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피해 황은영, 故서지윤 간호사‥산업재해 '인정'

업무상질병판정위 "질병과 업무와 관계 인정"‥신규간호사에 대한 열악한 교육 문제 및 직장 내 괴롭힘에 경종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11-10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중한 업무와 직장 내 따돌림, 선임 간호사들의 괴롭힘 등으로 정신 장애를 겪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련의 사건들이 국가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간호계 '태움'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서울아산병원 故박선욱 간호사의 사망이후로 반복되는 간호계 문제에 대해 일선 간호사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故박선욱·故서지윤 간호사 추모집회

지난 9일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故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됐다.

앞서 지난 10월 8일에는 서울의료원을 거쳐 동부제일병원에서 일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적응장애'를 얻게 된 황은영 간호사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먼저 산업재해로 인정된 황은영 간호사는 서울의료원에서 신규 간호사가 수행하기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두 번째 병원인 동부제일병원에서의 과다한 업무, 동료들의 따돌림, 선임간호사의 모욕적 언사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적응장애를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황 간호사는 극심한 우울감, 자괴감, 식욕부진, 자살 충동 등의 증상을 겪으며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졌으며, 현재는 간호현장을 떠나 치료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이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가 수행하기에 막중한 긴장과 책임이 부과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고, 서울의료원 퇴사 이후 증상의 호전을 보였다가 동부제일병원 재직 중 유사 상황에서 상병이 재발한 것으로 보아 신청 상병은 업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요양병원 외 일반 병원에서의 짧은 경력의 소유자인 신청인에게 높은 강도의 업무를 맡기고, 이로 인해 연장 근무를 수행해야 했던 점, 부족한 교육, 지지 체계의 미비와 같은 업무환경의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해결을 요구받는 분위기 속에서 선임 간호사들의 업무 지적, 모욕적 언행과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들은 적응장애에 이르기에 충분한 수준의 업무상 스트레스라고 보여져 신청 상병은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서울의료원 병동에서 5년간 근무를 하였던 고 서지윤 간호사는 갑작스럽게 행정부서로 이동 후 불공정한 업무배치, 업무상 필요한 사무기기 및 책상 미제공, 무시, 언어적 모욕 등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으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 같은 직장 분위기와 업무가 고인의 죽음에 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은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와 결부된다. 과중한 업무, 부족한 간호인력, 불충분한 교육 등으로 인하여 많은 간호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이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고, 신규간호사의 교육기간을 늘릴 뿐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며, 명확한 업무 분장을 통해 간호사가 간호업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용자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산재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 징계 절차를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하고, 피해자를 괴롭히는 2차 가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구조적인 이유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여 노동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함도 강조했다.

실제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 따르면 두 간호사가 간호사로 일했던 서울의료원은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이후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꾸려진 진상대책위는 2019년 9월 6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사건의 성격을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자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서울의료원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의료진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34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진상대책위가 34개의 권고안을 제시한지 1년이 넘어가지만 그 권고안들은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이에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서울의료원은 진상대책위 권고안을 지금 당장 이행하길 바란다. 서울의료원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건은 어느 병원에서든 언제든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업무 과중과 보호체계 부족이 초래한 직장 내 괴롭힘은 간호직 내에 만연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수많은 간호사들이 지금도 병들어 간다. 이는 간호사와 환자, 우리 사회 모두의 건강에 위해를 준다"며, "황은영 간호사와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산업재해 인정이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설립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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