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두고 또다시 불 붙은 복지부 vs 정신의료계

일반 병상보다 높은 기준에 병원 폐업·병상 축소 예상‥정신질환자 피해 불가피
탄생때부터 정부와 갈등했던 '정신건강복지법'‥정신과 "탁상공론 정책, 저항할 것"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1-01-05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태어날 때부터 정신의료계의 비판을 받았던 정신건강복지법이 이번에는 그 개정 방향을 놓고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정신보건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개정 방향이 마련됐다는 의료계의 반발과 그로 인한 갈등은 4년 전 정신건강복지법이 탄생할 당시의 모습과 오버랩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28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것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감염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예방 및 관리강화를 위한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고 ▲입원실 면적 기준을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 ▲병상 간 이격거리는 1.5m 이상 두도록 하는 것이다. ▲입원실에 화장실과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별도로 두도록 했으며, 복지부는 1월 5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한창 코로나19로 바쁜 속에서도 당장 올해 3월 5일부터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해당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되자마자 보건복지부 전자공청회를 뜨겁게 달구며, 현재(4일 기준) 4,099개의 의견이 달렸다. 이중 찬성은 39개 반대는 3,617개, 기타 의견은 429개로 나타났다.

5일부로 입법예고가 끝나는 만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이하 정신과의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박용천, 이하 정신의학회) 등 정신의료계도 보다 강경하게 해당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개정 저지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취지는 정신의료기관의 안전과 감염예방이지만, 이들 정신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의료현장의 현실과 괴리돼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먼저 정신의료기관의 특성상 정신질환자들은 입원 병상보다는 정신재활프로그램 등을 위한 작업치료실 등에서 활동 시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재활프로그램의 특성상 밀접한 접촉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단순히 병상 간 이격거리 증가와 같은 접근은 정신보건 현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신과의사회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특성상 병상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감염병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은 갈 곳이 없고,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환자와 가족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반 병원의 경우 입원실 면적 기준은 1인당 4.3㎡, 병상 간 이격거리 1m 수준의 시설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에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은 이보다 높은 병상 면적기준인 1인당 6.3㎡, 이격거리 1.5m로 형평성에 대한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신의학회는 "오히려 의료기관들이 시설 기준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 집단치료실, 재활치료실을 병실로 전환하여 적절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게 되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다. 그러므로 정신병동 시설기준에 의료법 기준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과유불급일 뿐 아니라 실효성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입원실 내 화장실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손 씻기 시설과 환기시설 설치 등은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기준으로, 자타해위험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급성기 정신병상에 인력도 늘리지 않고 화장실을 의무화하는 것은 사고위험만 높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신의학회는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따라 2년 내로 의원급의 입원병실은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며, 150병상의 중소규모 입원시설은 병상 수의 40%-50% 정도, 대형정신병원도 병상 수의 40%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현장에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고 행정서식 상의 논리로 규제를 강행한다면 감염의 통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누구도 원치 않는 급속한 탈수용화로 인한 다음의 부작용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 마디로 정신질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은 의료기관과 병실이 감소함에 따라 지역사회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불안정한 응급 정신질환자들의 치료 시기는 더욱 늦춰져 2019년 진주방화사건과 같은 정신응급 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정신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마련된 정부의 '탁상공론' 때문이라고 봤다.
 

이는 지난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의 탄생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논란이다.

'정신보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보건법)이 헌법 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음으로써 정신보건법의 전면개정안으로 마련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법 시행 전부터 정신의료계의 우려를 사며 재개정 요구까지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정신의료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의 내용을 놓고 정부와 대결을 벌였지만, 당시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법안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신보건법 대책 TFT를 마련했지만, 정부로부터 굴복했던 학회는 이번 개정안은 정신의료기관의 현실적 타격이 예고되는 만큼, 전 회원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복지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정신의학회는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하지 않을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잘못된 시행규칙의 개정에 저항할 것"이라며, 다시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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