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간호사 '태움'‥ "인력 보다 인권 보장 먼저"

의료연대본부, 故박선욱 간호사 3주년‥"근무 환경, 달라진 점 없다" 지적
'태움' 산재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 존재
박선혜기자 yourname@medipana.com 2021-0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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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냐뉴스 = 박선혜 기자]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료계 직장 내 '태움', 산재가 인정된 이후 실제 근무 환경은 달라졌을까.

2018년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로 근무하던 故박선욱 간호사와 지난 해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故 서지윤 간호사, 이들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딜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죽음은 병원 내에서 쉬쉬하던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를 세상 밖으로 꺼내오면서 큰 이슈를 만들었다.

태움 문화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하며, 간호사 이직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례로 故 서 간호사는 잦은 근무표 변경, 불합리한 근무 일정, 야근 근무 문제 등으로 괴로움을 토로해 왔고 메세지에는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 "너무나 외롭고 서럽다" 등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토대로 2019년 정부는 근로기준법 제76조2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라는 법 조항을 만들어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을 산재로 인정했다. 故 박 간호사와 서 간호사 역시 사망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untitled.png하지만 산재를 인정한다고 해서 실제 근무환경에 '태움'이란 문화를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의료연대본부는 15일 '박선욱 간호사 죽음 3년, 고용노동부 장관은 답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3년 전 오늘 서울아산병원의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짧은 교육기간, 과도한 업무, 너무나 많은 담당 환자수 등의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벌어진 일이었다"며 "그가 겪었던 상황들은 간호사들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었고 사건 이후 너나할 것 없이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고 해결해야한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병원 측의 태도와 변하지 않는 근무 환경이라고 연대본부는 강조했다.

연대본부는 "서울아산병원은 아직까지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고, 故 박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의 면담요청마저도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여전히 하루 12시간씩 일하거나 업무미숙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조직문화 등이 존재한고, 시간외 수당 신청 또한 생각조차 못한다는 것.

서울 A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3년차 간호사는 "간호사 '태움'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 과도한 업무에 인력은 적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다들 예민한 것도 있지만 실상 오래 전부터 자리 잡혀 내려오는 '문화'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부터 태움이 기삿거리가 되면서 병원 측에서도 부서 이동을 해주거나 경고 조치를 내리는 등의 제제를 하고 있어 조금은 완화된 듯 보인다"면서도 "병동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태움으로 그만두는 신규들은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B대학병원 8년차 간호사는 "정부가 간호사 인력을 확대한다고 대학 간호과 정원을 늘리고 신규간호사들을 대량 배출하고 있지만 한 병동에 10명이 들어와도 5명은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태움 문화는 직원 간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못본 척하며 '사각지대'를 만들고 대학병원의 높은 간호사 이직률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늘리기 보다 간호사의 인권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대본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물으며 ▲간호사들의 초과 근로에 대한 조사 실태 결과 공개 ▲서울아산병원 특별근로감독 및 종합병원 수시근로감독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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