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약국 시도에 잇단 제동…"거대자본 약국개설 불가 확인"

대법원, 천안 단대병원 소송 심리불속행 판결… 편법약국 논란 3년 만에 종지부
약사사회, 창원 경상대병원 판결과 맞물려 편법약국 개설 척결 선례 기대감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20-11-27 06:09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2년 여의 긴 법정다툼 끝에 천안 단국대병원 부지 내 약국개설 불가 판결이 최종 확정되며 약사사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창원 경상대병원 관련 재판을 통해 약국개설 취소 판결이 나온데 이어 대표적인 편법약국 논란이 불거졌던 천안 단국대병원 관련 재판 역시 약국개설을 막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며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판결이 도매상의 병원 시설 매입 이후 약국개설을 추진하려던 것이 저지된 만큼 약국개설 허가 과정에서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26일 대법원은 약사 A씨가 천안시를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불가 통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판결을 냈다. 심리불속행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1심에서 약국개설 예정 장소가 단국대병원과 독립된 병원 시설 안이나 구내에 위치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결과가 항소심에서 뒤집히며 약국개설 불가 판결이 내려진 부분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이어져왔던 천안 단국대병원 앞 복지관 내 약국개설 논란은 3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게됐다.
 
이번 사건은 천안 단국대병원 복지관 부지를 2016년 U도매상이 인수해 약국임대를 시도하면서 불거졌는데 약사사회에서는 도매 자본의 편법 약국개설 시도로 규정하며 논란이 커졌다.
 
◆ 우여곡절 끝 약국개설 불가 판결… 현장검증 결정적 영향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재판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7월 대전지방법원은 1심 판결을 통해 천안시가 약국개설을 신청한 A약사에게 개설등록불가 처분을 내린 것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약국개설 예정 장소는 단국대병원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곳이므로 병원 시설 안 또는 구내에 위치한다고 할 수 없다"며 "약국개설 등록을 받지 않을 사유가 없음에도 등록을 거부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대전고등법원은 1심의 결과를 뒤집고 약국개설 예정인 건물의 위치와 규모, 소유권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병원 구내나 분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국개설 예정 장소는 의료기관인 병원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밀접한 장소로서 '의료기관의 구내'에 해당되는 곳이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해 천안시와 보조참가인으로 재판에 참여한 인근약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현장검증이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본 재판부가 정확하게 판단하기에 애매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격적인 현장검증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판결이 뒤집히는 배경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을 둘러본 재판부는 해당 건물 일부 점포에서 의료기 판매업체, 식당, 커피숍, 편의점 등이 운영되기는 했지만 건축물 대장의 건축물 현황란의 내용을 보면 병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건물과 병원 사이에 다른 건물이 없는 부분이 병원 쪽에서 개설 예정이었던 약국을 용이하게 발견하게 될 수 있어 이용객들이 병원 건물 중 하나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 2016년 해당 건물을 인수한 U도매상과 병원의 담합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수긍하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U도매상이 2016년 이후 해당 병원에 공급하는 의약품 등의 97% 이상을 납품해 실질적으로 의약품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며 "건물 소유자가 병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면 점포를 임차해 약국을 운영하는 사람 역시 병원과 답합해 의약분업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는 합리적인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근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을 보조참가인으로 인정한 결정도 주목을 받았다.
 
제판부는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다른 약사들은 소송의 결과, 즉 약국개설 등록 여하에 따라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해 적정하게 조제·판매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보조참가인 신청 적법 판단을 내렸다.
 
◆ "경상대병원 이어 선례 만들어져 환영… 편법약국 척결 신호탄"
 
 
창원경상대병원의 대법원 판례와 함께 이번 판결까지 긍정적인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자 약사사회는 다양한 편법적인 방식의 약국개설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판 과정에서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인근의 한 약사는 "막막했었는데 약사회 차원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다행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 약사는 "창원 경상대병원에 이어 이번 판결까지 편법적인 약국개설을 막을 수 있는 선례가 된 것 같아 향후 기대감이 생긴다"며 "병원 담합이나 도매상과 병원 유착을 통해 약국을 개설하는 사례들이 여전히 많은데 앞으로는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법약국 의혹 제기부터 재판 과정에서의 지원에 나선 충남약사회 박정래 회장 역시 환영의 뜻을 밝히며 "1600만 충남 약사회 회원들의 승리다. 뭉쳐서 문전약국 약사들에게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병원과 도매상과의 담합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 결정적인 판결의 이유로 보고 있다"며 "병원에서 한 도매상의 약을 대부분 쓴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 역시 "보건의료분야의 기본적 가치가 국민안전과 윤리라는 점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법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편법, 불법적 방식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자 부적절한 자본에 대해 약국개설이 불가함을 대법원이 명확하게 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에서 약국개설 허가 시 대법원의 판단을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편법약국 개설 문제에 대한 좋은 신호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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