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강행에 간호사 '우려'‥"의사 부족, 우리가 피해"

대형병원, 의사 부족해 간호사에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불법 의료행위, 환자 위협
전공의 집단 휴진으로 간호사 업무 부담 커져‥간호계, "의사·정부, 조속히 해결해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8-21 11:5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오늘(21일)부터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가운데, 의사인력 부족으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간호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공의 집단 휴진의 핵심은 역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 즉, 의사 인력 확대에 대한 반대인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거의 모든 대형병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진료보조인력, 일명 PA(Physician Assistant)에 의한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전국 의사총파업 단체 행동

먼저, 일찍부터 보건의료인력 및 공공의료 확대를 주장해왔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1일 의료계를 향해 불법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중심으로 진행된 전국 의사총파업이 있기 하루 전인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협의 총파업 강행을 규탄하고, 불법의료 근절과 환자 안전 위해 의사인력 확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21일부터 재차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 등에 돌입하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법을 위반하는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들을 지적하며, 의사가 부족해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불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조는 불법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수차례 진행하는 등 의사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불법의료 실태는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의사가 없어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 의료인력인 PA와 간호사 등이 의사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이들은 의사 대신 처방전을 작성하고, 수술을 진행하며 의사 대신 당직근무까지 서고 있다. 의사 업무를 전담해서 대행하는 PA는 전국에서 약 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사인력 부족이 심각해 PA와 간호사의 불법의료행위 없이는 의료기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다"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무면허 의료인력에 의한 의료행위는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미치고 있었다.

간호계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측이 코를 통해 위로 관을 삽입하는 과정(비위관 삽관)을 미숙한 간호사에게 맡겨 관이 위가 아닌 폐로 들어가 환자가 사망한 사례와, 백혈병을 앓는 아동 환자의 중심정맥관을 빼는 과정에서 앞 사례와 유사한 처치 미숙으로 폐 색전증이 생겨 사망한 사례 등 명백한 의료사고가 병원에서 왕왕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병원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환자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끼치고, 의료진 간 불신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해당 행위를 강요받은 간호사 등 개별 노동자들은 두려움과 불안함을 주고 있다.

병원은 의사가 부족하기에 의사 업무를 대행하라고 개별 간호사 등에게 명령·지시를 내리고, 이 지시를 받은 간호사도 불법임을 알지만 수직적 조직체계에서 역할 강요를 회피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보건의료노조는 또한 의사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불법의료행위가 간호인력 부족으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의사 업무를 대행시키기 위해 병원 현장에서는 경력 간호사를 PA로 차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잦은 이직에 허덕이는 간호 현장에서 경력 간호사들이 PA로 빠져나가면서, 그 빈자리는 신규 간호사 등이 메워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PA로의 간호사 차출로 간호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이는 곧 환자 안전 위협으로도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결국 근본적 원인인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불법의료 근절은 요원하다. 이렇듯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인력 확충 반대는 불법의료 조장과 다름없는 주장으로 읽힌다. 의사인력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병원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인 만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불법의료 문제를 의사인력 확대 없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라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절대 부족으로 발생하는 공백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 역시 파업 시작이인 21일 입장서를 발표하고, 의협과 정부의 협상 결렬, 전공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 등에 우려를 제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과대학 설립 및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세부 내용에는 논란이 될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 역시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의사들의 의사 증원 반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병원은 전문의가 아닌 값싼 전공의를 채용해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전공의 수련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것보다는 병원에 전공의 처우 개선이나 전문의 고용 확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의사 증원 및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 인력부족 문제가 간호사의 노동환경과 직결되는 점을 강조하며, 의사들의 무조건적인 정책 철회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병원의 정식 채용공고에 등장하는 PA간호사(혹은 전담간호사)는 국내에 1만 명이나 존재하지만 이들이 하는 업무는 사실 불법이다. 시술, 처치,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 주치의 당직 등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하는 것은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수년간 지속되어온 문제이다. 간호사의 절반이 유휴 간호사인 것도 문제지만 남아있는 간호사 중의 1만 명은 의사가 부족한 문제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며 맘 졸여가며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의사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피해를 입는 현실을 강조했다.

앞서 대한간호협회 공식적으로 의사인력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에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실제로 장기화되는 집단 휴진으로 간호사들이 의료공백을 메우느라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병원의 동료인 간호사들이 전공의 및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발 벗고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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