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폐암 생존율 2배 높인 면역항암제, 접근성 변화 기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종양내과 고윤호 교수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20-10-12 06:03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 발생률은 OECD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나, 암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망 위험은 다른 질병 대비 가장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 수명까지 암에 걸릴 확률이 35%에 달했다. 조기 진단과 더불어 진행성 암에 대한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암 치료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최초의 세포 독성 항암제가 개발됐고, 현재까지 다양한 고형암에 세포 독성 항암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암세포와 정상 세포 구분 없이 공격하는 탓에 부작용이 부득이하게 발생한다.
 
이후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 항암제가 개발돼 다수의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성 기전 및 부작용 등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등장한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주역이다. 면역항암제는 종양 관련 면역 체계의 조절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사멸하는 효능을 보여주고 있다.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나 세균 뿐만 아니라 암세포 등으로부터 우리 신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 체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억제된 환자들의 암 발병 비율이 매우 높고 예후가 불량한 것을 고려한다면, 발병 기전뿐 아니라 암 치료 면에서도 종양 관련 면역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면역항암제 원리를 발견한 제임스 앨리슨과 혼조 타스쿠 박사는 지난 2018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면역 체계를 유도하거나 강화시키려는 다양한 노력들은 실패로 끝났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종양 면역 치료에 대한 비관적 인식을 극복하고 새로운 암 치료 전략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현재 PD-1 혹은 PD-L1 억제제는 악성 흑색종 및 다양한 암에서도 좋은 임상 결과들이 도출됐다. 그리고 출시된 면역항암제들은 비소세포폐암, 신장암, 두경부 편평세포암, 요로상피세포암, 호지킨림프종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가 임상에서 활발히 적용된 폐암의 경우, 2016년 '키트루다'가 백금 기반 항암요법에 실패한 표적이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서 도세탁셀 대비 약 2개월 정도의 유의한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이는 폐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시대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됐다.
 
키트루다는 2차 이상 치료 뿐만 아니라 1차 치료제로서도 단독 혹은 항암제와의 병용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종합해보면 면역관문억제제는 임상 효능이 탁월하면서도 부작용 면에서는 기존 치료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동시에 유도된 종양 반응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명백한 치료적 이득이 있다.
 
그렇지만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의료비 증가 부담에 대한 우려 역시 높다.
 
그러므로 삶의 질 개선이나 생존기간 연장 등 임상적 효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해 치료를 하는 것이 약제 비용-효용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볼 수 있다. 
 
현재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 선별을 위해 잠재적 바이오마커 연구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PD-L1 단백 발현 분석이나 MSI 변이 분석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임상적인 면에서는 간 전이, 뇌 전이 여부 혹은 일상 수행 능력 등도 중요하다.
 
현재 보험 급여가 되는 2차 이상의 폐암 치료의 경우, 질병 진행 및 일상 수행 능력이 불량한 환자들이 증가함을 고려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사후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면역항암제의 효능은 기존 임상 연구 결과보다 미흡한 생존기간을 보여줬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10.23개월, 1년 전체생존율: 46.57%, 무질병진행기간 중앙값: 5.13개월, 6개월 무질병진행률: 47.53%).
 
여기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분석에 포함됐던 대부분의 환자(98.5%)들이 2차 이상에서 투여됐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 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키트루다 단독(PD-L1≥50%)치료를 할 경우, 환자들의 5년 장기 생존 혜택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 5년 시점에서 키트루다의 전체 생존율은 31.9%로, 항암화학요법의 16.3% 대비 약 2배 높았고, 키트루다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26.3개월로, 항암화학요법(13.4개월)에 비해 약 2배 연장됐다.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 병용요법은 바이오마커 발현과 상관없이 임상적 이득을 보여주고 있고, 약제 관련 독성 증가 우려는 있지만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 이제 폐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는 중요한 옵션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실제 임상에서는 약 40%의 폐암 환자들이 2차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가 단 한 번인 것을 고려한다면, 효과적인 약물을 1차 요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면역항암제는 폐암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되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최근 항암 신약 관련 정책 토론회에 참여한 폐암 환자의 보호자는 "암 환자 보호자가 본 현 건강 보험 정책은 불 난 집을 관망하는 것 같다. 일반 국민 대상 보험 혜택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하루가 급한 폐암 환자들은 비용 부담으로 메디컬푸어로 전락하거나 치료도 못해 보고 사망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환자들에게 제안하지 못하거나, 제안을 하더라도 경제적 부담으로 환자가 주저하는 모습을 볼 때, 의료진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이번 달 14일,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지난 3년간 기다려온 폐암 환우들의 바람이 이뤄져 최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고|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종양내과 고윤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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