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동의서' 받았지만 수술내용 없으면‥설명의무 '위반'

수술동의서에 예상되는 위험성·부작용 등 내용 없어‥의료사고 위자료 책정에도 영향 미쳐 주의 요망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9-23 06: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이 강화되면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강조되는 가운데, '수술동의서' 작성을 통해 설명의무를 갈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수술동의서'를 작성 받았다 하더라도 실제 수술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의 내용이 수술동의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설명의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결이 나와 의료인들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한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술동의서를 받은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뒤집고,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전제 하에 책정한 위자료 부분을 파기하고 재심의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지난 2012년 11월 17일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내원한 환자 B씨에게 소음순성형, 요실금수술, 질성형 등의 수술을 추천했고, 상담을 마친 B씨는 성감질성형과 소음순성형에 대한 수술동의서를 받았다.

실제로 A씨는 B씨에게 소음순성형술, 음핵성형술, 사마귀제거술, 매직레이저 질성형술, 성감레이저 질성형술을 각 시행했는데, 원심인 서울지방법원은 의사 A씨가 수술 과정에서 B씨의 소음순을 과도하게 절제하고, 질 부위를 과도하게 축소한 과실로 B씨에게 외음부 위축증 및 협착, 골반통 등을 발생하게 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의사 A씨의 설명의무 위반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 이 사건 수술상 나타난 의료과실의 내용 및 경위, 이 사건 의료과실 이후의 사정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위자료 7백만 원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사 A씨가 환자 B씨에 대한 음핵성형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환자가 이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위자료 부분에서 의사 A씨의 손을 들어 준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단을 내렸다.

앞서 2007년 5월 31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이나 그 후에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할 때, 응급 환자인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이나 부작용 등에 관해 당시의 의료 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필요성과 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해당 의료행위를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위와 같은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도 만약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의료행위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가정의 승낙에 의한 면책'은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었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앞서 원심은 의사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수술동의서에 소음순성형술과 음핵성형술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A씨가 음핵성형술에 관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음순과 음핵은 해부학적으로 다른 신체부위이고, 일반적으로 소음순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돼 시행된다고 볼 자료도 없다. 또한 A씨가 작성한 수술동의서 중 ‘소음순성형’ 부분에는 소음순수술과 관련된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음핵성형술과 관련된 아무런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으므로, B씨가 음핵성형술에 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B씨가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환자 B씨는 당초 소음순 교정과 요실금 치료를 위해 A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에 내원했으며, 소음순 교정을 위해 음핵성형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피고로부터 음핵성형술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수술에 동의했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대법원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의사 A씨가 환자 B씨에게 음핵성형술에 관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아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설명의무 위반 사항을 포함해 환자 B씨에게 발생한 외음부 위축증 및 협착, 골반통 등을 발생하게 한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B씨의 성별과 나이, 수술상 나타난 의료과실의 내용 및 경위, 의료과실 이후 사정 등을 참작해 위자료를 재심의하라고 원심에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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