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만, 5만' 동의 수 장벽에 막힌 희귀질환 청원

희귀질환 치료제 '일라리스' 관련 청원, 5700명 동의로 폐기
국회, 국민동의청원 5만명 동의 요구…희귀질환 환자 역부족
특성상 사회적 관심 유도 한계…문재인 정부도 20만명 요구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9-18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민 청원 시스템에서 '동의 수 확보'라는 일반적인 잣대가 희귀질환 환자에게 크나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희귀질환 치료제 일라리스의 보험급여 적용에 관한 청원'은 한 달 이라는 동의기간을 거쳐 이달 15일까지 최종 5745명 동의를 얻었지만, '5만명'이라는 동의 수 미달로 동의만료 후 폐기됐다.

해당 청원에 언급된 치료제 일라리스가 사용되는 질환은 유전 재발열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이다. 국내에 이 질환 환자 수는 15명 내외에 불과하다.

질환이 대체로 생후 10년 이내 영유아기에서 발행함에도 발병률이 지극히 낮아, 전문의 사이에서조차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불과 10여명에 불과한 환자를 감싸 안은 가족들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열띤 노력 끝에 5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냈다. 가족 중 일부는 관련 보건당국에 직접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5000명이라는 유의미한 동의 수가 확보됐지만, 이는 국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준엔 미치지 못한다. 국회가 운영 중인 국민동의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30일 동안 5만명 국민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청원에 앞서 다발골수종, 파킨슨병 등 일부 희귀질환 사례에서도 동의 수를 확보하지 못해 만료·폐기되는 사례가 나온다. 

5만명이라는 문턱은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터무니없이 높다. 이들은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숫자라는 절대적 기준으로 인해 그들은 매번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 희귀질환 가족은 "동의 수를 채워보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한 달 만에 5만명 동의를 채우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국회는 국민동의청원에 대해 '청원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사안에 관한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헌법 상 국민 청원권이 보장돼있다고는 하지만, 청원권을 쓰기 위해 5만명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에게 차별로 비춰질 수도 있는 문제다.

동의 수 확보는 국회만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청원'을 운영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동안 20만명 동의를 받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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