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예방'만이 종식가능…잠복결핵 치료 강조된 이유"

[기획 전·학·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심태선 국제협력이사(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잠복결핵 완치치료자 단 30%…발병률, 약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미치료 혹은 중단사례 높아
"잠복결핵, 환자 모색 더불어 치료 시작‧유지 위한 교육수가 반영 필요"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1-07-26 06:07

KakaoTalk_20210614_122019672.jpg

[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창궐하면서 우리는 '예방'이 얼만큼 중요한 지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다.

강력한 전염력으로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스크 착용으로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가능한 '비말감염'이지만, 만일 일반 마스크로는 차단될 수 없는 결핵과 같은 '공기감염'이라면 어떨까.

결핵은 미세한 침 한방울이 공기에 떠있게 되면 주위 사람들이 숨을 들이쉴 때 그 공기와 함께 폐 속으로 들어가 전염된다. 비말감염에 비해 더 빠르게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폐에 감염되지만 신장, 신경, 뼈 등 인체 조직이나 장기에서도 균이 침입해 중증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결핵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전염력 없이 잠복상태를 유지하다가 면역이 낮아지면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는 '잠복결핵' 상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10~20년 뒤에라도 활동성 결핵이 될 확률이 높아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심태선-11 (1).jpg메디파나뉴스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국제협력이사)를 만나 '결핵과 잠복결핵, 그리고 치료 중요성을 매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결핵과 잠복결핵, 언제든지 '활동성' 전환 가능 

일반적인 폐렴, 감기 혹은 코로나 19 감염 등은 급성질환으로 균 감염후 수 일내에 질병이 발생한다. 

반면에 결핵은 감염후 대다수가 잠복기에 들어갔다가 수 년 혹은 수십년 후에 잠복해있던 결핵균이 재활성화 되면서 질병(결핵)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상태를 잠복결핵감염이라고 한다. 

잠복결핵감염자 중에서도 결핵 발생의 위험이 높은 군을 발병 고위험군(연령, 집단시설 종사자 등)이라고 하며, 면역억제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는 환자 등 혹은 최근 전염성 결핵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경우도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따라서, 잠복결핵감염 관리의 원칙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결핵감염 검사를 시행해 양성이면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함으로써 결핵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잠복결핵 30%만이 치료 완료…"걸릴 확률 낮다고 간과해선 안 돼"

질병관리청의 집단시설 종사자 대상 국가 잠복결핵감염 검진 사업 결과(2017년~2019년), 검진을 받은 112만 명을 약 3년 2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잠복결핵감염 양성률은 15.6%(112만  명 중 17만 5,000명)이었다.

잠복결핵감염자 중 미 치료자의 결핵 발생률은 치료한 사람보다 5.7배 높았고, 잠복결핵감염 음성자에 비하면 17.2배 높았다. 이는 잠복결핵감염 양성자가 잠복결핵 치료를 완료하면 약 83%의 활동성 결핵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의미이다.

또 잠복결핵감염 치료와 관련해 잠복결핵감염자 17만 5,000명 중 약 10만 6,000명(59%)이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이 중 약 6만 6,000명(37%)이 치료를 시작해 최종 약 5만 4,000명(30%)만이 치료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기간 동안 활동성 결핵이 발생한 908명 중 62.4%(567명)가 잠복결핵감염 검사 후 1년 이내 결핵 진단을 받았다.

캡처.PNG


잠복결핵감염은 말 그대로 잠복상태이므로 전염성도 없고, 증상도 없다. 감염자의 약 10%에서 결핵이 발병하므로, 치료하지 않더라도 평생 동안 결핵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약 90% 된다. 따라서 걸리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환자들이 많다. 

또 결핵약이 부작용이 크고 독하다는 인터넷 상 과장된 내용으로 인해 치료를 꺼리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과거 활동성 결핵의 빈도가 워낙 높았으므로, 의료진 교육시 성인 잠복결핵감염의 중요성이 간과돼 온 것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의깊게 경과관찰하면서 치료하면 중증 부작용의 빈도는 낮고, 추후 결핵 발생으로 인해 본인 및 사회에 파급되는 문제들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에 모든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도 더 강력하게 잠복결핵감염을 치료하고 있다.

물론 잠복결핵감염을 치료한 후 완치(체내 결핵균의 완전 사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벙법은 없다. 

하지만 과거 임상 결과, 잠복결핵감염자에서 예방치료를 시행하면 시행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많게는 90% 까지 결핵 발병을 감소시킴이 확인됐으므로, 진료지침에서 권고된 대로 치료 종료하면 된다. 

잠복결핵감염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결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체내에 잔존하고 있던 균이 재활성화 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에서 새로이 결핵균이 감염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investigation-2458540_1920.jpg


◆ 7월부터 잠복결핵감염 '건강보험 산정특례' 적용…예방률 높이려면 '교육수가' 반영해야  

잠복결핵감염 자체는 전염성이 없지만, 결국 전염성 질환인 결핵의 발병을 예방하는 치료이므로 이는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질병이다. 

또한, 잠복결핵감염 치료 비율이 낮으므로 국가에서는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장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 전액 면제는 당연히 시행됐어야 하는 제도이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잠복결핵감염 치료시 의료진은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즉, 활동성 결핵은 설명도 쉽고, 환자도 치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반면에, 잠복결핵감염은 환자에서 설명도 어렵고, 환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육시킬수 있도록 교육 수가 신설 등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사망을 낳은 '결핵', 이제라도 근절 위한 대책 강구해야

어느 집단에서 잠복결핵감염 비율이 높으면, 당연히 활동성 결핵의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국내에서는 일제 식민치하 및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상당히 많은 국민이 이미 결핵균에 감염됐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도 높은 결핵발생률을 보여주는 주된 원인중에 하나다.

결핵 발병 예방을 위해 어릴 때 BCG 예방접종을 시행하지만, 이는 성인에서 결핵 발병을 예방해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결핵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아에서 BCG 접종도 해야하지만, 결핵 발병의 위험이 높은 잠복결핵감염자를 찾아내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활동성 결핵 환자를 조기에 진단해 신속히 치료함으로써 추가적인 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지만, 결핵은 역사적으로 훨씬 더 많은 사망을 안긴 질환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질환이다 보니, 타 급성 질환들 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제라도 장기적으로 결핵을 근절할 수 있는 모든 대책들(활동성 결핵 뿐만이 아니라 잠복결핵감염도 포함)이 강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