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병리'의 '디지털 전환' 준비 끝‥정책적 지원만 남았다

보건의료에서 디지털화 되지 않은 마지막 분야
병리학회 "병리도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힘을 실어 주길"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20-10-19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보건의료에 빅데이터화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병리학에 I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병리'가 좋은 예다.
 
디지털 병리는 쉽게 말해, 병리과의 모든 업무가 디지털화된 것이다.
 
현재 병리과 검사 시스템은 조직을 육안 검사하고, 파라핀 블록을 만든 후 유리 슬라이드 위에 얹어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하고 판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디지털 병리 환경에서는 모니터 앞에서 영상을 진단하게 되며, 2차 진단을 비롯한 협진을 할 때도 슬라이드 대신 디지털 파일만 공유하면 된다.
 
대한병리학회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의료를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 자신했다.
 

◆ 현재 병리과 검사의 '미충족 수요'
 
'의료발전 및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한 병리학의 미래' 간담회에서 만난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병리과)은 '병리'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디지털화 되지 않은 마지막 분야라고 꼽았다.
 
장 이사장은 "병리과 검사는 전부 사람 손으로 해야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로 전환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국민 보건 향상과 미래 의료로 도약하는 바탕이 디지털 전환이라고 판단해 여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이 직시한 병리과 검사의 문제점은 분명했다. 많은 업무량, 높은 난이도, 정확한 진단의 어려움, 인력 부족 등이다.
 
병리 검사는 암환자의 증가와 더불어 매년 3% 가량 증가하고 있다. 단순 조직검사 이 외에 면역조직화학검사, 분자유전체검사 등으로 병리가 해야할 일도 다양화되고 있다. 질병 분류도 점점 세분화돼 각각에 맞는 치료법에 따라 적절한 초전문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병리 전문의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공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 병리 진단이 지연되고 뒤따르는 치료, 시술도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를 주고 받다 보니 운반 중 손상되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차 진단이나 협진 등도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경우에도 재정, 시간 부담이 발생해 많은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 디지털 병리가 '미래 의료'라고 불리우는 이유
 
'디지털 병리'는 유리로 된 환자의 조직 표본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진단하는 대신, 고배율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해 컴퓨터로 보면서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환자 안전 향상', '진단 효율성 극대화', '인력관리' 및 '자원 이용 효율화', '미래 의료 기술로의 도약' 등이 혜택으로 정리됐다.
 
특히 병리조직의 디지털화에 이어 '인공지능'이 접목될 시, 병리 의사들의 업무 과부하 문제가 대폭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 이사장은 "디지털 병리는 진단 오류를 최소화하고 초전문 정밀 진단의 바탕이 될 것이다. 진단 보조 알고리즘을 통해 진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병리는 병원의 비용은 물론, 환자 비용과 정밀 진단 비용 등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미래에 사용해야 할 의료비용 지출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병리의 디지털화가 결국 국가적 의료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병리의 디지털화는 결국 국가적 의료 빅데이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는 결국 AI 진단 기술이 개발되는 생태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국가적 지원'이 따라와야하는 이유
 
대한병리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혁신적 의료기술의 급여화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AI 기반 병리학 분야 의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화 된 병리 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접목되면 국민 보건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리학회는 디지털 인프라의 시급한 구축을 요청했다.
 
영상의학의 경우 디지털화 과정에서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이 도입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급여화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영상의학 분야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바 있다.
 
장 이사장은 "영상의학은 현재 매우 경쟁력 있는 분야이고 우수 인력이 모이고 있다. 병리학 분야는 개별 기관에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 수가체계에서는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디지털 병리를 실제 병원 환경에 적용시키기위해 개념 및 병리과 내 검증 절차 등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디지털 병리 가이드라인 권고안'에 따르면, 적용 범위, 기본 용어 설명, 디지털 병리 시스템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려 사항, 디지털 병리시스템의 성능 평가를 위한 지침 및 고려 사항, 원격 병리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장 이사장은 "디지털 병리 기술을 현장에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선제적 환경은 학회가 만들어냈다. 이제 디지털 병리도 가산점을 부여해 전국적으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힘을 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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