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중 발생한 무면허 의료행위 심각‥ "대책 마련해야"

대리처방·수술 및 검사 동의서·수술 기록지 작성·의사 대신 당직 등‥의사 대신 환자 지킨 간호사 처벌 대상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9-09 15:0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전공의들의 파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가운데, 그간 일부 병원들이 전공의 파업으로 인핸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에게 의사업무를 시킨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이지만 10년 이상 자행된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각 산하 조직 10개 병원을 대상으로 의사파업 시기에 의사업무가 간호사들에게 얼마나 넘겨졌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결과에 따르면 병동/수술실/외래 할 것 없이 전공의들의 업무가 간호사들에게 대거로 넘겨지고 있었다.

주로 외과, 내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혈관조영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서 업무 이관이 발생했는데, 넘겨진 업무를 살펴보면 각종 동의서 받기(수술/시술, CT/MRI 등), 전공의 대신 당직 서기는 물론이고, 대리처방(교수 ID, 비번 알려줌), 창상 소독(드레싱), 수동식 인공호흡기 작동(ambu  bagging), 의사가 직접 투여해야 하는 항암제 등 주사제 대신 투여, 채혈 업무, 수술 기록지 작성, 중심정맥압(CVP) 측정, 심폐소생술(CPR), 중심정맥 삽입관 제거(C-line remove), 남성환자 요도관 삽관 (foley insert), 식도 내 튜브 삽관(L-tube insert), 각종 검사(코로나 검사, 혈액 내 미생물 배양 –blood culture-, 심전도 검사, 동맥혈채취 -ABGA-) 등이 있었다.

그러나 병원 경영진은 평소에도 이미 많은 의사 업무들이 넘겨졌기 때문에 이 행위들이 불법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다는 것이 의료연대본부의 설명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로 인한 피해는 불법 의료행위를 해야만 하는 간호사와 그로 인해 안전을 위협당한 환자의 몫이다. 조사결과, 현장에서는 각종 피해와 불편사례가 속출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를 하지 못해 경과관찰만 계속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입원환자 회진이 감소하고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지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간호사들이 의사(교수) ID와 비번으로 대리처방을 해야 했고 이에 대해 현장의 한 간호사는 "대리처방에 대한 책임을 병원이 져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니 무섭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래진료 및 수술이 연기된 것이 현장에서 꼽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심지어 응급환자의 수술 및 심폐소생술까지 지연되면서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치명적인 사례가 발생했다.

의료연대본부는 "함께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동료이자 보건의료 노동자로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이하 대전협)에게 묻고 싶다. 병원에 의사가 부족해져 PA가 의사업무를 대신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 의협과 대전협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 외에 어떤 대책을 냈는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의협을 향해 "의협은 무면허의료행위의 구조적인 문제는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해 매번 '(PA 등)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한다'며 법적인 고소‧고발 등의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집단진료거부를 하는 동안에도 이러한 무면허의료행위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커녕 또 다시 더 많은 무면허의료행위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늘 그랬듯이 병원장들과 의협은 조금의 반성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나아가 정부를 향해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불안에 떨고 환자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체계 구축을 논의하기는커녕 의협과 밀실합의 외에 무엇을 하였는가"라며, "병원 현장 곳곳에서 불법 무면허의료행위가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PA 등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대한 처벌강화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책 외에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복지부 역시 PA 간호사 등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안을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업무를 의사가 명확히 하도록 대책을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없으면 병원이 굴러가지 않을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일하고 있는 PA 간호사에게 그 권한도 주지 않고 무한 책임만 물었던 것이다.

이에 의료연대본부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와 현실을 뻔히 알면서 정부는 이제 더는 PA 간호사와 환자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향후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와도 간호사들이 해야 하는 무면허의료행위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OECD 평균 천 명 당 의사 수 3.5명에 비해 천 명 당 임상의사 수가 2.4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배출된 전문의들은 종합병원에 자리가 없어 대부분 개원을 하러 떠나고, 또 다시 부족해진 종합병원 의사 자리를 전공의와 PA간호사라는 상대적으로 값싼 인력으로 채우는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자본의 무한이윤 창출을 위한 탐욕을 통제하고, 의료인력과 의료체계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고민해야만 무면허의료행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 시작에 있어서 복지부와 의협은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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