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의료재단이란 이유로 2,500억 토해내라‥法 "무죄"

검찰, 산하 7개 요양병원 운영하는 의료재단에 의료법 위반 '사무장병원' 운영 낙인
부산지법, "주무관청 관리·감독 하에 실질적으로 운영사실 인정"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1-01-06 06: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재단 산하 7개 요양병원이 비의료인인 일가가 이사진으로 있는 의료재단 산하에 있다는 이유로 '사무장병원' 낙인이 찍혀 기소된 사건에서 재판부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사법부는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의료재단은 합법적인 의료기관 운영 주체이며,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이를 의료재단 산하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 부산지방법원은 의료법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등으로 기소된 A의료재단과 B의료재단 그리고 그 관계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기소된 C씨는 A의료재단 설립자이자 현 이사장이며, D씨는 C씨의 아내로 B의료재단 1대 이사장이며, E씨는 C씨의 딸로 B의료재단 제2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마지막으로 F씨는 A 및 B 의료재단의 상임이사로, 의료법인 운영상의 행정업무를 담당해온 사람이다.

A의료재단은 지난 2008년에 설립돼 5개의 요양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으며, B의료재단은 2010년에 설립돼 2개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C씨와 D씨 그리고 E씨 등 C씨 일가는 A의료재단과 B의료재단을 이용해 수 개의 요양병원을 운영했는데, 검찰은 이들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아닌 사람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의료법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인을 설립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을 어겼다고 바라봤다.

또한 검찰은 해당 의료재단의 요양병원들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닌 '사무장병원'이라는 전제 하에 그간 청구해 온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 모두 '사기'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검찰이 C씨 일가가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판단한 금액은 무려 2,500억원에 이른다.

C씨 일가를 도와 행정업무를 해 온 F씨의 경우 A의료재단과 B의료재단 설립자인 C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경영 전반을 총괄·주도할 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제대로 개최·운영되지 않고 있음에도, F씨가 의료법인들의 이사회를 통해 마치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해 허위 내용의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해 오는 등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우선 C씨 일가가 모두 의료인은 아니나, 검찰에서 제출한 근거만으로는 이들이 의료법을 잠탈하기로 마음먹고, 서로 공모해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해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편취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인인 자연인뿐만 아니라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에게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 의료법인의 임원 자격에는 의료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거나, 의료인인 임원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의료법인의 대표자, 임원이 비의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법인의 주된 목적사업인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결정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으로 추임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했더라도, 의료법인이 근거법령에 의해 설립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했다고 평가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영리를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대한 투자의 대가로서 그 수익을 분배받았는지 여부, 비의료인과 의료법인, 의료기관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됐는지 여부, 비의료인이 병원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의료업의 시행, 자금의 조달과 집행, 운영성과 귀속 등을 주도적 입장에서 처리함으로써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는지 여부, 비의료인이 사무를 집행하는 것을 넘어 온전히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의료기관을 운영했다고 볼 수 있는 사정, 관할관청의 지도·감독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려 했는지 여부, 의료기관 자본 부실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씨 일가가 의료법인의 명의만을 내세워 외형만 적법하게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하고, 그 실질은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하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의료재단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안전의 수준을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각 의료재단이 운영돼 오는 기간 동안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재산도 꾸준하게 증가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피고인 각 의료재단 산하 의료기관들은 대체로 진료 영역과 행정 영역이 구분돼 운영됐던 것으로 보이고, C씨 일가가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개입해 의료인에게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등 인력 충원·관리, 의료업의 시행, 진료행위에 깊게 관여하거나 이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고 볼만한 구체적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F씨에 대한 사문서 위조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면서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위 사건을 변호한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는 "종래 대법원 판례는 사무장병원 해당 여부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의 개입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해왔는데,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의료인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과 구별되는 특성이 있어서, 그 제도적 차이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종전 개인 사무장병원 판례 법리를 의료법인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비의료인이 설립한 의료법인의 상당수가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고, 법원 입장에서는 비의료인 운영의 '주도성' 판단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형사적 제재의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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