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개발 합격점…최종관문 ‘세계화’ 위한 과제 남아”

[창간기획] 글로벌 도약 노리는 제약·바이오산업, 어디까지 왔나③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단기간 미국 진출…역사 단축”
기술력·생산력 확보 지원 강조…임상공시의무 개선도 필요
새로운 기술·형태 신약에 기회 노려야…세계 상위권 2개사 목표
이정수기자 leejs@medipana.com 2021-04-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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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 신약개발 노력이 최근 수년 새 가속화됐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이후 신약 가치가 사회적으로 크게 조명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은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뒤흔든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국내 기업이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국내에서는 한 제약사가 한 해 신약개발 연구에만 2,000억원을 이상을 쏟아 붓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 개발로 이어졌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10년이 안 되는 단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이뤄진 기술수출 계약,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표적항암제 국내 허가, 국내 업체 개발 신약 미국 판매 시작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빠른 성장과 성과확보 이면에는 그만큼 탄탄한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속도만을 앞세운 신약개발 노력은 자칫 성과만을 지향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까지 이뤄놓은 성장세를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제약·바이오업계가 처한 신약개발 환경과 여건을 진단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국가신약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을 만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신약개발 성과와 개선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봤다.
 
묵 단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신약개발 성과에 합격점을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신약개발연구에 관한 법·제도적 환경과 신약개발전략 추진 방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묵 단장은 201612월 국가신약개발사업 전신인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에 제3대 단장으로 취임해 20209월 종료까지 단장을 맡았다. 이후 이어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초대 단장으로 취임했다. 신약개발과 사업화에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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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단도직입적으로, 국내 업계 신약개발에 대해 평가하자면.
 
합격점 줄 만하다. 상당히 성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
 
Q. 결정적 이유가 있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약개발에 발을 들인 것이 1999,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글로벌 시장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후 10여년이 지나 2010년이 됐을 때 글로벌 라이센싱 아웃(기술수출)이 조금씩 시작됐고, 2015년에 들어서서 조단위 규모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단초를 열었다. 이후 201911월에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에서 허가됐고, 이듬해 5월 판매가 시작됐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2015년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룬지 5년 만에 미국 진출까지 이뤘다. 대단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단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Q. 바이오시밀러는 어떠한가.
 
국내 항체 치료제 관점에서 보면 맨 땅에 헤딩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현재 바이오시밀러 7개를 허가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 역시 낮춰볼 일이 아니다. 바이오시밀러라지만 임상시험은 다해야하고, 허가 승인 과정 역시 일반 치료제와 똑같다. 대형 도매상을 통해 유통채널까지 확보해야 팔 수 있다.
 
이는 항체 치료제로도 생산과 개발, 임상, 유통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바꿔말하면 항체 치료제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로 시작했을지언정 새로운 물질만 확보하지 못했다 뿐이지, 항체 치료제에 대한 모든 경험은 축적돼있다.
 
의약품 해외 허가와 관련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을 갖춘 인물을 주변에서 찾아보니,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가 승인 받아본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참 많아졌다.
 
이제는 설령 돈이 없어서 못할지는 몰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때는 지났다. 이것만해도 바이올로직(biologic) 측면에서 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Q. 아쉬운 점도 분명 있을 듯하다. 사업단 측면에서 보면 어떠한가.
 
그렇다. 분명 업계는 새로운 형태나 질환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학교·연구소 연구성과가 기업으로 넘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제약사나 바이오벤처가 학계에서 밝혀낸 것을 연구·개발한다면 소요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관점에 따라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선 산-학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누군가가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극히 추진되지 않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를 통한 성과는 다른 나라 대비 10~20% 수준에 그친다. 이것을 어떻게 늘린 것인가는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진 숙제다.
 
때문에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전신이었던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는 파일럿으로 5개 과제에 브릿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3년간 운영했다. 기간이 짧다보니 성공한 프로그램은 2개에 그쳤지만, 브릿지 프로그램 한계를 알게 됐다. 이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서 그 노하우로 산-학 연결에 주력하고자 한다.
 
