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는 지난 19일 밤 나보타 판매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등 모든 지적재산권 소송의 완전 해결을 위해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 에볼루스와 전격적으로 3자간 합의 계약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와 애브비는 미국 내에서 나보타의 지속적인 판매와 유통을 위한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하고, 에볼루스는 합의금 및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애브비에 지급하며, 메디톡스에 에볼루스의 주식을 발행하기로 했던 것.
이 같은 3자간 협의는 3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처럼 보인다. 애브비와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에볼루스는 당장 판매를 시작함으로써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협의가 장기적으로 애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보톡스가 시장을 리딩하고 있지만, 향후 에볼루스가 저가공세를 펼칠 경우 애브비가 가격으로 경쟁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보톡스의 시장 점유율이 생각보다 빠르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4조5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 내에서 애브비의 보톡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수준이다.
문제는 보톡스의 매출 중 치료 적응증으로 판매되는 비중이 60%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미용 목적으로 판매될 경우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을 내리거나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이와 다르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보험이 적용되는데, 이 경우 한 번 가격을 낮추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 미국 의료보험사들이 약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용 시장 판매 가격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보험약가 역시 낮추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결국 애브비 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시작될 경우 치료 적응증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격인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보타의 경우 아직 미국에서 치료 적응증을 받지 않아 미용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따라서 가격 책정에 있어 더 자유롭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나보타가 미국에서 치료 적응증을 확보하게 되면 미용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치료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브비가 협의하게 된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향후 애브비가 시장 우위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협의에서 배제된 대웅제약은 관련 기업 중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입장이 됐다.
협의에 따라 에볼루스는 향후 애브비·메디톡스에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해 기대이익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됐고, 메디톡스는 이후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정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지만 에볼루스로부터 받게 되는 로열티 비율이 높지 않다면 판매 규모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경우 에볼루스와의 계약 조건에 변동이 없고, 오히려 이번 협의로 인해 곧바로 미국 판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미국 내 판매에 대한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게 된 것으로, 향후 수출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그간 진행됐던 미국 내 소송으로 인한 부담까지 벗어던질 수 있게 됐다.
<© 2021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반복해서 허점 드러나는 계단형 약가…제네릭 허가 몰려
GSK 파킨슨병 치료제 '리큅피디' 제네릭 시장 확대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