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나왔다
조기부터 약물 '병용요법' 필요성 강조

한 단계 진보한 치료 환경 반영‥ 병용요법 혜택 입증된만큼 처방 환경 개선돼야
박으뜸·조운 기자기자 acepark@medipana.com 2020-10-29 06:0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조운 기자] 드디어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이 만들어졌다.
 
해외에 비해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환자의 생존율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과거 폐동맥 고혈압은 증상의 호전, 관리가 되는 것에만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폐동맥 고혈압도 '개선이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탈바꿈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PAH 환자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적었고, 적절한 약물 처방에도 한계가 있어 치료 성과가 올라가기 힘들었다.
 

이번에 제정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단순화된 지표를 통해, 포괄적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위험도 평가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그리고 환자 개개인별 위험도 수준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 시기에 평가를 통해 치료 전략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제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을 국내 보험 체계에 반영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들어갔다. 이에 초기 치료부터 2제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하며, 초기 2제 치료 3~6개월 이후, 환자가 저위험 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병용요법을 실시해야 함을 권고했다.
 
'2020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은 심장학회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주관 학회가 돼 10개의 학회로부터 자문과 승인을 받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탄생했다.
 
◆ '폐동맥 고혈압' 생존율, 왜 우리나라는 낮을 수 밖에 없을까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폐고혈압 5개군 중 특발성, 유전성 등으로 분류되는 1군에 포함된다.
 
폐동맥 고혈압은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바른 진단과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시, 이들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2-3년 정도로 나타난다.
 
반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시행된다면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폐동맥 고혈압 국내 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3년 기준으로 54.3%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이 95%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처참한 수준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먼저 환자들이 폐동맥 고혈압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동맥 고혈압으로 현재 국내에서 치료 중인 환자는 약 1,500명이다. 폐고혈압 환자의 약 2~3%로 추정되는 환자수 대비 약 30%만이 진단 및 치료를 진행 중인 셈이다. 무엇보다 조기진단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한 숨겨진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약 4,500~6,000명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약물 치료 환경에도 제한이 큰 편이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조기부터 병용요법의 필요성이 언급되지만,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이 애매해 의사들에게는 삭감의 두려움이 컸다.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병용요법에서 폐동맥 고혈압의 긍정적 데이터가 도출됐음에도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적용기준이 중증도에 맞춰져 있어 그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삭감되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폐동맥 고혈압 치료 약제는 비싼 편인데, 의료진 입장에서 약제비가 삭감될 경우 피해가 굉장히 크다. 치료를 하다가 삭감으로 인해 약을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도 같은 의견이었다.
 
장 교수는 "병용치료가 폐동맥 고혈압 치료의 성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에 전문가들이 먼저 병용치료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는 사실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 삭감을 하고 있다. 급여 삭감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장에서는 약제 사용에 있어 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국형 가이드라인에는 병용요법의 조기 사용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기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다. 여기엔 정책적 지원부터, 조기진단, 그리고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까지 넓은 범위의 주제가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정작 폐동맥 고혈압은 이러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장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희귀질환임에도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삭감의 위험성, 약물 남용의 위험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병용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역별 거점센터에서는 다른 극희귀질환에 밀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형 진료지침에는 초기 치료부터 2제 병용요법을 실시해야 함을 권고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폐동맥 고혈압 치료방법을 국내 보험체계에 반영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폐동맥 고혈압, 개선된 약물의 적시 사용으로 생존율 높인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조기에 치료하면 그만큼 치료 성적이 좋아진다. 폐동맥 고혈압도 병용요법과 최신 약제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의사들은 폐동맥 고혈압에서 `병용요법`에 대한 적극 활용을 고민했다. 실제로 적절한 병용요법을 통해 기대 생존율이 7.6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에는 아주 위험도가 낮은 환자가 아닌 경우 처음부터 병용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위험도가 높은 환자라고 생각되면, 처음 진단했을 때부터 주사도 포함한 병용 치료를 하라고 권고된다. 대부분의 폐동맥 고혈압 속성이 위험한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환자가 초기 병용 치료 군에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폐고혈압 전체 환자 중 병용요법을 하고 있는 환자가 40% 정도이며, 치료의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을 보면 초기부터 병용을 권장하는 환자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병용을 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병용을 하는 환자 비율이 20%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10%는 전혀 치료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동맥 고혈압의 경우, 질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는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 ERA) 계열 치료제의 등장으로 생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대표적인 ERA 계열 치료제로는 악텔리온의 '옵서미트(마시텐탄)'와 '트라클리어(보센탄)', GSK의 '볼리브리스(암브리센탄)'가 있다.
 
또 실데나필 같은 포스포디에스터라제-5 억제제(PDE5i),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에 treprostinil 주사제, 경구제 '업트라비(셀렉시팍)', 흡입약인 바이엘의 '벤타비스(일로프로스트)' 등이 사용된다.
 
이 중 '업트라비'는 경구용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GRIPHON 임상을 통해 사망 및 이환 감소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업트라비는 2제부터 병용요법으로 사용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순차적 3제 병용요법에도 보험급여가 인정되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다. 기존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와 포스포디에스터라제-5 억제제를 사용하고 있었던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업트라비`를 투여해도 보험급여가 인정된다.
 
이처럼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지만 여전히 낮은 치료율이 문제로 꼽혔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치료 환경이 좋아졌고, 이에 따라 폐동맥 고혈압은 초기에 강력하고 공격적인 치료가 요구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폐동맥 고혈압에서 1차적으로 선택하는 ERA 계열조차 functional class 3,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부터 보험이 된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조기의 적극적인 병용치료로 경과를 호전시킨다고 입증됐음에도 말이다.
 
장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인해 질환을 알아 차리기 힘들고, 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도로 인해 진단받기까지 평균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게다가 진단이 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기준이 중증도에 맞춰져 있어 조기에 적극적인 약물병용이 어려우며, 치료 가이드라인인 표준진료지침이 부재해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마련하고자 최근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폐동맥 고혈압의 적극적인 치료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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