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블린사이토'‥'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의 성장기

[비하인드 씬] 치료 불모지였던 급성림프모구백혈병‥'블린사이토'로 변화 시작
재발이 일어난 환자 뿐만 아니라, 재발 이전의 환자도 치료 가능해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11-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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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급성림프모구백혈병(Acute lymphoblastic, ALL)'에 허가를 받은 암젠의 '블린사이토(블리나투모맙)'는 등장과 동시에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ALL에서 블린사이토는 분명한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블린사이토는 재발이 일어난 ALL 환자도, 재발 이전의 환자도 치료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블린사이토는 국내에서 2015년 11월 '필라델피아염색체 음성의 재발 또는 불응성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성인 환자'에 먼저 허가됐다. 이후 2017년 2월 '필라델피아염색체 음성의 재발 또는 불응성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소아 환자', 2019년 1월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의 재발 또는 불응성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 적응증을 획득했다.

2020년 9월에는 '전구 B세포 ALL 성인 및 소아에서 MRD가 0.1% 이상인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관해 상태의 전구 B세포 ALL 치료'에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결과적으로 블린사이토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 및 연령과 관계없이 '재발 불응성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라는 큰 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치료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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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2015년 11월), '블린사이토'는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딱 7살이 됐다. 

[비하인드 씬]에서는 2015년생 블린사이토가 한국에 태어나면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에 일으킨 혁신적 변화를 살펴본다. 

◆ 1~2살의 블린이 : 세계 최초 BiTE 기전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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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악성 세포로 변한 림프구계 백혈구가 혈액을 통해 전신을 침범하는 희귀질환이다. '급성'이라는 표현대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게 진행돼,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2-3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ALL은 재발 위험도 높다. 성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가운데 80%는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완전 관해(CR, 골수 내 백혈병 세포 5% 미만)에 도달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렇게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ALL 환자들은, 다시 관해에 도달할 확률이 낮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혈액암 특성상 암세포가 혈액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수술로는 완치가 어렵고 '약물'로 치료하게 된다. 이 약물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주를 이뤘다. 

다만 성인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아도 5년 무병 생존율이 약 35% 정도에 불과했다. 아울러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면역을 억제해 골수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종양 세포와 함께 골수 기능을 잃게 했다. 

그런 점에서 '블린사이토'는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정확하게 파고든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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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린사이토는 세계 최초의 바이트(Bispecific T cell Engager, BiTE) 이중 항체 기전으로 만들어졌다. 암세포 항원과 T세포를 동시에 연결해 ALL 자체를 치료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전을 설명해 보자면, 블린사이토는 백혈병 세포의 항원(CD19)과 면역 T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CD3)을 동시에 연결한다.  

블린사이토와 연결돼 활성화된 T세포와 백혈병 세포 사이에는 시냅스가 생성된다. T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퍼포린(perforin)과 그란자임(granzyme)을 분출해 백혈병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즉, 환자 신체의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돼 스스로 백혈병 세포를 사멸하는 것이다.

이 기전으로 블린사이토는 '성인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표준 항암화학요법 대비 높은 완전 관해 도달률과 2배 가까이 연장된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을 보여줬다. 

TOWER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블린사이토의 완전 관해(CR/CRh/CRi) 도달률은 44%로, 대조군인 표준 항암화학요법(25%) 대비 높았다.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mOS) 역시 7.7개월로, 표준 항암화학요법(4.0개월) 대비 연장됐다.

이를 기반으로로 블린사이토는 2015년 국내 첫 허가를 획득하며,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블린사이토는 종양 세포의 특정 부위만을 표적해 찾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면역요법이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과 달리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게다가 블린사이토는 조혈모세포이식에 치명적인 이상반응인 간독성(특히 간중심정맥폐쇄질환, VOD)에 대한 우려가 낮다. 덕분에 재발 위험이 높거나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이식을 위한 가교요법으로서 확고한 강점을 가진다.

의사들은 ALL에 블린사이토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됨과 동시에, 기존 치료법과 비교했을 시 확연히 적은 부작용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 3~5살의 블린이 :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 및 연령 관계없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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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린사이토는 계속해서 다양한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블린사이토는 205 연구를 통해 18세 미만의 환자에서도 효과를 증명했다. Study 205는 블린사이토가 '소아 ALL'에 신속 승인을 받게 한 주요 연구이기도 하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블린사이토로 치료받은 환자의 39%가 치료 2주기 내 완전 관해에 도달했으며, 이중 74%는 1주기만에 완전 관해에 도달했다. OS 중간값은 7.5개월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블린사이토는 ALCANTARA 연구로 ALL 치료제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 환자에서 우수한 완전 관해 도달률을 보인 것.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은 ALL 중에서도 '최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정도로 매우 빠르고 공격적인 진행을 보인다.

그런데 ALCANTARA 연구 결과, 블린사이토로 치료받은 환자의 36%가 치료 2주기 내 완전 관해 또는 부분적인 혈액학적 복구를 동반한 완전 관해에 도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재발 횟수나 BCR-ABL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BCR-ABL 변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Ph(+) ALL 치료제로 인한 내성으로, Ph(+) ALL의 재발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외에도 7.1개월의 OS와 6.7개월의 무재발 생존기간(Relapse-Free Survival, RFS)을 보이며,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켰다.

이로써 블린사이토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 및 연령과 관계없이, 넓은 범위의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됐다.

◆ 6~7살의 블린이 : 완전 관해를 넘어 'MRD'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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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골수 검사에서 정상 수치를 달성해도 여전히 백혈병 세포들이 몸에 잔존해 있을 수 있다. 이를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라고 한다. 

MRD는 치료 후 유세포분석기(flow cytometry),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등 좀 더 세밀한 검사를 통해 여전히 악성 세포가 검출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MRD는 잠재적으로 '장기적인 치료' 결과와 연관돼 있다. 혈액암에서는 이 MRD의 존재로 '재발'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한다. MRD가 양성인 경우에는 음성인 경우보다 10년간 재발없이 생존할 확률이 3배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MRD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재발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잔존질환-음성 도달률'이 완전 관해의 단계보다 '완치'에 더 가까운 측정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000개 중 1개 미만의 암 세포가 관찰될 때 MRD-음성으로 정의한다.  

블린사이토는 MRD 양성 ALL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다. 블린사이토는 MRD 양성 관해 환자를 MRD 음성으로 만든다. 

이미 재발한 ALL 환자 뿐 아니라, 사전에 재발 위험을 낮추는 치료까지 가능한 치료제가 탄생한 것이다. 

블린사이토의 MRD 치료 효과는 BLAST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린사이토 1주기 투여로 MRD 양성을 나타낸 환자의 78%는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했다. 이렇게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연장된 RFS 및 OS를 보였다.

랜드마크 분석을 통한 수치를 확인했을 때, 블린사이토 투여로 완전한 MRD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군은 4배 가량 연장된 RFS와 3배 가량 연장된 OS를 보였다.

지난 7년의 시간동안 블린사이토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 환경을 바꿔놓은 것이 분명하다. 

세계 최초 BiTE 플랫폼 활용 치료제로 등장한 블린사이토는 기존 치료로는 한계가 있었던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다.

연령 및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환자들의 치료 예후를 개선시켰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MRD 치료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 현장에는 많은 해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7년간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블린이(블린사이토+어린이)가 앞으로 ALL에서 보여줄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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