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서 '병원 입점예정' 명시 컨설팅업체, 채무불이행 판결 왜?

수원지법, 분양계약 해지·손해배상 결론… "분양자료와 달리 병원 1곳 입점, 6개월만에 운영 중단"
등기비용·인테리어 비용 배상… "병원 입점 관련 증거 보전해야 피해 줄여"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20-09-23 06:06
약국 분양 과정에서 병원 입점을 보장하는 특약사항을 내건 컨설팅 업체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분양대금과 손해배상액 등을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특약을 통해 '이비인후과, 피부과, 365 열린의원 등 입점예정'이라고 명시한 업체의 약속과 달리 각각의 진료과목을 내건 병원 1곳만이 개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료가 중단됐던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약국이 상가분양 과정에서 병원 입점 관련한 증거를 반드시 보전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A약사가 분양업무를 담당한 B업체와 직원 C씨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반환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을 보면 지난 2017년 11월 A약사는 B업체와 사건 건물 1층 102호와 103호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약국 독점권과 건물의 병원 입점을 보장하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포함됐다.
 
특약사항에는 이비인후과, 피부과, 365 열린의원 등 입점예정을 명시했고 병원 미입점 시 상호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며 이유 없이 계약을 무효화하고 입금액 및 등기비용을 포함해 환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약국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무리 된 이후 건물 2층과 3층에 진료과목을 이비인후과 365진료, 피부과로 표시한 D병원이 개원했지만 개원 후 4개월 뒤 야간진료와 휴일진료가 중단됐고 6개월 뒤에는 2층의 이비인후과 진료 중단, 9개월 뒤에는 3층의 피부과 진료도 중단됐다.
 
이에 A약사는 운영주체와 진료과목이 다른 병원 입점을 보장한다는 입점보장약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분양계약을 해제했기에 원상회복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B업체는 특약사항에 운영주체를 달리하는 3개 병원이 입점한다고 기재되어 있지 않고 입점예정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3개의 병원 입점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병원 원장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현실적으로 입점이 됐기 때문에 입점보장약정을 모두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 입점보장약정서 '병원' 별개 운영주체와 진료과목 달라
 
양측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A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B업체가 특약사항에 포함된 '입점예정'이라는 문언에 비춰 '이비인후과, 피부과, 365 열린의원' 입점을 약속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입점보장약정에서 의미하는 '병원'은 별개의 운영주체와 진료과목이 다르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판단이다.
 
즉, 입점보장약정 대로라면 해당 건물에 원장이 다른 '이비인후과, 피부과, 365 열린의원'이 입점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특약사항에는 입점할 병원의 종류와 진료과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분양계약에 입점보장약정이 포함된 취지와 내용 등에 비춰보면 입점예정이라는 문언은 '병원이 이미 개원한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로 보일 뿐 '입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상가분양자료 중 2층 평면도에는 '이비인후과, 피부과 계약 완료'라고 기재되어 있고 3층 평면도에는 '계약완료'라고 기재되어 있다"며 "분양계약이 체결된 무렵 건물 외부 벽면에는 D병원 개원 1월 오픈 확정! 3층 365 열린의원 확정, 2층 이비인후과, 피부과 확정'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었다. 3개 병원이 별도로 입점할 예정이라는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원은 "건물에 1개 병원만 입점할 경우 병원이 폐업하면 더 이상 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특약사항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입점한 병원은 진료과목을 피부과, 이비인후과로 표시하기는 했으나 피부과를 주로 진료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원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입점보장약정에 따라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의 해제에 따라 B업체가 A약사가 지출한 등기비용,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약국 체인 가맹비에 대해서는 피고 회사가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B업체가 A약사에게 분양대금 15억원과 손해배상 1억2천여 만원, 권리금 2억3천만원을 비롯해 법정이사를 지급하라고 결론내렸다.
 
이번 판결은 특약을 통해 병원 입점 보장을 약속받았다고 해도 '입점예정' 등 명확하지 않은 특약내용으로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라 약국의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
 
이번 사건을 맡았던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입점과목을 진료과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의사가 잠시 봉직의로 근무했다가 나가는 것만으로 약속했던 병원이 입점했다고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약국 상가분양에 있어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병원 입점과 관련된 증거를 보전해야 한다"며 "계약서 작성 이전부터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서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2020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판례]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Generic & OTC


이호영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