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택트, 온택트 시대의 메디칼 커뮤니케이션"

안국약품 마케팅본부 김나리 학술교육팀장
메디파나뉴스 2020-11-17 06:03
'공포의 만우절'이라는 제목의 만화였나 영화였나 기억이 흐릿하다. 코로나19를 향한 우리의 마음은 모든 것이 제발 거짓말이기를 바랐던 '공포의 만우절' 속 그 주인공처럼 간절하지만 헛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가슴 졸이며 재난 문자를 확인하고, 약국 앞에 하염없이 늘어지는 사람 띠를 목격하며 '아! 망했다!'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지만 이대로 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거의 모든 것이 변했다. 매월 넥타이 부대 영업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집합교육이 온라인 화상교육으로 대체되고, 2~3개월마다 지역사업부를 돌며 영업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던 대면교육도 당연히 중단되었다.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모든 대내외 업무가 이메일, 유선통화, SNS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이해하기도 전에 적응해야 했고,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지령들이 떨어졌다. 마치 변이에 변이를 계속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약속 없이 찾아온 먼 친척 어른의 방문처럼 '언택트(Untact)'의 시대는 갑작스럽고 당혹스럽게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사실 언택트라는 단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접촉이란 뜻의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인 언(un)을 붙인 신조어인데,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지난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굳이 풀자면 '비접촉, 비대면'이라 할 수 있다.
 
말 만드는 데 재능이 있는 일각의 사람들은 곧이어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Ontact)의 시대를 말하기 시작했다.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접목시킨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모든 방식을 일컫는다. 더 나아가 물리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되 사람 간 연결과 소통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재난 문자가 사내 메신저보다 더 자주 울리기 시작할 즈음 병의원 출입이 대대적으로 통제되더니,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한 재택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회사에 남은 최소한의 인원 외 모든 직원이 각자 집에서 웹 캠을 들여다보며 업무와 회의를 이어갔고, 영업부도 예외없이 손발이 묶인 채 컴퓨터  화면에 갇혔다. 하루 업무가 화상교육, 화상회의, 온라인 테스트, 온라인 서베이, 데이터 업로드 등의 언택트 포장을 씌운 그 무엇으로 가득 채워졌고, 그 후에는 온택트를 구현할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했다.
 
메디칼 컨텐츠 개발과 메시지 딜리버리를 담당하는 우리 본부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급선무는 최종 결과물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언택트하고도 온택트한 방법으로 영업부와 의료진에게 신속히 전달해야만 한다. 차라리 비둘기 발목에 편지를 묶어 보냈다던 냉전시대의 그것이 더 쉽지 않았을까? 과정은 순탄치 않고, 기한은 정해져 있으니 실무자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어찌어찌 사내 모든 교육을 온라인 화상교육으로 전환하고 나니 이번에는 저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평가를 해야 한단다. 다행히 지난 학기 대학원에서 온라인 테스트 플랫폼으로 기말고사를 치른 덕분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영업부는 또 어떤가.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유튜브계의 히어로가 되기로 도원결의를 다진 모양이다. 어떤 식으로든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이어가야 하고, 안부를 전해야 하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유튜브는 코로나 시대, 언택트 시대에 마스크 만큼이나 중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메디칼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언택트, 온택트의 진짜 속살은 이러하다. 눈과 눈을 마주치는 대신 카메라 앵글 속 내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작은 끄덕거림과 옅은 미소로 이해 정도를 가늠하는 대신 까맣게 박힌 온라인테스트 점수 결과로 그것을 확인한다. 질문 있나요? 하는 물음에 '000님이 회의실을 나갔습니다.'라는 시스템의 자동 알림으로 끝 인사가 대체된다.
 
이쯤 되면 언택트는 '언(氷)'택트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꽁꽁 언 얼음판 위를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건너는 중이다. 얼마 전 지방 어느 영업부 팀장이 영업부 대면 교육이 절실하다며 꽤 오랜 시간 하소연을 하였다. 교육의 'ㄱ'만 나와도 몸서리를 치며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볼멘 소리를 했었는데 도리어 이젠 언제쯤 다시 올 수 있느냐고 한다. 과연 처음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가 비접촉, 비대면,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소통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나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나는 오늘 언택트, 온택트 시대의 메디칼 커뮤니케이션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실패한 것 같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거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조심스럽게 그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나눔으로써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최첨단의 그 어떤 무기를 장착 했을지언정 무기가 '얼어' 있다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얼어 있는 무기에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불어 넣어 보자. 눈과 눈을 다시 마주치고, 옅은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여 보자. 그 옛날 희망을 담아 날려보냈던 비둘기가 그랬던 것처럼 꽁꽁 언 어느 대지 위에 떨어진 작은 시도 하나가 우리를 언택트, 온택트를 넘어 溫택트의 시대로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기고| 안국약품 마케팅본부 김나리 학술교육팀장
-前 Zuellig Pharma Korea SSK, Medical Team, Senior Medical Writer
-차의과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 임상약학 석사 과정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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