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은 전공의 새 수장은 누구?‥김진현 전공의vs한재민 인턴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이후 내홍·의정합의 이행 감시 등 과제 산적‥구 비대위 출신vs신 비대위 출신 격돌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9-22 11:32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다사다난한 여름을 보내며 내부 분열로 진통을 겪었던 전공의들이 새로운 수장 선출에 나선다.

특히 차기 회장 후보에 구(舊) 비대위 출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3년차 김진현 전공의와 신(新) 비대위 출신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한재민 인턴이 지원하면서 3년 만에 치러지는 경선에 의료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왼쪽)기호 2번 한재민 후보, (오른쪽)기호 1번 김진현 후보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대전협 선관위)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으로 인해 8월 3일부로 무기한 연기된 제24기 대전협 회장 선거를 재개했다.

본래 7월 31일부로 선거후보자등록 기간이 종료됐지만, 대전협 선관위은 공정한 선거 진행을 위해 기존에 등록된 후보의 동의하에 선거후보자 등록기간을 9월 18일로 연장했다.

그리고 최종 후보에 등록한 후보는 기호 1번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3년차 김진현 후보와 기호 2번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인턴 한재민 후보 2명이다.

이번 선거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데는 3년 만의 '경선'이라는 점도 있지만,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이후로 투쟁 방법을 놓고 발생한 내부 분열 속에, 향후 의정합의 이행 감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전공의들이 누굴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회장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가 전혀 다른 배경과 경험,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향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기호 1번 김진현 후보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대전협 수련이사, 대한전공의노동조합 부위원장,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다 지난 2019년 9월부터는 박지현 대전협 현 회장의 파트너로 대전협 부회장직으로 재직한 인사다.

김진현 후보는 지난 8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주최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주역으로 참여해 8월 7일부터 약 한달 간 전공의들의 대정부 투쟁을 이끌었지만, 투쟁 마무리 과정에서 진료거부를 중단과 지속을 놓고 충돌하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사퇴하기도 했다.

이에 김진현 후보는 약 3년 간 대전협에 몸담으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회무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전공의들 간의 분열을 봉합하지 못했다는 구(舊) 대전협 비대위 임원으로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김 후보는 '하나 되는 전공의, 함께 쟁취하는 변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마에 나섰다.

김진현 후보는 출마의 변을 통해 "제 전공의로서의 삶은 대전협과 함께 시작했다. 전공의를 병들게 하는 수련환경, 국민의 건강을 처참히 짓밟는 의료 정책들에 맞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수련환경과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병원과 정부를 향한 전쟁의 최전선에서 꿋꿋하게 싸워왔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때도, 대전협은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왔다. 수련과 병행하기 녹록치 않았고, 때론 거대한 정부에 좌절할 때도 있었으나, 대전협이 무너지면 만 육천 전공의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그간 대전협 내 활동을 회고했다.

다만 최근 전공의 간 갈등을 의식한 탓인지 "그동안 대전협의 의견 수렴 및 의사결정 과정에 깊은 실망과 상처를 입은 전공의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과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 어린 반성과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미숙한 점을 보완하고 바꿔가겠다. 귀를 기울여 경청하고, 소통하여, 더욱 풍부하고 강력한 목소리를 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 후보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이 끝이 아닌 진짜 시작이라며, 언제든지 투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전공의 권익 향상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도 꿋꿋이 이어가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해낼 적임자는 오랜 경험과 인프라를 갖춘 본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전협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며 지지기반을 갖춘 김진현 후보와 달리, 기호 2번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인턴으로 재직 중인 한재민 후보자는 그야말로 '뉴 페이스(new face)'다.

그는 충북대학교 약대와 부산대 의전원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남해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먼저 근무하고 현재 2차 병원에서 인턴 수련 중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전협과 다소 멀리 있던 한재민 후보가 돌연 대전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배경에는 역시 지난 8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의 경험이 있었다.

한재민 후보는 "2020년 8월에 시작한 의료 현실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는 전국 1만 6천 여명의 전공의를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저 또한 그들 중 한 명의 목소리로 우리의 목소리가 '의미 있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우리의 그 '목소리'를 '밥그릇'이라고 하는 현실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에 급급했지만, 우리가 외치는 목소리의 진정성은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아니었기에 다소 힘든 순간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버텨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문제는 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의료계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젊은의사들의 행동이 지도자의 폭력적 '권위'에 의해 좌절됐다는 점이다.

한 후보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한 것은 전공의를 비롯한 우리 젊은 의사들이었지만, 범투위의 위원장을 맡은 최대집 의협회장의 독단적인 합의문 강행으로 인해 젊은 의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게 되었다. 더욱이 그 이후 우리가 그토록 믿고 따랐던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겸하고 있었던 박지현 선생님의 일방적인 병원 복귀 통보는, 우리가 최대집 의협회장에게 느꼈던 똑같은 실망과 배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출마의 변에서 밝혔다.

실제로 한재민 후보는 지난 8월 집단 진료거부 등 대정부 투쟁 이후 대한의사협회 등 기성 의료계 집단에 대한 배신감에 따라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는 일선 전공의들의 소망과 함께 탄생한 신(新)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한재민 후보는 구(舊) 대전협 비대위의 진료거부 중단 결정 및 갑작스러운 총사퇴 이후 전공의 단결을 위해 그날 저녁 임시 온라인대의원 총회를 통해 신(新) 비대위를 조직해 임시 인준을 받고, 전국 전공의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전국 단위 설문 조사를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대의원총회에서 병원 전공의 대표 선생님들의 의견을 나누기 위해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재민 후보는 구 비대위를 포함한 기성 의료계 집단에 대한 반발 속에 탄생한 신(新) 비대위를 등에 업고 있으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의 투쟁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 후보는 "더 이상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우리가 기민하게 반응하고 움직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의 신념에 찬 목소리가 다시 하나로 뭉쳐질 수 있도록 함께 발맞춰야 한다. 폭력적인 권위에 의해 망가진 우리의 상처를, 우리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저희에게 기회를 달라"고 밝혔다.

현재는 박지현 회장의 대전협 집행부와 대전협 신 비대위가 각각 대전협에 존재해 불편한 동거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정식으로 인준을 받지 못한 신 비대위는 차기 회장 선출 이후 첫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인준 여부와 함께 비대위 존속을 결정할 예정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매력의 회장 후보들이 맞붙는 이번 제24기 대전협 회장 선거에, 전공의들의 선택은 누구에게 향할지, 그 결과는 개표가 이뤄지는 10월 9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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