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NGS 보장성 축소, 제대로 된 '가치 평가'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11 06:00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의사들은 '정밀의료'의 역행이라고 우려했다.

그만큼 정밀의료에서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Massive parallel sequencing)' 검사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2월부터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의 보장성은 축소됐다.

NGS 유전자 패널검사는 기존 단일 유전자 검사(Sanger sequencing)와 달리 한 번에 수십~수백개의 유전자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해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검사다. 이 검사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생존기간을 늘리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부터 NGS 검사는 건강보험 조건부 선별급여 항목으로 결정돼 50%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돼 왔다.

그러나 재평가 결과, 12월부터 NGS 검사는 진행성·전이성·재발성 폐선암(Adenocarcinoma) 환자에는 본인부담률 50%이 적용되고, 진행성·전이성·재발성 고형암(폐선암 제외)과 형질세포종, 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골수형성이상, 골수증식종양, 악성림프종 및 유전성 질환 환자에는 본인부담률이 80% 적용되게 됐다.

타 암종에 비해 표적치료제 연계 유전자가 많고 치료효과성 등 근거가 축적되고 있는 폐암 외에 질환에서는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본인부담률이 상향된 것이다.

현재 국내 NGS 검사 비용은 200만 원 수준인데, 이번 개정으로 100만 원에서 160만 원까지 본인부담금이 증가하게 됐다.

의사들은 NGS 보장성 축소를 반대하며 NGS의 가치 평가 방법이 불분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타 국가는 암 치료 시 NGS 검사를 계속 시행 중에 있고, 대다수의 국가에서 급여화를 통해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거꾸로 가는 정책에 의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대한암학회는 빠른 시일 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NGS 검사의 재평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가치' 면에서 NGS 검사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밀의료에 있어 NGS 검사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이며, 비싼 NGS 검사를 받더라도 적기에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하면 전체 치료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NGS 검사로 특정 유전자를 발견한다면 불필요한 치료를 여러 가지 시도해 보지 않고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 자원도 절감되며, 유전자 변이에 대한 데이터로 신약 개발과 임상연구를 촉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심평원은 비용효과성에 초점을 맞춰 NGS 검사를 살펴봤고, 의사들은 기존 평가 기준으로는 NGS 검사를 알맞게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NGS로 인한 암환자의 수명 연장, 삶의 질 개선 정도, 중증 암 예방 효과, 전체 의료비용 지출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인 치료 효과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암 치료 방법은 매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기전의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급여 제도도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이러한 다양한 기전들의 신약은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점차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NGS 검사가 암 치료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동향을 잘 참고하는 편이다. NGS 검사만 봐도 이미 해외는 필수적인 검사로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NGS 재평가는 기존의 방식으로만 판단하기에 성급했던 면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 암학회가 NGS 검사의 재평가를 새롭게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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