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들'
'3분 진료·기피과'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체계‥"바꾸고 싶다"

저자 동국의대 김보규씨 외 70명‥"반대 위한 반대 아냐, 기형적 수가 등 근본적 개선방향 제시하고파"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10-20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지난 8월, 의대생들이 학업을 뒤로한 채 거리로 뛰쳐나왔다.

동맹휴학, 의사국시 접수 취소 등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거리로 나온 의대생들이 자신의 1년을 바꿔서라도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의 이유를 담은 책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이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집필을 주도한 동국의대 의학과 2학년 김보규 씨<아래 사진>는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으로 붕괴위기에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를 알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여론 속 자성도‥'왜' 단체행동에 나섰는지 국민 설득하고 싶었다

실제로 약 한 달간의 의료계 단체행동 과정에서 '의료계 파업'에 대한 뉴스는 많았지만, 의대생들이 '왜' 단체행동을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뉴스는 많지 않았다.

의사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불편과 피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이들이 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김보규 씨는 "지금까지 의사집단이 자정하는 시도가 부족했던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왜 국시거부를 하게 되었나'에 대한 근본적인 담론이 실종된 현실에 화가 나기보단, '그동안 우리가 현실 정치에 너무 무지했구나'하는 반성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국시 거부를 향한 비난 속에 '의대생이 왜 국시 거부까지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메시지마저 묻혀버린 것이 슬펐습니다. 비난 받는 메신저라고 해서, 그 메시지마저 거짓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동국대의대TF는 SNS를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 지금까지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대한 내용을 꾸진히 업로드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신 분들과 저희의 글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얘기를 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존재했다. 단체행동을 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정확히 왜 파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나쁜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느꼈다.

김보규 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저희의 목소리가 최대한 다양한 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카드 뉴스, 만화와 같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이해할 수 있는 컨텐츠 위주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SNS는 특정 연령대가 주로 이용한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고자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책 발간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책에 대해 소개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저희가 응원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저희를 응원해주시면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겠지만, 저희는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의료 정책이어떤 파장을 가져올지에 대해 여러분과 같이 고민하고자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비난 받는 메신저라고 해서, 그 메시지마저 거짓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의료 정책에 대해 집중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체계 악화시키는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그보다 중요한 건'
 

이 책의 시작은 '왜 의대생은 거리로 나왔나'로 시작된다. 알려진 대로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에서 시작된 단체행동이지만, 그것을 '왜' 반대하는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책에서는 1977년 건강보험이 처음으로 실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졌고 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보규 씨는 "병원에 방문하실 때 불만과 불편함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진료 시간이 짧고, 의사가 불친절하다는 말씀이 이어진다. 저 또한 그런 적이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병원에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책에서는 왜 지금까지의 의료 시스템이 '3분 진료'로 대표되는 불편한 경험을 유발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앞으로 더 나은 의료 체계를 위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전, 의사는 보험이 적용되는 일부 국민에게 적자를 보았지만, 나머지의 비보험 환자에게 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러다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되면서, 정부는 기형적인 수가를 바로잡는 대신 지정 진료비, 상급 병실료 등 여러 가지 보완책을 고안했다.

의사들은 비급여 진료를 늘릴 수밖에 없었고, 의사들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은 여러 보완책 하에 유지됐다.

그리고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약품을 통해 손실보전 할 방법도 사라진 의사들은, 원가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수가 속에 피부와 미용 등 비보험 시장을 넓히거나 박리다매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는 등의 방법 말고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
 

그는 "인건비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진료를 해도, 적자가 날 정도로 왜곡되어 있는 수가 체계 때문에 박리다매식 진료, 장례식장과 푸드코트 등의 부대시설을 통해 손실을 메꾸지 않으면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왜곡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개선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가 문제는 의료 시스템을 왜곡하고 기피과의 기피과를 심화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수가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또, 수가 문제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예를 들어 흉부외과 전문의가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흉부외과 전문의는 뽑으면 뽑을수록 병원에 적자를 가져오는원흉이기에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전문의의 채용을 최소화하고, 그 결과 일자리가 한정되게 된다. 그렇기에 흉부외과 전문의는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전공을 살려서 일하지 못하고 하지 정맥류 클리닉과 같은 의원을 개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높은 의료사고 위험, 높은 의료분쟁 비용 문제 등도 기피과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대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해결책을 내 놓은데 대해 의대생들은 오히려 의료 시스템의 혼란과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보규 씨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엄밀히는, 우리가 소위 기피과라고 부르는, 필수 의료과를 희망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문제이다. 그럼에도 기피과의 경우에도 대부분 전국에 해당 과 전문의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하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 문제를 근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병원이 기피과 고용을 꺼리게 하는, 진료를 할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수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 의대 역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까지 10~15년의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세금이 투자된다. 지금 당장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시도하지 않고 공공 의대에만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쉽지 않은 집필 과정‥"더 나은 세상 위한 목소리 내기 위해 노력"
 

의대 공부와 단체행동을 병행하는 의대생들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70여 명의 동국대 의대 재학생들을 다독이며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보규 씨는 돌아보면 팀원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김보규 씨는 "저희는 제작 비용을 제외한 책을 통해 얻는 모든 수익을 기부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책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미처 계산하지 못한 일이었고, 참여하는 팀원 분들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한 달 이상 수 시간씩 일하다 보니 한 명 두 명 지쳐갔다. 열정만으로 버티기에는 생각보다 긴 여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일을 적절히 분배하고 완급을 조절하는데 미숙한 점도 있지 않았나하는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책을 끝까지 집필할 수 있었다. 의대협은 책 내용을 검토해 주었고, 대전협에서는 병원 배포를 도왔다. 그 외에도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크리에이터이자 의사이신 @jong.tee님, @love_damdi 등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보규 씨는 "선한 의도였으나, 방향이 잘못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정책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의료 시스템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게 되고, 자칫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야기하게 된다면 이 피해 역시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의료 시스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정책이 어떤 정책이든지 간에, 어느 정도의 허술함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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