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통한 비의료인 개설 병원, 사익 위한 운영에 '철퇴'

서류 등 외형 넘어 실질적 운영까지 종합적으로 판단‥'의료법 위반' 결론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9-16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법상 '의료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은 원칙적으로 적법하지만, 해당 법을 악용해 비(非)의료인이 의료법인을 개설해 자신의 사익을 위해 보건·의료사업을 하는 것은 '사무장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부산고등법원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부자(父子)지간인 피고들은 공모를 통해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법인 □의료재단을 설립해 순차로 이사장으로 취임해 2010년 10월 7일경부터 2018년 7월 31일 경까지 의료기관인 ○병원을 개설·운영했다.

검찰은 의료인이 아님에도 병원을 개설·운영한 피고인들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또 ○병원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약 224억 원, 의료급여비 약 30억 원을 지급받아 편취한 데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죄를 물어 기소했다.

문제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이나, 의료법인 기타 비영리법인 등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피고는 '의료법인'의 명의를 형식적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를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1심인 부산지방법원은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병원 운영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개입하지 않았고, 병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취지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부산고등법원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의료법 등 관련 법규에서는 의료법인의 임원 자격을 의료인으로만 제한하거나,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법인을 통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하여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이라는 합법적인 지위를 허울로 의료법인을 앞세워 실제로는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탈법적인 행태까지 용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해당 의료법인이 비의료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비의료인에 대한 의료법 적용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인지 여부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조사과정에서 사건 의료법인의 이사장은 피고인들이 결정하고 이사회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용됐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함에 있어서 병원 업무 전반에 대하여 전권을 가지고 의사결정과 집행행위를 주도했으며,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이 급여 또는 기타의 방식으로 향유한 경제적 이익이 너무 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익을 위하여 자신들의 개인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을 설립해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그 목적사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 어떠한 기준에 따라 이를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던 만큼, 이번 판결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법인의 '사무장병원' 여부 판단 시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관련 서류들의 외형을 넘어서 이 사건 의료법인 내부의 실질적인 운영 실체까지 검토하여 이를 통해서 파악되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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