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부담에 얹혀진 ‘상온 백신’…물량확보-재발방지 ‘시험대’

질병청, 인플루엔자 사업 중단 결정 불구 ‘문제없다’ 강조
폐기 가능성 배제 불가…기관신뢰도, 물량추가확보 부담 가능성
유통 사고 재발 방지 위한 조기 대응 필요…업무 부담 가중 예고
이정수기자 leejs@medipana.com 2020-09-23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질병관리청이 이달 승격으로 새 출발에 나서자마자 뜻하지 않은 사고로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서 대응력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질병관리청은 21일 밤 국가 인플루엔자 필수예방접종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백신에 대한 품질 검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품질 검사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2주 동안은 사업을 재개할 수 없게 됐지만, 방역당국은 품질 검사를 마친 후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예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폐기 시 추가 확보와 재발 방지다.

질병관리청은 폐기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지 않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품질 검사 결과 폐기가 결정될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날 식약처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 이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백신 효능과 관련된 단백질 합량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전 항목에 대한 검사 실시로 품질 전반을 최종적으로 확인코자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폐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식약처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즉시 물량 공급을 통해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만일 청장 의견과 달리 폐기가 결정 되면 폐기 가능성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던 정 청장은 이번 사태로 그간 방역 과정에서 쌓아온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응 계획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폐기된 백신 물량만큼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면 이 역시 부담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5~6개월에 이르는 생산기간이 필요해 현재로선 생산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유료로 공급되는 백신 중 일부를 끌어오거나 국가 예방접종 대상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데, 두 대안 모두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신고에 관련된 백신만 상온에 노출됐다면 물량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전국에 유통되는 과정에서 동일한 상황이 수차례 벌어졌다면 문제되는 백신 물량은 많아질 수도 있다.

이번 유통 사고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유통 기준 준수 여부 확인 등 강화·보완해나가야 할 부분을 검토하겠다”며 “유통현황 조사와 품질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문제는 속도다. 예방접종 사업 초기 단계이니만큼, 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달 말까진 이번 사태가 재발될 수도 있는 만큼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현 체계에서는 재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정 청장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정 청장은 “인플루엔자 백신과 같은 제품은 콜드체인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전국 공급 시에 세부적인 유통 상황을 모두 다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이제 막 청으로 승격해 조직 정비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질병관리청에게 업무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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