또 하나, 의약품 생산력 향상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그나마 국내 업계가 갖고 있는 경쟁력 중 하나가 의약품 생산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탈 제조기업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셈이 확인됐다. 특히나 바이오로직스는 생산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서 갖추고 있는 의약품 생산력을 더 막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나 엑소좀 등 새로운 기술·형태에 대해선 생산체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생산체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선 글로벌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이를 향상시켜나가야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부분까지 준비해나간다면 국내 신약개발은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Q. 국내 신약개발 이면엔 신약후보물질 개발 포기, 임상결과 해석 논란, 결과 숨기기 등 성숙되지 못한 모습도 있다. 이 부분도 개선돼야 하지 않겠나.
 
그 점에 대해선 많은 분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현재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몇몇 신약개발 과제가 상당히 많고, 사실 사업단에서도 이런 과제들은 모두 지원하지 않았다. 이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임상시험 공시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코스닥위원회와 거래소 등에서 임상시험과 관련된 공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공시 규정이 다소 애매하다.
 
코스닥은 1상부터 모든 임상시험을, 코스피는 3상부터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관련 규정을 더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
 
또 현재는 임상 착수 후 종료가 되면 보고서를 받은 때부터 3개월 이내에 공시하라고만 돼있다. 이렇다보니 어떤 회사는 임상 2상이 8년째 끝나지 않고 있다. 안 끝나면 공시를 안해도 되기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영원히 임상을 안 끝낼 수도 있다. 때문에 임상에 착수했다면 6년 정도 후에는 어떤 결과든 발표하라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 기간 후에도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은 실패했음에도 숨겨두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Q. 앞으로 국내 신약개발이 집중돼야 할 분야를 제시해본다면.
 
어디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단순명료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항암제만 하더라도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맞춤형 항암제 등 3가지 방식이 있지 않나. 항체 치료제도 마찬가지로 개발 방식이 다양하다. 이런 고민에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신약개발 전략은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항체의약품, 면역항암제, CAR-T, 면역질환 치료제 등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유전자·세포치료제, 바이러스 치료제, RNA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 엑소좀(Exosome), PROTAC, 디지털 치료제 등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 분야로는 사업단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새로 시도되는 분야이니만큼, 국내와 글로벌 간에 연구 성과나 기술력 차이는 길어봐야 1~2년 정도다. 이 분야에 집중해야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수출이나 해외 판매 등을 위한 전략도 더 강한 성과가 요구된다. 단순히 해외 행사에 참가해 1:1 상담 정도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질환별 이너서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둬야 한다. 이너서클이라함은 전 세계적으로 일부에게만 공유되는 모임이라 할 수 있다. 이 모임 규모는 극히 작다. 알츠하이머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기업이 이너서클에 들어가 있다.
 
또 국내 기업 간에 연합군을 만들거나 국내-글로벌 제약기업 간 공동투자하는 등 더 강력한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
 
Q.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10년 후에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상위 30위권 내에 국내 제약사 2개사 정도는 포함될 수 있도록 공헌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세계 상위 30위권 업체 연 매출이 약 7조원이다. 국내 기업 상황과 비교해보면 매출이 5배는 늘어나야 하는 상황인데, 매출을 찬찬히 늘려선 불가능하다. 세계를 휩쓸 수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2개 정도는 갖고 있어야 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업체를 2개 만들려면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가 필요하다. 예로 '레이저티닙'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얻은 성과 중 하나다. 이같은 성과를 쌓아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이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글로벌 연합군, 국내와 글로벌 업체·기관 간 연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한 장치는 아직까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앞으로 준비·개선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올해 중으로 총 6개 이상 신약개발 과제가 임상 2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27개 지원 과제를 확보한 상태다. 만일 6개 과제가 마련되면 글로벌 연합군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예상컨대 2023년까지 임기 내에 유전자·세포 치료제와 관련한 연구 성과도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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