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중 '전공의'에 과실치사 '유죄' 판결…판례 살펴보니 "이례적"

전공의 신분으로 정확한 결정 내리기 어려운 점 인정…'과실'과 '악결과' 사이 인과관계가 중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7-20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수련 중인 전공의에 법원이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전공의가 관여된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에서는 재판부가 피고인이 '전공의' 신분임을 고려해,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를 전공의에게 모두 책임지울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당직을 서던 대학병원 1년차 전공의가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전공의 A씨는 모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전공의가 된 지 3개월이 된 새내기 의사로 지난 2016년 6월 18일 새벽 혼자 야간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다.

A씨는 자정 무렵 응급 이송된 환자를 이비인후과 외래진료실에서 검사했고, 급성후두개염으로 판단한 후 환자를 응급실로 혼자 돌려보냈다.

하지만 걸어서 5분 거리 응급실로 이동하던 환자가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면서, 끝내 사망하면서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급성후두개염 환자와 동행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못했다며,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수련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전공의는 해당 환자와 응급실에 동행했다 하더라도 돌발상황에서 기관절개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공의 1년차는 지도전문의의 지도 감독 하에 당직을 수행해야 함에도, 1년차 전공의 홀로 응급실 야간당직을 서게하고, 피치 못할 악결과를 사법적으로 오롯이 떠안도록 하는 구조 자체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002년 제주도의 한 수련병원서 근무하던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 B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B씨는 2002년 5월 오전 7시경 고열로 응급실을 찾은 25개월 된 환아에 대해 엑스레이 사진 촬영 및 검사를 했으나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환아의 몸에 가슴과 몸에서 검붉은 반점이 발견됐음에도, 그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지 못하면서도 '고열로 인한 열꽃인 것 같다. 9시가 되면 소아과 진료가 시작되니까 소아과 과장에게 진단을 받자'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 방치된 환아는 결국 패혈증의증에 의한 쇼크로 사망에 이르렀고, B 전공의는 과실치사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제주지방법원 재판부는 "경력이 3개월인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환자의 외부 증상과 진행 상황만 보고 패혈증으로 의심하고, 혈액검사에 의한 패혈증 확진 없이 의심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응급처방을 실시한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B씨가 선배의사에게 환아의 증상과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환아를 응급실에 방치한 행위 자체는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나, 해당 과실과 환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야간 당직근무 중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선 응급의학과 1년차와 2년차 전공의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밤 9시 30분경에 응급실로 후송된 식도정맥류 응급환자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약 2시간 반 가량 식도정맥류결찰술을 지연시켰다는 이유였다.

1심 법원은 두 명의 전공의에게 모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전문의가 아닌 레지던트 상태이고, 야간응급의료 상황이었음을 지적하며, 피고인들의 응급조치가 늦었던 사실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2심 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며 상고를 기각해,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은 치종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처럼 그간 법원은 '전공의' 신분인 의사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공의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해당 과실과 악결과 사이 인과관계에 따라 판결을 내렸던 것으로 나타나, 이번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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