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도 '사전검열'‥헌법재판소 "위헌"

의료기기 광고도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재판관 8:1 의견에 따라 헌법 위반 결정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9-02 06:05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가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의료기기와 관련해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기기법 조항들이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제청 신청인인 A주식회사는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자체장으로부터 의료기기판매 업무정지 3일의 처분을 받았다.

A주식회사는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계속 중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및 같은 법 제36조 제1항 제14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내, 제청법원 전주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지난 2011년 4월 7일 개정되기 전 의료기기법 제24조(기재 및 광고의 금지 등)에서는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어길 시 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 정지를 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벌칙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며,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돼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돼야 하며,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이 개입하여 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행정기관의 자의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개입 가능성의 존재 자체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보아야 한다.

현재 의료기기 광고의 경우 식약처장으로부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심의를 수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에 따라 심의기관의 장이 심의위원을 위촉하려면 식약처장과 협의하여야 하고, 심의위원의 수와 자격, 임기 등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식약처고시로 규율하는 등 심의위원회 구성에 행정권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그 구성에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헌재의 판결이다.

헌재는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방법 및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식약처장은 심의기준 등의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심의기준 등을 변경함으로써 심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 내용 및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 처리에 있어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식약처장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을 정하면서 심의의 기준이 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매 심의결과를 식약처장에게 문서로 보고하여야 하는 점, 식약처장은 심의결과가 위 심의기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의기관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심의업무와 관련해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 의료기기에 대한 잘못된 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신체‧건강상의 피해는 크고, 잘못된 광고로 인해 신체‧건강상 위해가 초래된 경우 그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인 제재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의료기기 광고 역시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고,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적용돼, 의료기기 광고의 사전심의 조항은 헌법상 금지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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