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업무범위 갈등에 발목잡힌 'PA 대안' 전문간호사, 해법은?

국가가 나서 직종 간 설득 나서야‥보사연, '전문간호사 행위 평가위원회' 설치 등 제안
PA 등 불법의료인력 해결 시급‥"전문간호사 업무로 재편하거나 불법행위 재정리해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9-25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전문간호사제도 활성화에 대한 의료현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문간호사 제도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 허용에 대한 의사 직종의 견제로 발목잡히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 논의마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만연해 있는 PA 등 불법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직종 간 중재를 통해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지난해 복지부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마련한 '전문간호사제도 활성화를 위한 연구'의 내용이 공개됐다.

보사연은 만연해 있는 PA(Physician Assistant)등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간호사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 논란이 되고 있는 직종 간 업무범위 갈등 해결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정대로라면 해당 연구 용역 등을 토대로 올해 3월 28일까지 의료법 개정에 따른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담은 보건복지부령이 신설·시행됐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해당 논의가 무기한 연기되며 현재 의료 현장은 전문 간호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불법 의료인력인 PA 등이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보사연 역시 ▲노인인구 증가 ▲만성질환 및 복합질환 유병률 증가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의 향상 ▲의수 수급 제한 ▲전공의 특별법 시행 이후 전공의 수련시간 감소에 따른 업무 공백 발생 ▲국가보건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 필요성 등으로 전문 간호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현 전문간호사 제도는 현실적 한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간호사는 업무 범위와 역할이 모호하고, 13개 분야로 과도하게 전무분야가 세분화되고, 사응하는 수가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매년 배출되는 숫자가 감소하고 있어, 2018년 전문간호사 유효수요율이 5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제도로 인해 간호사들 스스로 전문간호사 과정을 이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고, 이에 의료현장에서는 신규 간호사들을 병원의 필요에 따라 '전담간호사', '진료협력간호사', 'PA', 'SA'라는 이름으로 법적 근거가 없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진료지원 간호사'를 끊임없이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정식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병원의 필요에 의해 훈련되고 있으며, 그렇다보니 업무 범위와 역할이 다 다르고, 제대로 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지난 2018년 3월 의료법 개정에 따라 2020년 3월까지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법으로 정해, 전문간호사제도의 약점을 보완하고 제도의 활성화를 꾀했다.

문제는 이 전문간호사에게 어느 영역의 의료행위까지를 허용해야 하느냐이다.

전문간호사는 간호사의 면허를 가진 자 중에 별도의 자격을 부여받은 자이므로 전문간호사의 행위는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에 귀속된다. 하지만,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큰 틀에서 의료행위에 속하므로 추상성을 갖게 돼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행위 중 간호사의 업무와 의사의 업무 사이에 걸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보사연은 전문간호사의 업무가 통상적으로 수행되어 온 간호사의 업무를 벗어난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인지, 이미 수행되고 있는 간호사들의 업무 중에 난이도가 높고 숙련이 필요한 행위를 규범화하는 것인지 전문간호사 업무와 의사의 업무 간의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간호사 업무가 현행 간호업무 일부를 전문화하는 경우는 별도의 법률적 보완이나 해석이 필요치 않지만, 전문간호사 업무가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를 의미할 경우, 기존에 의사들이 하는 행위 중에 일부를 전문간호사가 수행하거나 의사들이 수행하지 않는 행위 중에 새롭게 발굴된 행위를 전문간호사가 수행하는 영역이 존재하게 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전문간호사 제도에 대한 논란은 의료행위의 책임여부를 중심으로 직종간의 갈등 양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전문간호사들이 의사 고유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보사연은 "분업적 의료행위로 인한 책임 여부를 논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이나, 이는 사회적 합의 이후에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이 문제로 인해 제도의 집행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국가차원에서 구체적인 연구와 근거축적 작업을 통해 여러 직종의 의료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직종 간 논란의 소지가 많은 기존 간호업무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업무범위의 경우,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수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의료인 간 합의를 실시하고, '전문간호사 행위 평가위원회'를 설치하여 우려가 제기되는 행위들을 신청하도록 하고 신청된 행위에 대해 수행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기관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기관과 소속기관의 전문간호사 단체 간 업무범위에 대해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합의가 이뤄졌다면 전문성 있는 업무에 대한 추가 보상기제 도입 및 중장기 간호사 인력 수급계획 도출 등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법제화 할 때는 유사 사안에 관련된 법령 간 충돌이 없고, 국민건강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이나 보건의료 관계 법령과도 정합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의료행위의 종류와 개념에 대해 법률로 임의로 규정하는 경직된 형태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 해석에 맡기는 유연한 형태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나아가 보사연은 "대형병원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일부 PA 역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문간호사 직역의 업무로 재편하거나 또는 절대 수행해서는 안될 업무 등으로 엄격히 재정리하여 일선의 불법적 상황을 정리할 필요 있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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