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만 평가되는 상종…'공공성' 책임진 강원대병원의 고민

[돋보기] '제5기 상급종합병원' 도전장 - ⑤ 강원대병원
의사 264명, 병상수 680여개 비롯해 각종질환 1등급 등 갖춰
춘천권, 영동·원주권과 달리 상종 부재…지역의료 구축 필요
상종 지정 기준 중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비율' 달성에 어려움
지역의료 내 중간단계 없어 경증 진료 불가피…별도기준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8-29 06:0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강원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을 향한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권역 내 춘천권을 책임지기 위한 사명감과 의지가 엿보인다.

강원대병원은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위치해있다. 2000년 5월 18일 설립된 이후 발전을 거듭해 강원도 내 국립대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되는 자료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에는 현재 의사는 치과의사 1명을 포함해 총 264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수진료분야로는 ▲소아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 ▲심장질환자 재택의료 시범기관 ▲암환자 재택의료 시범기관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기관 ▲난임시술(인공·체외) 등이 가능하다.

또 우수기관 평가에서는 ▲급성기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혈액투석 ▲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치매 ▲마취 ▲수혈 ▲인공수정 ▲성인 중환자실 ▲수술적 예방적 항생제 ▲약품목수 ▲급성하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 등에서 모두 1등급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진료환경과 평가성과는 강원도라는 지역 환경과 강원대병원이 2차 의료기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필수진료과 전문의 부족·유출, 전공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대병원도 지역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이와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병원은 필수 전문 진료 제공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의료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강원도는 넓은 면적 대비 낮은 인구분포, 고령화로 대표적인 분만 취약지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병원은 응급산모안심스테이 '품안애'를 운영하면서 분만 취약지 임산부들이 시간적, 거리적 한계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도약, 강원권역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도 주목된다. 병원은 개원 이후 다년간에 걸쳐 병상을 확대해왔고, 그 결과 현재는 680여개 병상 규모를 갖추고 있다.

올해에도 선형가속기, Angio, CT, MRI 등 170억원 규모 신규 첨단 의료장비를 추가 도입하고,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을 위해 15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연구 인프라 선진화 등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준하는 의료서비스를 지역민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권역 의료서비스 확대·개선을 위해 의료진·병상·장비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강원대병원은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국립대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지 못한 것은 강원대병원과 제주대병원 등 2곳 뿐이다.

강원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고자 하는 것은 지역의료 때문이다.

강원대병원은 춘천권 지역 내 중증 환자 치료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돼있다.

춘천권은 지역 특성상 강원도 내 영동, 원주권과 생활권이 분리돼있는 상태이지만, 강원권역 중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지역 내 암 환자를 비롯한 중증 환자 상당수가 멀리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까지 이동하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강원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가는 중증 환자 치료를 지역 내에서 전담해 책임질 수 있게 된다. 환자로서도 지역 내에서 시의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지역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춘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급종합병원 추가 설치를 통해 지역안전망을 굳건히 구축해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현재도 권역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다하기 위해 각종 공공의료 사업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 내 완결적 필수보건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강원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에서 '입원환자 중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비율 34%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대병원은 춘천의료원을 인수해 국립대병원으로 성장한 전례 없는 케이스다. 이 때문에 춘천권 의료전달체계 내에는 중간 단계 진료를 소화할 수 있는 의료원급 병원이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원대병원은 춘천권 내 중증 환자 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까지도 소화해야 하는 지역병원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공공의료를 비롯한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 수익보단 공공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증도' 향상과 상충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진행해야 하는, 불가피한 운영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중증도를 제외한 대부분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지정이 어려운 상태"라며 "권역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국립대병원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별도 기준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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