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와 불편한 동거…두렵지만 사명감으로 버텼다

초기 '우왕좌왕'하던 정부와 의료계, 열악한 환경 속 사명감으로 'K-방역' 이끌어
비대면 진료·언택트 기술 선제적 도입 속 포스트 코로나 위한 신기술 연구·개발 나서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1-01-21 06:0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 영상 유경호 PD] 예고도 없이 찾아 온 불청객 코로나19(COVID-19)는 전 세계의 바람과 달리 1년이 넘도록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선제적으로 코로나 시대에서의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슬로건 하에 코로나19와 맞서는 동시에, 향후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포소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의료계의 모습을 살펴봤다.

코로나19 최전선의 '영웅들'… 국가 재난 현장서 구슬땀
 

처음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될 당시, 의료계 역시 미지의 감염병에 두려움을 느꼈다.

코로나19의 특성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던 초기, 의료계는 물론 정부 역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셧다운하는 방식으로 외부 감염을 차단하면서, 확진자는 물론 의심환자만 발생해도 의원급 의료기관을 비롯해 대학병원들마저 줄지어 연쇄 폐쇄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14일 동안 폐쇄 조치가 이뤄지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와 경북의 계명대 동산병원을 시작으로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시에서도 은평성모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 등이 응급실 등 의료기관을 폐쇄해야 했고 그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를 봐야하는 응급실은 폐쇄되고 병을 진단하는 선별검사소에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쳐나는데다 의료인력은 턱없이 모자라 신속한 진단조차 어렵다"며 "심지어 확진된 환자들조차 병실이 없어 입원치료 대신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구지역 개원의는 "지역거점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공황상태였다. 또한 감염 확산지로 의료기관이 지목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환자 발길이 뚝 끊겼고 거리에도 사람이 없었다. 이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응급차가 줄을 지어서 돌아다녔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국가 보건의료 재난 사태에서도 의료계는 사명감을 갖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나섰다.
 

지방 의료원과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은 물론,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같은 민간병원들도 병상을 소개한 뒤 코로나19 환자들을 받아 치료에 전념해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 조치하고 병상을 모두 소개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조치흠 원장은 "120년전 의료봉사로 시작된 동산병원이 지금까지 지역민들과 함께 희로애락하며 성장 발전해 온 만큼, 현재 우리 지역에 불어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봉사의 마음으로 대구동산병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결정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열악한 병상과 시설, 부족한 인력 속에 방호복과 마스크 등 방호물품마저 물량이 바닥나 열악한 상황에서도, 의료인들은 국가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현장으로 달려가 코로나19와 맞섰다.

전국 대학병원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지원인력을 꾸려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시설로 인력을 파견했고, 정부의 의료인력 모집에 참여한 의료진들도 코로나19 현장에 파견돼 평상시의 3배 이상의 업무 부담을 주는 무거운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휴게 공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밥도, 잠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지만, 의료인들은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코로나19와 싸웠다.
 

대한간호협회 코로나19 현장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영남대병원 김지선 간호사는 "땀이 줄줄 흐르는데 닦을 수도 없고, 눈으로 땀이 흘러 들어가 따갑고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어 수 십분씩 환자를 안정시키며 환자 응대를 했다”고 회상하며, “다른 지역의 다양한 간호사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서로가 이 무시무시한 질병을 이겨내자는 같은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했고 감사했다. 정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선생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은 'K-방역'의 뒤에는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피할 수 없기에 변화를 선도
 

1년 동안 크고 작은 충격파 속에 의료계는 더 이상 신종 감염병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해외 유수의 제약회사들과 함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통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코로나19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비대면 진료'였다. 의료계와 환자들의 요청 속에 정부도 한시적으로 비대면 전화 진료를 허용함에 따라, 병원들은 앞 다퉈 전화와 화상을 통한 비대면 진료에 나선 것.

일찍이 '원격진료(telemedicine)' 기술을 도입한 대학병원들은 물론,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을 꺼려하는 환자들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전화 상담에 나서며 환자들의 니즈를 맞추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열악한 의료 환경에 놓여 있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지난 9월 20일 중동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파견근로자 남성을 시작으로 인하대병원에서 첫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가 진행되는 속에 언제 어디서든 국내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우리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코로나19 속에 진행됐다.

코로나19와 공존을 위한 두 번째 노력은 '언택트(untact) 기술'의 도입이었다.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이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면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다양한 IoT기술 등을 선도적으로 의료기관에 도입한 것이다.
 

진료예약 및 안내부터 진료비 결제·실손보험금 청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바일 상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의 환자용앱은 이제 대형병원들의 필수 서비스가 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한양대병원 등 전국에 소재한 50여 개 상급·대형종합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일찍부터 AI 생체인식을 통한 병원 도착알림 서비스를 시행해 수납 및 외래에서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직원 및 의료진과의 접촉도 최소화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최초로 병동 출입관리에 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비대면으로 환자와 방문객 출입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자동인식 무인출입관리 시스템인 '스피드게이트'를 구축해 모든 환자와 내원객에게 사전 문진표를 받아 감염병 발병 위험이 없는 경우에만 QR코드를 사전 발급해 스피드게이트를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피드게이트 출입 시에도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 정상 체온에만 출입문이 열리도록 구축해 이중 삼중 감염예방 장치를 더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의료계‥"유비무환"
 

드디어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에 대한 희망적 소식이 들려오며, 올해 2021년에는 코로나19 집단 면역에 따른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감염병 발생을 경고하며, 향후 발생할 신종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병원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신종 감염병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주기적인 소독 및 방역에 돌입했다. 아예 감염병 예방에 최적화된 병실 및 수술실 리모델링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역시 40년만에 감염병 사태를 대비해 청결수술실과 음압수술실의 동선을 분리했고, 의료진의 통로도 겹치지 않도록 수술실을 리모델링했다. 또 균이 2시간 내에 사멸하는 '항균 실내 마감재'를 활용해 '미생물 오염예방'에도 나섰다.

울산대병원은 지난 12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 및 향후 신종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기저질환 및 중증응급치료가 필요한 감염병 중환자의 충분한 치료를 위한 특수(음압)중환자실을 신설했다. 중환자병실 외에도 음압시설이 갖춰진 하이브리드 수술실과 전용 CT실을 구비하는 등 감염병 관리능력과 안전성·편리성·효율을 극대화한 중환자 치료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명지병원은 수술장에 음압시설을 설치, 내부 공기압을 낮춰 공기가 항상 수술장 안쪽으로만 흐르도록 설계해 바이러스나 병균으로 오염된 내부 공기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도록 조절, 다른 수술장의 감염과 오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음·양압 듀얼 수술장을 마련해 코로나19 의심 또는 확진 환자에 대한 긴급 수술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했다.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감염병에 대한 대비도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 속에 삼성서울병원, 가천대길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병원 등 전국 13개 병원이 '인공지능 신규 감염병 대응 실증랩' 구축에 참여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설치된 실증랩은 코로나19를 포함한 각종 감염병에 대한 의료영상 및 임상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포괄적인 의료영상 및 임상데이터 분석기술의 연구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관리에 효과적인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개발하고 지원해 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원격 중환자실, 스마트 감염관리, 병원 내 자원관리 등 3가지 분야로 나눠 분당서울대병원,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계명대동산의료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거 '4차 산업혁명' 바람과 함께 불어온 AI, IoT 등 다양한 신기술을 실제로 병원에 접목하려는 병원들의 노력이 분주하게 진행 중인 것이다.

과거 각종 규제로 발목잡혔던 신 기술들이 코로나19로 돌파구를 만나면서, 다양한 헬스케어 신기술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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