법 개정으로 올해 9월부터 복지부령으로 정해진 '일회용 의료기기'에 한해 재사용이 금지된다. 문제는 여기에 문제가 된 '천자침'이 포함되는 지 여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해외국가의 경우, 멸균 소독해서 쓸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을 정도로 천자침의 재사용이 '비도덕적 행위'로써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실 9월부터 법이 확대 시행될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구체적인 재사용 금지 일회용 의료기기 품목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될 것이다. 해당 법에 이번에 문제가 된 천자침이 포함될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 없이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해당 법이 시행되기 훨씬 전의 일이고, 관행적으로 정부에서도 묵인했던 사안이기에 이제 와서 문제를 삼아 의사의 '도덕성' 잣대를 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 2020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관련 기사

[판례]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Generic & OTC


조운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